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지사장은 회사로 치면 대표이사와 같다. 선장과 선원의 애환을 달래며 이끌어 가야 하는 책임자인 것이다. 아버지는 함께 배를 타는 직원인 선장·선원들과 정말로 ‘한 배를 탄 처지’로서 직장 동료 개개인의 능력을 강조하셨다. 즉 평범한 동료와 후배를 인재로 키우는 것이 곧 회사의 비전이라고 여기셨던 것이다. 마도로스로서의 삶을 살며 실천했던 동료와 더불어 함께하는 삶은 지금 내가 한 회사의 대표로서 직원과 회사를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삶의 방향이 됐다.
평소 무뚝뚝하셨던 아버지는 우리 삼남매에게 늘 엄격했고 다정한 대화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끔 거나하게 한잔 걸치신 후 직원들을 이끌고 집에 오실 때에는 동료이자 선원이었던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강조하는 잔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국 만리에서 생활하는 단순한 뱃사람이 아니라 향후 진로나 또 다른 삶의 기회를 찾기 위한 어학 능력 배양, 인생관 등에 대해 하시는 말씀을 듣다 보면 너무 지나친 간섭을 한다고 싶을 정도였다.
![[아! 나의 아버지] 동료들과 함께하는 삶](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9242.1.jpg)
아버지처럼 직원들에 대한 교육 투자와 자기 계발의 독려가 회사의 지속적인 경영과 미래의 성공 열쇠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사회학자 벤저민 바버는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고 했다. 나 역시 항상 이 말을 되새기고 있다.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IMC 전문 에이전시를 지향하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회사다. 전통적인 미디어 홍보(PR)는 기본이고 온라인 환경에 최적화된 디지털 PR 등 전략과 프로그램 역시 다양하고 복잡하다. 외양처럼 화려한 직업이 아니다. 밑바닥부터 시작되는 철저한 트레이닝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몇 년간 직원을 뽑고 전문가로 양성하는 세월을 지내고 돌아보니 한 회사의 대표는 존재 자체로 직원들의 울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직원과 동료는 대표를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버지는 한 배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한평생을 사셨다. 나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배의 키를 쥔 선장과도 같을 것이다. 함께 고민하고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아버지이자 선장의 몫이 아닐까. 과거 아버지가 후배·동료들에게 그러했듯이….
김재희 샤우트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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