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닌 미래’ 사야…입지가 핵심

최근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빌딩 시장만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토지 등 대부분의 부동산 시장이 가격 하락과 거래 실종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빌딩 매매 시장만은 꾸준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가격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연 빌딩 투자에 정답과 원칙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는 분명히 존재한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를 한번 되돌아보자. 부동산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폭락했고 급매물이 시장에 하나둘씩 쌓이고 모두가 방향성을 잃고 어쩔 줄 모르고 낙담했었다. 그러나 이 시기를 투자의 적기로 파악하고 빌딩 시장에 뛰어든 사람 또한 적지 않았다. 한국의 알짜 빌딩을 산 외국 기업이나 금전적 여유가 있는 부자들은 결국 헐값에 빌딩을 사들여 더욱 부를 쌓는 상황이 연출됐다.

지금이 부동산 시장의 위기라고 말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적절한 타이밍일 수 있다. 빌딩에 투자할 때는 이른바 ‘빌딩 투자 10계명’만 알고 지켜도 성공할 수 있다.

위험 요인도 다수 존재한다. 우선 임대 시장의 침체 국면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하락이 기조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어 빌딩 투자 수익률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또 오피스 빌딩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테헤란로 인근 이면도로의 10층이하 건물들.
/허문찬기자  sweat@  20100730
테헤란로 인근 이면도로의 10층이하 건물들. /허문찬기자 sweat@ 20100730
선별적·보수적 투자 전략 견지해야

빌딩 시장에 참가하려는 투자자는 일단 ‘보수적’ 전략으로 임해야 한다. 수익이 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방어적인 투자 전략이 바람직하다. 또 추가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선 매입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시세 대비 약 10~20%까지 싸게 나오는 급매물, 확실한 재료가 있는 매물 등이 아니고선 선택하지 말라는 뜻이다. 현재 부동산 투자의 최대 키포인트는 매입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또한 레버리지 비중을 낮추고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차입금으로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게 된다.

또한 경기변동이나 수요 예측, 지역별 수급 구조 등 시장 변수에 대한 종합적인 사전 점검이 필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요가 한정적이고 임차인의 자금력이 높지 못한 도심권 외곽 지역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다. 향후 차별화·양극화 가능성을 감안할 때 투자 지역과 대상의 절대적 압축, 즉 선택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입지 선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투자 지역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기준은 지역의 발전 가능성이다. 빌딩 투자는 현재를 사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개발이 추진될 지역, 성장 국면에 있는 지역, 인구 유입이 예상되는 지역 등은 미래의 투자 가치를 높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개략적인 입지 분석이 끝나면 개별 빌딩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을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 해당 빌딩의 공실률과 임차인 현황 분석은 기본이고 주변 건물들의 공실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만약 공실률이 20%를 넘어서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외국 기업이나 금융사 같은 우량 임차인들이 많이 입주해 있을수록 좋은 물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건물의 하자를 점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물리적 분석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러한 기술적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향후 보수비용이 많이 들어가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다. 준공된 지 10년이 넘은 건물은 현미경으로 건물 상태를 들여다봐야 한다.

수익률 분석도 빼놓을 수 없는 체크포인트다. 빌딩 투자 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자본이득과 임대 수익이다. 자본이득을 미리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격 상승 요인에는 경기 동향·수급·금리 등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자본이득 부분은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게 위험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한편 임대 수익률은 비교적 정확하게 따져볼 수 있다. 단, 임대차계약서에만 의존해 수익률을 산출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우선 매입 시점의 공실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예상 공실을 분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가상각을 고려해야 한다. 빌딩은 감가상각이 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한 자본의 가치가 감소된다. 빌딩은 자연적인 마모와 훼손에 따른 물리적 감가상각 외에도 기능적 감가상각이나 경제적 감가상각의 대상이 된다. 기능적 감가상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트렌드에 뒤진다거나 스타일이 시대감각에 맞지 않는 등 가치 하락 요인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감가상각은 상대적 위치의 변동이나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가치 하락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 의미한다. 투자 대상이 감가상각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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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투자 10계명
1 빌딩 투자는 현재를 사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를 사는 것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투자하라.

2 빌딩 투자 수익률의 핵심은 공실률이다. 현재 공실 상태 점검은 기본이고 향후 예상 공실까지 분석해야 한다.

3 안정성·수익성·유동성을 두루 갖춘 빌딩에 투자하라.

4 향후 차별화·양극화 가능성을 감안할 때 투자 지역과 대상의 절대적 압축, 선택 전략이 필요하다.

5 보수적 자세로 투자에 임하라. 빌딩 가격이 IMF 관리체제 때처럼 V자형 회복은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6 레버리지 비중을 낮추고 여유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차입금으로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게 된다.

7 빌딩의 하자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물리적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향후 보수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8 법적 권리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등기부상 권리관계 및 임대차계약·토지이용계획확인원 등 공적 장부에 대한 법적 검토는 필수다.

9 최근 임차인에게 각종 옵션이 서비스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계약서와 실제 계약 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10 물리적 감가상각뿐만 아니라 경제적·기능적 감가상각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검토 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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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원과 페럼타워 빌딩 모습.
/허문찬기자  sweat@  20101118
센터원과 페럼타워 빌딩 모습. /허문찬기자 sweat@ 20101118
유망 지역 투자 전략
서울 도심 ‘흐림’…강남·여의도 ‘햇살’

부동산 교과서에서는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가르친다. 그만큼 부동산 투자는 입지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현재 빌딩 시장에서 최고의 입지는 어디일까. 업계에서는 통상 강남·도심·여의도 등 세 지역을 빌딩 시장의 블루칩으로 꼽는다. 이들 지역은 대한민국 비즈니스의 중심지로서 가장 강력한 경제 및 금융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서울·수도권의 중심부를 의미한다.

이 세 지역 빌딩 시장의 현재 기류는 도심 ‘흐림’, 강남 ‘맑음’, 여의도 ‘맑음’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 빌딩 시장의 3대 권역인 강남·도심·여의도가 공실률과 임대료 측면에서 각기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들 세 지역이 일정 정도 동조화 현상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이 같은 현상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우선 서울에서 최고의 빌딩 타운으로 공인 받고 있는 도심권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실률이 10.0%로 IMF 관리체제 이후 최초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으며 임대료 또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실 증가와 함께 전반적인 임대 상황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재생 사업 등을 통해 대형 빌딩이 집중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도심 지역에는 지난해부터 2013년 사이에 무려 9개의 대형 빌딩이 들어선다. ERA코리아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서울 전체 오피스 시장의 연간 신규 수요는 30만㎡ 정도인데, 지난해부터 2013년까지 도심에서만 이를 웃도는 양이 공급되기 때문에 도심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도심 지역에 대형 빌딩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임대 시장은 공급초과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으며 기존 빌딩의 임대료 인하 압박 요인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도심권 빌딩 투자는 관망하는 게 상책으로 보인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11.11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1.11.11
강남역 주변·영동대로 구간 이면 중소형 빌딩 ‘유망’

이에 비해 강남 지역의 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2010년까지 하락 곡선을 그리던 강남 빌딩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회복세로 돌아선 이후 꾸준한 상승 리듬을 타고 있다. 테헤란로 대로변은 공실이 거의 없어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 회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앞으로 임대료 상승 압박 요인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 지역 빌딩은 차별화된 입주자 수요, 입주자의 탄탄한 재무구조, 입주자 수요 변경의 비탄력성 등의 영향으로 수요 기반이 견고한 편이다.

강남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투자 대상은 그동안 저평가돼 왔던 지역이다. ERA코리아 관계자는 “강남에서는 분당선 학여울역에서 영동대교 남단으로 이어지는 영동대로 구간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으로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일대는 쾌적한 환경에 힘입어 임차인 선호도도 높아 공실률이 낮은 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초역에서 예술의전당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투자 유망지로 꼽았다. 이 구간은 아직 개발이 덜 된 지역으로 롯데타운 건설, 남부터미널 부지 개발 등 대형 호재가 예정돼 있어 향후 테헤란로 업무지구가 이곳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지역 이면에는 저층의 노후화된 건물이 산재해 있는데, 이 가운데는 법정 상한 용적률조차 채우지 못한 ‘비효율적인’ 건물이 더러 있다. 이런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하면 예상외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강남역 삼성타운 인근도 투자 적지로 꼽을 만하다. 삼성그룹 연관 업체의 임차 수요 기반이 탄탄해 주변 이면의 중소형 빌딩이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여의도 이면 중소형 빌딩 ‘실속 투자’

여의도 빌딩 시장은 꾸준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공실률 5%대로 꾸준하게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임대료도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이 여의도 시장이 강세를 견지하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첫 번째 요인으로 핵심 테넌트의 성격을 꼽을 수 있다. 이 지역의 주요 수요층은 금융회사, 방송사 및 관련 업체, 각종 협회 및 단체 등으로 이들 회사 대부분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이 쉽지 않다.

우선 증권·보험·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우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가 여의도에 소재한 데다 금융사 본점 또한 다수 포진해 있어 정보 유통 및 업무 제휴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여의도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향후 서울국제금융센터, 파크원 등 금융회사의 업무 동선에 코드를 맞춘 초대형 빌딩들이 공급되면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KBS·MBC 등 방송사와 연관 업체도 이 지역 오피스 시장의 탄탄한 수요 기반 구축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특히 메이저 방송사 외에 중소 규모의 프로덕션, 광고회사, 제작 관련 업체 등이 중소형 빌딩의 임차인 풀을 형성함에 따라 이 지역 중소형 빌딩은 도심이나 강남에 비해 안정적인 공실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금융·방송 등과 관련된 각종 협회, 단체, 유관 기관 등도 여의도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 흐름에 따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고 업무 편의상 여의도가 최적지인 관계로 10년 이상 장기 입주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의도권에서는 서여의도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서여의도는 동여의도에 비해 훨씬 낙후된 곳이었다. 하지만 지하철 9호선이 이곳을 통과하면서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동여의도와의 격차가 크게 줄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빌딩 가격은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이 지역의 공인중개사 김모 씨는 “지하철이 들어온 이후 공실률이 많이 줄어들었고 임대료도 큰 폭으로 올랐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장진택 ERA코리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