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2월 29일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를 5영업일 이상 넘으면 정부의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에 따라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조치에는 유류세 인하 검토와 차량 5부제 실시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 또한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두바이유 가격이) 130달러 밑이더라도 서민 경제에 심각할 정도의 타격이 이뤄지면 관계 부처와 원유 수입관세를 포함한 유류세 인하를 진지하게 논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유류세 인하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유류세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국제 유가의 영향력이 워낙 커 실효성이 적은 데다 유류세로 올리는 세수도 2010년 기준으로 모두 18조4000억 원에 달해 정부 재정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름값이 두 달 가까이 고공 행진을 보이고 있는 데다 4월 총선이 다가오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부정적이던 정부 태도 미묘한 변화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3월 2일 오전 9시 현재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리터당 0.72원이 오른 2010.48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서울 지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보통 휘발유 가격도 계속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유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이날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전날보다 리터당 0.12원이 오른 1844.70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정치권에선 4월 총선이 다가오자 민주통합당 박주선 의원을 중심으로 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기름값의 절반이 유류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유류세는 정유사의 세전 공급 가격에 붙는 교통 에너지 환경세·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말한다. 이 중 교통 에너지 환경세는 리터당 529원으로 고정된 상태다. 원래는 475원 정액이었는데 2009년 5월 21일 탄력세율 11.37%가 붙어 현재 529원이 됐다. 여기에 교통세의 15%인 79.35원이 교육세로 붙는다. 또 교통세의 26%인 137.54원이 주행세로 더해진다. 세전 정유사 공급가에 각종 세금을 더한 값의 10%는 부가세로 붙는다.
물론 유류세 인하가 당장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한국의 휘발유 값 대비 유류세 비중(47%)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3%)보다 낮고 유가 급등기에 유류세를 내려도 서민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고유가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 등도 이유로 들고 있다.
유류세를 내리더라도 그 대상에 대해선 차별을 둔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기름값이 오르면) 생계형으로 운전하는 서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큰 차를 타고 다니는 분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기름값 인하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에 주력하기로 했다. 현재 369개인 알뜰주유소를 3월까지 430개로 늘리는 한편 공급가격 추가 인하, 주유소 운영자금 지원, 신청 자격 완화, 품질 검사 방법 변경 등을 포함한 알뜰주유소 확산 종합 대책을 3월 중 마련할 방침이다. 또 4대 정유사가 공급가격 결정권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 맞서 정부와 공공기관 등 공공 부문이 유류를 공동 구매하기로 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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