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장 실패 통해 서비스 보강 예상


수년 동안 한국 진출을 두고 소문만 무성했던 세계 최대 가구 및 주거 생활용품 기업 이케아(IKEA)가 드디어 구체적으로 한국 1호점 개설 계획을 밝혔다. 이케아는 2011년 12월 15일 이케아 한국 법인 등록을 마쳤고 이어 27일 KTX 광명역 주변 7만8198㎡ 부지를 낙찰 받아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정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2014년 이케아 한국 1호점 오픈이 확정됐다. 소비자들은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가구 업계는 ‘가구 공룡’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케아와의 경쟁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케아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이케아 제품이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해외에서 이케아를 이용해 본 사람들과 신혼부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어 이케아 제품만 전문적으로 다루거나 구매 대행하는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한국서 포문 연 이케아, 통할까
이케아의 강력한 무기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이 회사 가구의 대부분은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반제품으로, 박스째 배달해 인건비와 물류비를 줄였다. 국내에서 팔리는 비슷한 가구의 반값 수준이다.

게다가 스칸디나비아풍의 세련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가구뿐만 아니라 모든 집 안 인테리어 용품이 다 모여 있어 세계 37개국의 300개 매장에 한 해 5억8000만 명이 찾고 있다. 이케아는 유통 및 포장·제조 등 비용을 철저하게 줄이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춘 저렴한 조립식 가구를 판매해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보통 1만5000㎡가 넘는 이케아 매장 구성은 보통 2, 3, 4층에 걸쳐 이케아의 다양한 가구와 인테리어 용품으로 꾸며진 테마별 모델 룸이 꾸며진다. 고객은 매장에 비치된 종이와 연필을 들고 다니며 모델 룸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의 번호를 적어 놓았다가 지하의 창고로 가서 조립 전 가구 RTA (Ready to Assembly) 상태의 제품을 카트에 싣는다.

그리고 1층에서 계산하고 주차장에서 차에 직접 실어 가져갈 수 있다. 이케아의 가구 상품은 자재·이음새·볼트·설명서 등과 간단한 공구가 들어 있어 설명대로 집에서 원하는 가구를 조립하면 된다. 볼트를 조이거나 망치질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조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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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설치·조립 서비스 강화 전략

이케아 매장은 약 반나절 동안 매장에서 쇼핑하고 외식할 수 있는 코스로 꾸며져 있다. 가구 외에도 수납·테이블·주방용품·소품·조명 등은 따로 카테고리별로 한곳에 모여 있다. 작은 용품들은 그 자리에서 쇼핑백에 넣어 들고 내려와 1층에서 계산할 수 있다.

가장 위층에는 훈제연어샐러드·아이스크림·핫도그 등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고 1층에서는 미트볼·쿠키 등 스웨덴 식료품을 판매한다. 또한 화분과 인테리어용 화초를 판매하는 섹션도 있다. 계산대가 있는 1층 구석에는 매장에서 전시됐거나 환불된 상품, 운송 과정에서 흠집이 생긴 제품, 단종된 제품 등을 보통 35%, 최대 70% 싸게 판매하는 ‘AS-IS’ 섹션도 마련돼 있다.

이러한 이케아의 독특한 시스템과 DIY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가구 업체는 가구 완제품 배달 및 시공까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케아는 고객이 스스로 설치하고 조립하는 것을 전제로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 대금에는 배송료가 포함돼 있지 않고 배송·상담·설치 등의 서비스는 소극적이다. 일본에서도 이케아가 처음 진출할 때 이러한 DIY 문화 부재로 인해 사업에 실패해 1986년에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케아는 2006년 일본에 재진출하면서 과거의 실패 경험을 살려 일본의 현지 업체인 미쓰비시 물류와 제휴해 배송·설치·조립 서비스를 강화했다.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자 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큰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자동차가 없는 소비자들도 본격적으로 이케아에 몰리기 시작했다.

쇼핑이 몰리는 일요일에는 다음 주까지 배송 예약이 꽉 차고 배송 지연 사태가 발생할 정도였다. 그러자 일본이케아는 배송 건수를 한 사람당 3건으로 제한하고 운송 요금도 인상해 밀려드는 주문을 조절할 수 있었다. 또한 초기에는 조립 서비스가 없었지만 이를 원하는 고객이 늘자 일정 비용으로 직접 조립해 주거나 벽·바닥·천장에 고정해 주는 서비스를 일부 매장에서 시작했다.

또한 이케아는 인터넷을 통해 1년에 한 번씩 내놓는 카탈로그를 볼 수 있지만 인터넷 판매는 하지 않는다. 매장 판매를 기본으로 하고 배송 서비스도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인터넷 쇼핑이 활발한 국내 상황에 걸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 또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케아 매장이 없는 도시의 소비자를 위한 구매대행 업체가 생겨나 인터넷 주문을 받고 배송해 주는 식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해 주고 있다.

서구에 비해 DIY 문화가 일반적이지 않은 아시아에서 이케아는 전략적으로 이와 같은 서비스를 보완해 매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일본 재진출에 성공해 2011년까지 전국에 6개의 매장을 열었고 2012년에도 후쿠오카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미 일본·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서 습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배송·조립 등 서비스를 확대하는 식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케아는 매장 오픈 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픈 전 도심에서 이케아의 가구와 잡화로 꾸며진 모델 룸을 테마별로 전시해 세련된 주거 공간을 제안하고 카탈로그 배포가 이뤄진다. 그리고 전시 중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대대적인 응모를 받아 전시가 끝난 뒤 추첨해 모델 룸의 가구와 제품들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오픈 마케팅 때문에 큰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5년 2월 영국 에드먼턴 매장 오픈 시 심야 오픈에도 불구하고 7000명이 상품을 두고 서로 싸우는 소란이 있었으며 중국 상하이점 개장 때는 하루 8만 명이 몰리기도 했다. 일본의 고호쿠 매장을 열 때는 인근 교통이 마비돼 이케아의 폐점 시간 이후에도 밤늦게까지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기도 했다.
한국서 포문 연 이케아, 통할까
국내 중소형 가구 업체 직접 타격

이케아의 진출을 몇 년 전부터 예상해 왔던 국내 가구 업체들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국내 가구 업계 1위인 한샘은 이케아와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보인다. 한샘은 전문 상담 직원이 가구 선택부터 시공까지 철저하게 상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케아의 타깃 시장과 차별화돼 있다는 것이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이케아가 근교형 대형 마트 모델이라면 한샘은 도심형 백화점 모델로 결판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1만 개가 넘는 중소형 가구 업체들이다. 국내 가구 시장은 연간 5조 원 규모로 한샘·리바트·에넥스와 같은 대형 업체들이 25%를 점유하고 나머지 75%는 중소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하는 이케아가 주로 중저가 가구 및 인테리어 자재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형 가구 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가구 업체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로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와 중국산 가구류를 수입하는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