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가치·절세’ 고려해 매도 여부 결정

“투자용 아파트는 파시고 임대용으로 갈아타세요.” “재건축 아파트, 더 떨어질 것 같은데요.”

“양도 차익이 적은 것부터 먼저 파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지난해 강의와 투자 상담 중 필자가 가장 많이 했던 말들이다. 필자를 찾아오는 고객들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신규 투자 문의보다 부동산이 제때 팔리지 않아 고민하는 분들이 꽤 많다. 팔리지도 않는데 원하지 않는 세금까지 내야 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부동산이 팔리지 않아 점집을 찾는 고객들까지 더러 있다.

연초부터 국내외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과 달리 ‘박원순발’ 뉴타운 역풍으로 아파트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신뉴타운 정책이 발표되자 뉴타운 재건축을 필두로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역 주택 거래량만 놓고 보더라도 1월 한 달간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의 아파트 실거래 건수(신고 기준)를 들여다 보니 1448건이었다. 서울시가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1월 실적으로 가장 적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1월 평균 거래량(4131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금융 위기가 한창때인 2009년 1월만 해도 올 1월의 두 배에 가까운 2562건이었다.

실제 매매시장을 선반영하는 경매시장만 보더라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데, 새해 첫 달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1년 4개월 만에 80% 선이 붕괴됐을 정도다.
[부동산 포커스] 부동산 매도의 기술
아파트 낙찰가율 하락세 급격히 확산 중

민간 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아파트·주상복합 낙찰가율은 75.37%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이 80%를 밑돈 것은 2010년 9월(78.57%)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2010년 8·2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2월에는 86.65%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부활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낙찰가율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주상복합 낙찰가율은 72.26%로 하락, 2010년 8·28 대책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해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금융비용 부담과 각종 세금 때문에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손절매를 잘하는 사람들을 흔히 ‘주식 고수’라고 하듯이 부동산도 보유해야 할 것과 처분해야 할 부동산을 판단해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하루빨리 매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2주택 모두 매도할 예정이라면 양도 차익이 적은 것을 먼저 매도해 양도세를 내고, 양도 차익이 많은 것은 나중에 1주택 상태에서 매도해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받는 것이 유리하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일자리를 우선순위로 놓고 주거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일수록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아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이 높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더라도 불황기에 가격 하락 폭이 작고 상승기에는 상승 폭이 크기 때문에 급하지 않다면 매도 타이밍을 느긋하게 잡아도 된다. 즉 직주근접(職住近接)이 힘들면서 매매가와 대비해 전세가율이 극히 낮은 지역으로 단기 투자자들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은 임대용으로도 전환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지역도 매도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하락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직주근접형인 아파트는 강세를 보였다.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경기 평택과 오산에 있는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10% 정도 올랐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화성·기흥사업장을 비롯해 수많은 협력 업체를 배후로 둔 화성·동탄신도시 역시 꾸준한 집값 오름세를 나타내는 지역이다.

평택도 2010년 12월 고덕국제화도시 내 3만9500㎡에 삼성전자 입주 협약 소식이 전해지며 배후 주거지로 주목을 받았다. 고덕면 인근 S공인의 한 관계자는 “2010년 말 1억~1억1500만 원 선이던 태평아파트가 1년여 만에 3500만 원 오른 1억4500만 원 선에 거래된다. 1200여 가구나 되는 대단지인데 문의가 많아 매물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포커스] 부동산 매도의 기술
증여나 임대 사업도 고려해볼만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의 여유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적당한 임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고 수익형 부동산으로 활용 가치도 높기 때문에 서둘러 매도하기보다 장기 보유하는 것도 좋다. 매매가 대비 임대 수익률이 월 0.4~0.5%라면 보유해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실거주용이 아니라 투자용 주택으로 주거 환경을 비롯해 교육 및 교통 환경이 떨어지는 지역은 매도를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주변에 미분양이 산재해 있다면 더욱더 매도에 속도를 가해야 한다.

부동산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더라도 투자 가치가 탁월하다면 보유하거나 기준 시가가 더 오르기 전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도 세테크 측면에서 좋은 방안이다. 즉 앞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은 가급적 빨리 증여하는 게 좋다. 부동산별 기준시가 고시일을 보면 주택의 공동주택 가격과 개별 주택 가격이 4월 말,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가 5월 말, 건물의 기준 시가가 12월 말이다. 상가나 단독주택은 증여 재산 가액이 증여일 당시의 기준시가로 평가되며 이는 고시일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즉, 똑같이 올해 증여한다고 하더라도 고시일 이전에 증여하면 지난해 고시된 금액을 적용하고 고시일 이후 증여하면 올해 고시된 가액을 적용한다.

증여는 가구 구성이 가능한 자녀가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중에 상속하게 되면 재산의 절반 가까이를 상속세로 내게 돼 세테크 측면뿐만 아니라 유가족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사전에 증여한다고 해도 10년 이내 증여 재산이 합산되기 때문에 10년 단위로 증여하는 것이 좋다. 성인 자녀는 증여 시 공제(성인 3000만 원, 미성년 1500만 원)를 받을 수도 있다. 결혼했거나 나이가 30세를 넘겼거나 일정한 경제력이 있으면 10~50% 세율로 증여할 수 있다.

이 밖에 여유 주택을 주택 임대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급매’로 매도하는 것보다 절세를 고려한 투자 방법이다. 수도권도 지방처럼 주택 1가구만 있으면 매입 임대 사업이 가능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보유세를 고려해 매도를 고려해야 한다. 팔리지도 않는데 과도한 보유세까지 내게 되면 더 힘들어 질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재산세나 종부세 과세 기준일은 매년 6월 1일 소유권이 있는 자에게 부과되기 때문에 6월 1일 전에 매도를 고려하는 것도 좋다.

농지를 대지로 형질 변경한 경우에는 과세 기준일(매년 6월 1일)까지 착공해야 한다. 업무용 토는 기준시가가 40억 원이 넘어야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된다. 나대지를 갖고 있다면 건물을 서둘러 짓는 것도 종부세를 피하는 방법이다. 주택 건설 사업자가 종부세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 현재 사업자 등록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늘어나는 세금만 고려해 매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보유 부동산에 대한 미래 가치를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따져 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 가치가 없는 부동산은 과감히 매도해야 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