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의 민·관 협력 프로젝트
2010년 7월 출범한 필리핀 아키노 정부는 에너지 및 인프라 구축 등 주요 국책 사업을 기존의 민자 유치 방식에서 민·관 협력(PPP) 방식으로 전환, 추진하기로 발표한 데 이어 기존 민자 프로젝트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온 BOT센터를 PPP센터로 변경했다.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데다 에너지·운송 및 관광 인프라 개발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민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필리핀 예산처는 PPP 활성화를 위해 3억4000만 달러를 농업부, 교통통신부, 공공사업 및 도로부 등 3개 부처의 2011년 예산에 반영하고 2012년에는 11억3000만 달러, 2013년에는 25억9000만 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PPP 펀드 조성을 통해 정부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는데, GFI(Government Financial Institutions)도 PPP 펀드에 2000억 페소(약 45억 달러)를 출연하기로 확약했고 랜드뱅크(Land Bank) 등 4개의 필리핀 공공 기금도 펀드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재무부는 또한 인프라 채권 발행을 검토 중에 있다.
필리핀 정부는 2010년 말 80개 이상의 PPP 대상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그중 2011년에 10개 프로젝트에 대해 입찰 추진 의사를 밝혔다. 2011년 3월에는 이 중 5개의 우선 추진 대상 프로젝트로 니노이아키노국제공항(NAIA: 마닐라국제공항) 도시고속화도로 단계II(Expressway Phase) 등 여러 건의 민영화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지난해 12월까지 입찰 절차를 마치겠다고 수정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12월 중순까지 입찰 절차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당하리-루쏜 연결 도로 프로젝트(Daang Hari-South Luzon Expressway) 입찰 절차를 2012년 12월 말에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국의 기획재정부는 2011년 6월 28일부터 이틀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우리 기업들의 필리핀 인프라 사업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필리핀 PPP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이 포럼에서 필리핀 정부는 도로·철도·공항·수처리 분야 등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고 기획재정부도 사업성이 낮아 필리핀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하는 방안과 수출입은행 대출자금과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2011년 11월 필리핀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필리핀에 대한 EDCF를 2013년까지 기존 3억 달러에서 5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수출입은행은 필리핀 농업부와 할라우강 다목적댐 건설 사업의 EDCF 지원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필리핀 정부는 할라우 다목적댐 건설 사업을 PPP 방식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로써 우리 정부도 필리핀 인프라 구축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필리핀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홍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PPP 시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의 불명확성, 관련 제도 도입의 지연, 필리핀 정부의 다소 성급한 정책 발표에 기인한다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필리핀 정부가 PPP 사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사업의 처리 절차 간소화, 투명성 강화 등을 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개발은행(ADB)·세계은행(WB) 등의 국제 개발은행과 미국 투자은행을 통한 장기 저리의 투자 자금 확보가 PPP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혜라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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