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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잡스 추도식 참석…‘존재감’ 달라졌다 外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COO, 최고운영책임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발단은 지난 10월 17일 미국에서 열린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하면서부터다. 캘리포니아 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잡스의 추도식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생전 고인과 친분을 맺었던 고위 인사와 실리콘밸리 관계자 등 40여 명만이 초대됐다. 이날 추도식은 취재진을 비롯한 외부인의 입장은 물론 사진 촬영까지 제지당할 정도의 철통 보안 속에 치러졌다.

한국인 가운데 잡스의 추도식에 초대받은 이는 이 사장이 유일했다. 이 사장은 잡스의 생전에도 몇 차례 회동을 가지며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의 양보할 수 없는 특허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추도식 참석이 이뤄져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이 사장의 등장을 주요 기사로 전송했다.

추도식 참석을 마치고 10월 19일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에 들어선 이 사장의 표정은 밝았다. 10월 16일에 한국을 떠나 이틀 밤을 비행기에서 보낸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조금 피곤한 기색일 뿐 기자들의 질문 세례도 피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이날 공항 인터뷰를 통해 팀 쿡 애플 CEO와의 단독 면담 사실을 알렸다.

“추도식 다음날 쿡 CEO의 사무실을 찾아 두세 시간 만났습니다. 잡스와 비즈니스를 하며 겪은 지난 10년간 어려웠던 이야기와 위기 극복 그리고 양사 간 좋은 관계를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그런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팀 쿡 CEO와 세 시간 담판
이재용 삼성 전무가 28일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으로 들어가고 있다/2008.02.28
이재용 삼성 전무가 28일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으로 들어가고 있다/2008.02.28
세기의 특허전으로 불리는 삼성-애플 간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이 사장의 발언은 여러 모로 의미가 크다. 이 사장은 “애플에 대한 부품 공급은 내년까지 그대로 가고 2013~2014년은 어떻게 더 좋은 부품을 공급할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치열한 소송전에도 불구하고 이미 체결돼 있는 계약대로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최소 2014년까지 부품 공급을 지속하겠다는 것은 시장 관계자들에게도 뜻밖의 소식이었다. 이는 애플이 주요 부품 조달처를 대만 등으로 돌릴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한 것으로, 이 사장이 쿡 CEO와의 담판을 통해 애플과의 관계를 굳건히 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이다.

애플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낸 것 외에도 이 사장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이 많다. 올해 초만 해도 기자들의 질문에 “회장님께 여쭤보라”며 한 걸음 물러서던 분위기와 달리 최근 들어 부쩍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출장 전 출국 길이나 입국 시에도 애플의 추가 소송에 대한 질문에 “법무팀과 경영진이 협의해 필요하면 할 것이고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지난 9월 29일 애플과의 소송전 대응 방안을 묻는 한국경제 기자의 질문에 “10월 4일이나 5일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10월 4일 잡스의 마지막 유작이라는 ‘아이폰4S’가 발표됐지만 전작과 별다를 것 없는 기능으로 잡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5일 밤 즉각 아이폰4S에 대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법원에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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