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민 건강 영양 조사(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고혈압 인지율은 58.8%, 치료율은 53%, 조절률은 30.1%다. 이는 2008년(고혈압 인지율 66.1%, 치료율 59.4%, 조절률 42.4%)보다 감소한 수치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고혈압 관리 실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헬스 칼럼] ‘위험한 병’ 고혈압, 매일 약 먹기를 귀찮아하지 말아야](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169.1.jpg)
항고혈압제로는 이뇨제, CCB(칼슘채널차단제), ACE-억제제, ARB(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혈압 관리가 잘 안 되는 한국인의 특성 때문에 여러 가지의 단일제를 복용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환자들의 순응도를 고려해 두 가지 성분이 하나의 알약으로 합쳐진 ‘복합제’들이 출시된 후 고혈압 환자들의 치료 패턴이 변하고 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복용해야 하는 약물 개수가 많아질수록 복용 순응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두 가지 약물을 각각 복용하는 것보다 단일 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의 목표 혈압 도달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고혈압 복합제는 복용 편의성과 순응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목표 혈압 도달률도 더 높아 효과적인 고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 그중 풍부한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인 ARB 계열의 대표적 치료제인 디오반(성분명 발사르탄)과 CCB 계열의 대표적 치료제인 노바스크(성분명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의 복합제인 ‘엑스포지’를 항고혈압제 복합제 중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최근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단일제 복용만으로 혈압 조절이 잘되지 않으면 엑스포지와 같은 복합제로 약을 교체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방치하면 합병증으로 협심증·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을 발생시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이에 따라 규칙적으로 하루 한 알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의 위험에서 좀 더 안전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즉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되는 시기에는 평상시 혈압이 높은 편이었다면 감기만큼이나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혈압이 있다면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를 하루 한 번 꾸준히 복용해 건강한 겨울나기의 초석을 다져보자.
현민수 서울 순천향대학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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