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발 혁신 돌풍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최근 세상을 떠났죠. 토머스 에디슨이나 헨리 포드에 견줄 만한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그가 떠나자 많은 사람들이 ‘이젠 애플도 해볼 만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발상입니다. 잡스는 떠났지만 실리콘밸리발 혁신 돌풍은 갈수록 거세질 게 분명합니다.

스티브 잡스 얘기를 꺼냈으니 애플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애플은 10월 4일 아이폰4S를 공개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입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5일 새벽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아이폰4S 발표를 지켜보면서 트위터로 의견을 얘기했습니다.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IT 코리아’ 강타…우리도 변해야
‘시리(Siri)’라고 하는 음성 인식 기반의 개인 비서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좋습니다. 시리는 공상과학영화에서 봤던 비서 로봇과 비슷한 기능입니다. 걸어 다니지 않을 뿐 영락없는 개인 비서입니다. “내일 서울 날씨 어떨 것 같아?” “지금 삼성전자 주가가 얼마야?” “이 근방 일식집 좀 찾아줘.” 이렇게 물으면 정보를 찾아 폰에 띄워주고 말로 알려줍니다.

아직 만족스러운 건 아닙니다. 정확하게 물어야만 답을 찾아줍니다. 발음이 나쁘거나 질문이 모호하면 찾지 못하죠. 한국어 지원도 안 됩니다. 그래도 시리는 중요합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자동 검색 시대가 온다”고 말하곤 합니다. 기기가 주인의 심리와 취향을 파악해 묻지 않아도 찾아서 알려준다는 얘기입니다. 시리는 자동 검색 초기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IT 코리아’ 강타…우리도 변해야
애플이 10월 12일 론칭한 새 모바일 운영체제(OS) iOS5는 어떤가요. 여기에는 ‘아이메시지’가 추가됐습니다. 기존 ‘메시지‘에 통합됐는데 카카오톡과 비슷하죠.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터치 등 애플 제품 사용자끼리 문자를 주고받는 기능입니다. 아이메시지는 통신 업체 문자 매출을 잠식할 게 확실합니다.

애플뿐이 아니죠. 구글 역시 실리콘밸리 혁신 돌풍의 진원지 중 하나입니다. 구글은 6월 28일 구글플러스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모두에게 공개했지만 처음엔 초청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었죠. 그런데도 3개월 만에 사용자가 40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싸이월드 가입자는 2600만 명. 글로벌 서비스를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내년에 다시 시도합니다.

구글을 단순히 검색 회사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구글은 인터넷을 혁신하는 회사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구글플러스를 비롯해 구글이 제공하는 각종 인터넷 서비스는 클라우드 기반입니다. 사진·문서 등 각종 데이터를 구글 서버에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든 어떤 기기로든 구글 계정으로 접속하면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소셜 서비스에 관한 한 페이스북이 최고입니다. 페이스북은 2004년에 태어난 일곱 살배기에 불과한데 사용자가 8억 명이 넘습니다. 전 세계 기업들이 페이스북에서 사업을 하려고 안달입니다. 페이스북은 구글플러스가 나오자 더욱 빠르게 서비스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내년 말쯤 10억 명에 달할 것입니다. 이런 플랫폼이면 무슨 비즈니스인들 못하겠습니까.

한때 ‘IT 강국’을 자부했던 우리는 어떻습니까.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와 삼성의 반도체·휴대전화를 제외하면 위기에 빠졌습니다. 인터넷은 글로벌 표준에서 벗어난 데다 실리콘밸리 따라 하기에 급급하고 통신 회사들은 음성 매출, 문자 매출이 급감해 속히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도 혁신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 전체가 선회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http://blog.hankyung.com/kim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