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


투비소프트의 주력 제품은 기업용 RIA(Rich Internet Application)다. 업체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인터넷 기반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소프트웨어’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중반 월드와이드웹(www: world wide web)이 보급되면서 html 언어로 웹사이트를 만들다가 어느 순간 ‘드림위버’ 같은 툴이 나오면서 제작이 쉬워진 것처럼,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C’, ‘코볼’ 같은 컴퓨터용 언어의 구현을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 툴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드림위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하다. 증권사용 웹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니까.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는 “RIA는 어도비가 만든 용어인데, 우리는 기업용이므로 ‘엔터프라이즈 RIA’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2000년 설립된 투비소프트는 국내 기업용 RIA의 60~ 70%(투비소프트 추정)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의 웹 트레이딩 시스템(HTS가 아닌 웹상에서의 거래)이나 교육과학기술부의 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 SK텔레콤·LG유플러스의 대리점용 고객 관리 시스템, 교보문고의 도서 검색 시스템 등이 투비소프트의 제품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투비소프트는 2010년 5월 코스닥에 등록한 상장회사다.
“소프트웨어 제값 받기, 희망 보인다”
기업용 RIA에 대한 배경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업무용 프로그램 개발에 ‘툴’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트렌드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인데, 적시에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속도가 중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사에서 4세대(LTE) 제품이 나올 때 이에 맞춰 요금제도 만들어야 하고 단말기 종류도 다양한데, 고객 관리 시스템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제품의 출시가 늦어지겠죠. 프로그램 개발의 속도가 빨라져 이제는 툴을 쓰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증권사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처럼 0.001초를 다투는 아주 크리티컬한 때에는 랭귀지로 직접 개발하지만 그 외에는 거의 툴을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점유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몇 년 전까지는 우리가 50%, 기타 50%였는데 지금은 60~70% 사이가 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경쟁사는 어디입니까.

큰 경쟁사는 없습니다. 어도비가 있지만 국내에서 이 분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설립 역사에 비하면 기술력이 상당하군요. 어떻게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까.

2000년 회사를 세웠는데, 당시 정보기술(IT) 버블이 거의 꺼져가는 상황이라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지만 이를 무릅쓰고 창업했습니다. 툴에 바로 뛰어든 것은 아니고 다른 분야를 2~3년 하다가 2003년 개발 툴을 처음 내놓았습니다. 툴 개발에 돈이 많이 드니까 그전에 벌면서 하자고 여러 은행·증권사의 계좌를 하나의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2001~2003년 사이 30여 개의 시중은행이 6개로 통폐합되지 뭡니까. 갑자기 시장이 사라져 버린 거죠. 힘들었던 시절인데, 다행히 일본 노무라그룹에서 사줬고 중간 중간 모바일 뱅킹 솔루션으로 버텼습니다. 지금은 툴 매출이 95%이고 나머지도 메인 판매를 위한 서포트입니다.

경쟁사가 별로 없는 걸 보니 진입 장벽이 꽤 높은 분야인 것 같습니다.

우리처럼 밑바닥부터 다 하고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연구·개발(R&D) 투자에 쏟아 부어야만 하는데 제품 하나에 100억~200억 원이 듭니다. 우리가 2011년 내놓은 엑스플랫폼(XPlatform)도 2007년부터 시작해 4년 동안 150억 원 이상이 투자된 제품입니다.

글로벌 제품과 비교해 기술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RIA를 비롯한 사용자 환경(UI: User Interface)은 한국이 더 앞선 시장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UI 테스트를 한국에서 많이 합니다. 한국 고객들의 눈이 높고, 까다롭고,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기술적으로 앞서 있고 다른 나라들은 이제 태동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 진출도 활발한 편입니까.

일본에는 2007년 사무소를 냈는데 올해 법인화(지사 설립)할 예정입니다. 해외 진출은 기술만으로 되지 않고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만만하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제값 받기, 희망 보인다”
소프트웨어 저작권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소프트웨어의 시작은 얼마나 가치를 인정해 줄 것이냐의 문제인데요, 기업은 이제 돈 주고 쓴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얼마를 주고 살 것인지의 이슈가 남은 것 같습니다. 밸류(가치)는 높게 쳐 주는데 가격은 낮추려고 합니다. 정부도 (가치를) 인정해 분리 발주도 하는 등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가격을 낮추려고 하나요.

1억 원을 줘야 하는데, 2000만~3000만 원을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원래 가격보다 고객사의 예산에 의해 결정됩니다. 시장조사 후 합리적으로 해야 하는데 한 덩어리로 정해 놓고 나눠 쓰다 보니…. 인건비 절감에는 한계가 있으니 소프트웨어에서 깎으려고 하지요.

안철수연구소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3배의 가격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해외는 소프웨어의 적정 가격이 있어서 제시한 금액의 5% 선에서 인하 요구를 합니다. 이건 얼마든 협상이 가능한 부분이지요. 그런데 국내는 70%를 깎아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면 약 3배 차이죠. 다만 이건 국내시장 구조가 나쁘다기보다 발전 단계상 거기까지 가지 못한 겁니다. 미국·일본도 그런 과정을 겪었습니다. 한국도 지금은 발전 단계지 후퇴는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요.

10년 전은 지금보다 더 열악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IT 태동기에는 개발사들도 가격 결정에 대한 인식이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제대로 된 제품도 없다 보니 시장이랄 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품질이 좋아져 고객도 제 값을 쳐 줘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투비소프트의 제품처럼 기업용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심증이 가는 곳도 있습니다. 분란을 만들지 않으려고 가만히 있는데, 불시에 단속하면 걸릴 데가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고객 스스로 깨닫고 구매하도록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제값 받기, 희망 보인다”
약력: 1966년생. 배영고, 서울대 경영학과 학·석사. 2000년 카이스트 경영공학 박사과정 수료. 2002년 스탠퍼드대 벤처경영자과정 수료. 93년 하나은행 경제연구소. 95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98년 태동씨앤씨 대표. 2000년 투비소프트 대표(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