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 열풍의 뒤안길

“박 대표님, 40% 할인해 줄 테니 고객들 좀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최근 들어 1주일에 한두 번씩 ‘타운하우스’ 관련 업체에서 걸려오는 전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돌려 말하면 그만큼 타운하우스 시장이 빈사 상태에 빠질 정도로 좋지 않다는 얘기다. 수도권 외곽에 있는 고가의 타운하우스는 국내외 경기 침체와 맞물려 향후 몇 년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판교 운중 아펠바움’, ‘율동공원 라폴리움’, ‘논현 아펠바움 2차’ 등의 고급 타운하우스는 자산 보유 100억 원 이상의 일부 ‘슈퍼 리치’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이들은 도심권이나 도심권과 바로 인접한 곳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기업 사장급이나 병원장, 한류 스타 등이 인테리어와 조경까지 꼼꼼히 살펴 생활 반경이 가까우면서도 사생활이 보장된 도심권의 최고급 타운하우스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심권과 멀리 떨어진 대부분의 수도권 타운하우스는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 채 침체의 나락에 빠져들고 있다. 2008년 초까지만 해도 단독주택 열풍에 힘입어 타운하우스에 대해 관심도 꾸준했다. 실제 2005년에 분양된 경기도 파주시 ‘헤르만하우스’의 성공을 발판으로 타운하우스의 인기가 불붙었다. 복층 형태의 벽이 붙어 있는 빌라형으로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설계와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버금가는 편의 시설을 갖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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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할인해줄 테니 고객 좀…’

이후 건설사들은 택지지구에 앞다퉈 타운하우스 짓기에 나섰다. 경기 용인 죽전과 동백·동탄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시장을 지배하던 때여서 대부분 중대형으로 지어졌고 주로 수입 자재를 써서 분양가도 1채당 10억~20억 원대로 높은 편이었다. 골프장 페어웨이 옆에 짓는 골프 빌리지형 타운하우스도 이른바 부유층의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전원생활과 아파트의 편리함을 겸비한 고급 주거 공간으로 주목받았던 타운하우스가 요즘 들어선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실제 도심의 회색빛 건물과 매연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주거단지가 들어설 것이란 당초 기대와 달리 준공 후에도 빈집으로 남아 있거나 공사가 멈춰선 현장이 수도권 여러 곳에 널려 있다.

2005~2006년 주택 경기가 호황일 때 경기도 용인·화성·고양·파주 등지에 들어선 타운하우스들의 2~3년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의 시세는 최고 30% 가까이 급락했다. 그러자 고급 대형 주택을 찾는 수요는 사라졌다. 그 결과 수도권 일대에 미분양 타운하우스 단지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공사가 중단된 현장이 속출했으며 건설사들도 공급을 대거 줄이기 시작했다. 타운하우스의 부진은 주변 상권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타운하우스가 찬밥 신세가 된 데는 아무래도 높은 분양가와 함께 대형 주택 위주로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 건설사들이 최고급 수입 자재를 이용해 200㎡(60평) 이상 대형 주택을 지으며 분양가를 한 채당 10억~20억 원대로 책정해 놓은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일종의 틈새 상품으로 타운하우스를 지어 3.3㎡당 2000만 원 넘게 책정한 것도 일반적이었다.

타운하우스가 들어선 지역도 수도권 외곽에 있다 보니 출퇴근이 힘들고 주택 거래가 잘 안 되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부의 가구 수 제한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택지지구 내 타운하우스는 단지당 50가구 미만으로 지어야 하는데 이런 규제 때문에 면적을 키우고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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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우려, 원가에 분양하기도

부동산 투자 사례를 보면 일방적으로 업체에서 공급한 정보만 맹신한 채 환상을 가지고 투자 가치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이 비일비재하다. 가령 그동안의 획일화된 주거지인 아파트에 이어 타운하우스라는 주거 상품이 일부에서 각광받고 있다지만 아직은 아파트에 비해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타운하우스에 접근할 때는 놓치기 쉬운 부분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우선 타운하우스는 ‘필요할 때 제때 팔리지 않아’ 환금성에 제한이 따를 수 있다. 게다가 분양 업체들이 타운하우스 붐에 편승해 분양가를 턱없이 높게 책정하거나 연립주택을 타운하우스란 용어를 붙여 재판매하기도 한다. 타운하우스 업체들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꼴이다.

일부 택지개발지구 내에서 공급되는 타운하우스는 별개로 치더라도 대부분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에 있는 만큼 생활 편의 시설 부족으로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또한 단독주택에 비하면 사생활 보호가 덜한 편이고 집 외부 변경 시에도 단독주택과 달리 제한되는 규정이 많다. 금융 위기 전후로 수도권 남부 지역에 대규모로 공급되는 타운하우스 청약률이 낮은 것은 아직 국내 타운하우스 수요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대형으로 구성돼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것도 타운하우스의 단점으로 볼 수 있다.

타운하우스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받지 않지만 일반 아파트보다 담보 가치가 떨어져 중도금 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공사 기간이 1년 안팎으로 아파트보다 짧아 중도금이나 잔금 등 분양 대금을 단기간에 마련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따라서 투자보다 실수요자 관점에서 움직여야 한다.

파격적인 할인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내 대다수 타운하우스 업체들은 수년째 수요자를 찾지 못하고 있고 이들을 부도 공포로까지 내몰고 있다. 모 업체는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지은 타운하우스 잔여분을 최초 분양가(16억~17억 원)보다 최대 6억 원까지 싼값에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는 입주 후 3년이 지난 뒤에도 계약자가 원하면 집을 건설사가 되사주는 조건으로 분양 중이다.

타운하우스는 단지 규모가 작지만 워낙 고가여서 웬만한 대형 아파트 미분양 단지만큼 부담이 커 분양하는 데 애로 사항이 많다. 유동성 확보에 나선 건설사들이 원가 수준으로 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고가의 고급 타운하우스를 팔기 위해 업체들의 마구잡이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는 이유다.

일부 단지들은 할인 분양에 나서는가 하면 일부는 샘플 하우스를 공개해 수요층을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파격적인 할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타운하우스 시장이 살아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부동산 투자 경향이 주택 구입비를 최소화하고 도심의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만큼 타운하우스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게 일반적이다. 아파트 시장도 침체되고 유럽발 금융 위기와 함께 북한발 리스크까지 겹쳐 경기 회복이 확연해질 때까지는 당분간 타운하우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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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