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대환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 실장

보험사마다 내놓는 보험 상품이 너무 다양해 많은 소비자가 모두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의 김대환 실장은 기존의 복잡했던 보험 상품들이 이제는 표준화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은 기본적으로 보험의 표준을 최소한 이해하고 세부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특약 등을 붙이는 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오는 4월부터 실손 건강보험 신규 가입자 보험료 부담이 최대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은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율은 매년 1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공적 보험뿐만 아니라 민영 보험도 의료비 증가로 손해율이 많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다. 실손 건강보험의 신규 가입자만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개념은 아니다. 기존 가입자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3, 5년 주기로 보험요율이 조정되는데 갱신할 때 이번 인상 폭이 적용된다. 2009년 실손형 건강보험의 보상 비율이 예전 100%에서 90%로 줄어드는 등 제도가 바뀌기에 앞서 많은 이들이 실손 건강보험에 가입했었다. 3년이 지남에 따라 갱신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에 그때 가입했던 사람들도 이번 보험료 인상을 적용받는다.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중복 보장되는 암보험 1개 이상 들어야”
어떤 때 지금 가입한 보험들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는지.

실손 건강보험을 1개 이상 가입하는 문제가 많았다. 보장 받는 치료비에 대해 중복 가입의 실익이 없다는 점 때문에 여러 가입자가 금융 당국에 앞다퉈 민원을 제기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됐었다. 이후 금융 당국은 보험사들이 생성 정보를 서로 교환해 실손 보험에 들어 있으면 가입을 받지 않게 하고 있다.

균형 잡힌 보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

보험을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사회 리스크를 잘 파악해야 한다. 암은 한국인 사망률 1위다. 통계에 따르면 3명 중 한 명이 걸린다. 암에 걸리면 근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비뿐만 아니라 소득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암보험은 중복 보장이 가능하므로 소득까지 보장하기 위해 1개 이상 드는 것이 좋다.

노후 보장의 핵심은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득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후의 큰 지출은 바로 의료비다. 생애 의료비의 60% 이상은 65세 이후에 쓰이기 때문이다. 이때 보험이 없으면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더라도 의료비 지출이 너무 커 감당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연금보험과 건강 보장성 보험은 반드시 가입해 둬야 한다.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종신 연금보험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최근 다양한 특약보험이 선보이고 있는데, 고를 때 주의할 점은.

보험 상품은 기본 포맷이 있고 특약은 여기에 조건을 더하는 개념이다. 가입자들은 특약을 붙일수록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가입자의 상황을 고려해 적합한 특약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입원비 특약은 가장이 입원하면 수입이 줄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 하지만 특별한 소득이 없는 주부라면 이 특약에 가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변액보험 등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보험이 최근 인기가 덜해졌다고 한다. 인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변액보험은 주가 변동에 따라 상승할 때나 떨어질 때 모두 사람들이 펀드처럼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 전반적으로 은행 금리가 낮고 부동산 시장도 긍정적이지 않은 시점에서 변액보험은 아직 투자성이 좋으므로 계속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액보험의 인기가 시들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중복 보장되는 암보험 1개 이상 들어야”
농협·우체국 보험 등 유사 보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보험에 가입할 때 상품의 보험료와 보장 수준을 비교해야 하는데, 유사 보험의 보험료는 싸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보험료가 싼 만큼 보장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아직 유사 보험에 대한 인식은 아주 낮은 편이다. 오는 4월부터는 농협도 인가를 받아 보험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만 아직 관심은 미미한 수준이다.

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할인 제도에 대해 팁을 준다면.

보험료 할인은 자동차보험에서는 일반적이다. 사고나 교통법규 위반이 없으면 보험료가 점점 줄어드는 원리다. 이러한 할인 제도가 이르면 오는 4월부터 건강보험에서도 적용될 예정이다. 불필요하게 병원에 많이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보험사나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실손 손해보험에서는 병원에 가는 일이 거의 없고 건강을 잘 유지하는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5~15% 할인해 준다. ‘건강체 할인 제도’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혈압과 비만지수가 정상일 때 해당될 수 있다.

통합보험을 찾는 이도 늘고 있다. 장단점은?

통합은 화재·건강 등 모든 리스크를 다 보장해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반면 필요 없는 리스크까지 보장할 수 있어 보험료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통합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너무 비싸지 않아 권장할만하다. 소비자가 보험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기본형에 자신이 필요한 특약을 붙여 설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보험 상품이 워낙 복잡해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100세 시대, 보험의 재구성] “중복 보장되는 암보험 1개 이상 들어야”
보험 가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국내 가입자는 보험 가입 후 확인을 잘 안하는 편이다. 가입 후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 있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해지해야 한다. 보험금을 탈 때 분명 문제가 된다. 기본적으로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져 있다. 가입 시 자신의 가족력을 살펴 상품을 골라야 하고 재정을 고려해 무리하게 가입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보험 관련 제도의 변화를 인지하고 설계사와 상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테크 측면에서 퇴직금을 일시납 종신연금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다른 투자 상품에 넣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 꺼내 써 조기 소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에 자금을 묶어두면 불편할 수 있지만 노후 재정 보장을 위해서는 좋은 방법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