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제는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올려 교역액 1조 달러 시대를 열었다. 수출은 전년 대비 19.3% 증가한 5565억 달러, 수입은 23.3% 증가한 5244억 달러를 기록해 무역 흑자 321억 달러를 달성했다. 그리스·이탈리아 등 유럽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선박·승용차·석유제품·가전제품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우리 수출 실적은 2년 연속 세계 7위 자리를 지켰다.

경제 위기에 수출을 어떻게 늘릴 수 있었을까.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 휘청거리는 동안 시장점유율을 착실히 높이고 투자 심리가 잔뜩 얼어붙어 있을 때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생산원가를 더 낮췄다. 그리고 선진국 경기가 나빠지면 남미와 동유럽으로 치고 나가는 등의 노력으로 거둔 성과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것이다.

수출 품목 1위는 선박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545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선박 수출은 1980년대에 처음으로 10대 수출 품목으로 등장한 이후 전통적인 수출 효자 종목으로 부상해 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62년 한국 수출 1위 품목은 쌀이었다. 당시 쌀 수출액은 89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15.8%를 차지했다. 이후 1970년대 이후 최대 수출 품목은 노동집약적 산업인 의류가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 반도체가 수출 1위를 대체해 지난 10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선박 수출이 1위 자리를 꿰찼다. 선박 중 수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은 탱커(원유나 액체를 운송할 수 있는 배)다. 지난해 약 24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무려 54%에 달한다. 중국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의 조선업은 2008년 세계 1위를 달리던 화물선이 중국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유조선·시추선·조명선·소방선 등 특수선은 여전히 1위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선박 수출의 고부가가치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뭐든지 랭킹] 2011년 10대 수출 품목 선박·석유제품이 반도체 제쳐
[뭐든지 랭킹] 2011년 10대 수출 품목 선박·석유제품이 반도체 제쳐
10년 주기로 수출 품목 변화

석유제품도 지난해 전년 대비 43.9% 수출 증가율을 보이며 519억8600달러를 기록하면서 반도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전통적으로 수입에 치중하던 에너지 부문을 수출 주도 산업으로 변화시켰다. 지난해 3월 11일 일본 대지진으로 정유 시설이 타격을 받으며 대일 석유제품 수출이 130% 급증했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체 대일 수출액의 5분 1을 차지했다. 우리 에너지 기업들은 원유를 수입해 고부가가치의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제품으로 전환해 수출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경질유 제품이 수출 주력 품목으로 성장하면서 수출 성장세가 가능했다.

2000년 이후 수출 품목 1위 자리를 2010년까지 공고히 지켜오던 반도체는 올해 3위로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은 1980년대 4억34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수출 품목 10위에 진입했다. 1990년대에는 45억4100만 달러로 2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2000년대 들어 260억600만 달러로 수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508억8100만 달러로 2010년 대비 32.8% 감소했다. 지난해 세계 경기 침체로 반도체 가격이 끝없이 추락했기 때문이었다.

10년을 주기로 변화를 보여 온 한국의 수출산업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박과 석유제품 등 10대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도 국제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낀 가운데 무역 규모가 지속 성장하려면 원천 기술 등을 갖춰야 하고 6개 업종에 쏠려 있는 수출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