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과 대학 입시라는 우리 사회의 양대 인재 선발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다.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더 신뢰를 얻고 있는 데다 일반 가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대학 입시 다음으로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인은 공무원 선발 시험이다. 9급 및 7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 응시자만 매년 20만 명을 웃돌고 있으며 지방직 공무원 시험까지 포함하면 족히 30만 명 이상이 매년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매년 사교육 개선 대책을 내놓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 불법 학원 단속, 입시제도 개선, EBS 교육 품질 제고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적인 정책 수단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인재의 모습에 대한 새로운 정립과 이를 선발하는 방법의 획기적인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와 같이 인재 선발 기준이 계량화된 시험 점수 위주라면 사교육의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학 입시와 공무원 선발에서 시험 점수만으로 훌륭한 인재를 뽑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부터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다행히 일부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교육과학부는 향후 이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시험 성적 위주의 선발을 지양하고 입시생의 잠재력과 다양한 능력을 평가 항목에 포함한다. 마찬가지로 공무원 시험에도 선발사정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공무원’의 자질은 시험 점수로 판단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보다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려는 사명감과 열정, 방대한 공무원 조직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팀워크, 비정형화된 문제 해결 능력 등이 필요하다.
공무원 선발사정관 제도
이러한 인재상을 명시적으로 정립하고 후보자의 과거 이력과 성취도 분석, 추천인 조회 및 심층 인터뷰와 같은 다면적 평가를 통해 바람직한 공무원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시험 점수는 여러 항목 중 하나의 참고 자료로만 활용해야 한다.

전문적인 선발사정관의 육성이 무엇보다 새로운 제도 성공에 필수적이다. 또한 사정관 제도가 기존의 시험 방식에 비해 몇 배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공무원 채용에 따른 비용, 공무원 조직의 부패, 서비스 품질 저하, 행정의 낭비 등 선발사정관 제도의 시행에 소요되는 자금과 비교할 수도 없는 커다란 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2013년 이후 외무고시의 폐지와 2017년에 사법시험의 폐지 결정에서 볼 수 있듯이 시험 점수로 고위 공무원을 선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행정고시와 7급 9급의 공무원 선발에서도 기존 방식을 전환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공무원 시험과 대학 입시라는 우리 사회의 양대 인재 선발 방식을 개혁함으로써 사교육에 불필요하고도 과도한 투자를 지양하고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최병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