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만약 요리에, 자동차 정비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어디서 공부해야 할까.
창의성을 개발하고 개인의 재능을 일깨워 줄 수 있는 학교는 얼마나 많을까.

몇 주 전 한국에 온 지 2년 정도 된 외국인 클라이언트와 점심 식사를 했다. 그는 여기에 살면서 느낀 ‘한국의 매력’에 대해 끊임없이 칭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교육에 대해 얘기가 시작되자 ‘비극’이라는 단어로 자신이 느낀 한국의 교육 방식을 묘사했다.

그는 가깝게 지내고 있는 한 한국인 부부 얘기를 해줬다.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부부는 방과 후 학원, 과외 등 사교육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한국의 교육 방식에 적응하는데 상당히 힘이 들었다고 한다.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 ‘어느 집 애들이 공부를 잘하더라’와 같은 내용이 대화의 주를 이루는 한국의 어머니들과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래와 직업에 대한 준비’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돈이나 명예보다 열정이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강의 내용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미 사회에서 기대하는 ‘규격화된 능력’이 아닌 진정한 자신만의 ‘재능’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 ‘명문고’, ‘명문대’, ‘대기업’에 들어간 이들이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만약 요리에, 자동차 정비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어디서 공부해야 할까. 창의성을 개발하고 개인의 재능을 일깨워 줄 수 있는 학교는 얼마나 많을까.

한국의 교육 방식은 학문적 역량이 뛰어난 학생들을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많은 한국 학생들이 ‘배움’보다 ‘공부’에 치중하고 있다. 과연 열정으로 가득 찬 인생으로 인도하는 탐구·재능·에너지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공부’보다는 ‘배움’을 찾아야
대학 졸업반 시절, 모든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인성 검사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도 나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적성에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었다. 반면 주위의 한국 친구들이나 회사의 동료들 대부분은 이런 인성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서구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고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동시에 개개인의 재능을 일깨우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고등학교 때 우린 요리, 타이핑, 가구 만들기 등 다양한 수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직업 체험 시간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된다. 학원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다양한 경험과 추억들을 쌓을 시기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공부하러 가는 한국 학생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동기가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은 호기심과 욕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움’과 ‘공부’는 다르다. 한국의 교육 방식과 교육에 대한 사고방식이 변한다면 그 차이를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보다 ‘배움’에 목표를 두는 것은 미래 한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일일 것이다.


마가렛 키 버슨-마스텔러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