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 외교 전략가가 본 중국의 속살

생존 인물 가운데 헨리 키신저 만큼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도 드물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중심 국가로 올라선 중국 문제에 관해서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는 중국을 죽의 장막에서 끌어낸 소위 ‘핑퐁 외교’의 주인공이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의 비밀 특사로 중국 땅을 처음 밟은 후 네 세대의 중국 지도자들과 여덟 명의 미국 대통령이 엮어 내는 외교 드라마를 때로는 고위 전략가로, 때로는 막후 조언자로 지켜봤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과 나눈 대화를 꼼꼼하게 기록해 뒀고 이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키신저는 중국 역사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통은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중국은 다른 그 어떤 나라와도 구별되는 매우 독특한 나라다. 중국만큼 오래 지속돼 온 문명을 내세울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또한 중국만큼 고대의 역사라든가 전략과 정치의 고전적 원칙에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것을 자랑할 수 있는 나라도 많지 않다. 구체제의 해체를 내건 마오쩌둥조차 끊임없이 수천 년 묵은 사건에서 교훈과 전략적 시사점을 이끌어 낸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실용주의를 추구한다. 중국 정치인들이 ‘모 아니면 도’ 식의 일회성 전투로서 분쟁의 결과를 얻으려는 모험을 감행하는 일은 거의 없다. 여러 해에 걸친 정교한 책략이 훨씬 더 그들의 스타일에 가까웠다. 영웅주의의 공적을 강조하며 결정적인 힘의 대결을 칭송하는 것이 서구의 전통이었다면 중국의 이상은 섬세함과 간접적 전략, 그리고 상대적인 우위를 끈덕지게 축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조적인 개성은 체스와 바둑에서 잘 나타난다. 체스가 결정적인 전투 게임이라면 바둑은 쉽사리 끝나지 않는 작전 게임이다. 체스를 두는 사람은 완전한 승리를 겨냥한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비교 우위를 추구한다. 이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맞서 6·25전쟁에 개입한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마오쩌둥은 너무나 많은 바둑 ‘돌’이 중국을 에워싸기 시작했다고 느낀 것이다.

키신저는 중국과 미국이 대립을 넘어 공존하는 해법으로 환태평양 공동체를 제안한다. 두 나라의 충돌은 양쪽 모두를 파멸로 끌고 가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Book]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外
>>헨리 키신저 지음┃권대기 옮김┃696쪽┃민음사┃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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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의 독서 노트
루시, 그녀는 누구인가

“키 105cm, 몸무게 27kg, 나이 25 ~30세, 뇌용량 침팬지와 비슷.”

그녀의 이름은 ‘루시(Lucy)’였고 무려 35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이었다. 그녀에게는 루시라는 애칭 외에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학문적인 명칭이 붙어 있다.

1974년 11월 30일 아프리카 북동쪽에 있는 에티오피아 하다르 지역에서 인간을 닮은 뼈가 발견됐다. 오래된 것은 분명했지만 얼마나 오래된 화석인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와 비슷한 뼈가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확실한 부분은 그 이전에 발견된 화석보다 오래됐다는 점이었다.

그날 밤 이 화석 발굴에 참여한 사람들의 캠프에서 파티가 열렸다. 분명 그들은 무언가 획기적인 화석을 발견했다는 기쁨을 누리고 싶었으리라. 캠프에 있는 테이프리코더에서는 비틀스의 ‘다이아몬드로 가득 찬 하늘을 지키는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이 화석에 노래 제목에 있는 루시(Lucy)라는 이름을 붙였다. 루시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화석의 주인공이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이 화석이 여자인 줄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 증거는 골반 뼈에 있었다. 이 화석의 골반 뼈는 분명히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호미니드(hominid)의 경우 여자는 전체 골격에 대한 골반 둘레의 비율이 남자보다 크기 때문인데, 이 화석은 그런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또한 이 화석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직립을 했다는 데에 있다. 직립을 했다는 부분이 어쩌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루시가 발견되기 전까지 인간은 뇌가 커지면서 직립보행을 했고 이어 도구를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루시는 뇌가 크기 전에 벌써 직립보행을 했다는 의미로, 고고인류학의 이론을 새로 써야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러한 화석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 화석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주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요컨대 우리 인간의 정체성을 밝히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루시를 발견한 이 책의 저자인 도널드 조핸슨은 무명의 학자에서 하루아침에 할리우드급 과학자가 됐다. 이는 루시의 발견이 왜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지만 아직도 왜 인류의 선조가 직립보행을 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루시와 같은 고인류 화석을 통해 우리 존재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을 뿐이다. 루시, 그녀는 우리에게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살며시 보여주고 있다.
[Book]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外
>>루시, 최초의 인류
도널드 조핸슨 지음┃이충호 옮김┃596쪽┃김영사┃2만3000원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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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 리셋
[Book]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外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김민주 외 옮김┃360쪽┃비즈니스맵┃1만5000원

원제인 ‘그레이트 리셋’은 경제·사회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1870년 장기 공항과 1930년대 대공황이라는 두 차례의 그레이트 리셋이 있었다. 저자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세계를 휩쓴 현재 3번째 리셋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한다. 진정한 리셋은 우리 삶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리셋이 이뤄지면 새로운 인프라와 교통수단이 탄생한다. 그 결과 새로운 주거 패턴이 생겨나고 우리가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
[Book]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外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김욱 옮김┃248쪽┃위즈덤하우스┃1만3800원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본 최고의 영문학자이자 사회평론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저자가 은퇴 후 삶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들려준다. 노년의 여생을 멋지게 보내는 비법은 ‘지적 생활’에 있다. 저자가 말하는 지적 생활은 지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삶, 즉 진정한 지식의 축적과 배움의 자세를 뜻한다. 몸과 마음과 두뇌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부터 삶과 죽음과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적 사유까지 건강하고 지적인 여생을 보내는 50가지 비결을 담았다.



>>주식시장을 이기는 큰 비밀
[Book]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外
조엘 그린블라트 지음┃이상건 외 옮김┃212쪽┃알키┃1만3000원

개인이 엄청난 정보력과 방대한 리서치, 뛰어난 인재를 보유한 전문 투자가 집단을 넘어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게임의 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다. 레이더에 감지되지 않도록 최대한 낮게 날면서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중소형 주식을 사들이고 이미 잘 아는 소수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수하는 것이다. ‘가치가중지수’는 우량주를 저렴하게 살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의 공식이다.



>>서른살 직장인 공부법을 배우다
[Book]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外
사이토 다카시 지음┃장은주 옮김┃232쪽┃위즈덤하우스┃1만2000원

연초가 되면 누구나 외국어 공부나 자기 계발 같은 거창한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작심삼일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는 비결은 ‘해야만 하는 공부’를 ‘하고 싶은 공부’로 만드는 것이다. 독학을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공부법, 같은 시간을 2배로 활용하게 돕는 공부법, 어학 공부에 효율적인 공부법, 도서관 100배 활용법 등 직장인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공부법을 총망라했다. 직장인들이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으면서 겪을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Book]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外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