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차세대 ‘스텔스 전함(레이더 등에 위치가 잘 파악되지 않는 구축함)’ 개발에 나서 주목된다. 러시아 일간 프라브다는 최근 해군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 “러시아 정부가 대양해군을 육성하기 위해 어뢰함, 대형 대잠함, 미사일 장착 순양함 등 3종류의 함정들을 차세대 전투함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2년부터 신형 전함 14~16척을 새로 건조할 계획이다. 이들 전함들은 함선이나 잠수함이 발사하는 각종 미사일 등으로부터 함정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출 예정이다. 각종 크루즈 미사일로 먼 거리에 있는 함정과 항공기를 공격할 수도 있다.

러시아 해군 관계자는 “기존 함정들을 대체할 전지전능한 신형 군함들이 등장할 것”이라며 “신형 전함들의 공격 능력과 대공 방어 능력 등을 고려하면 표트르벨리키(표트르 대제)함 등 일부 최신 함정을 제외한 기존 전함들의 무기 체계는 완전히 낡은 옛 유물이 돼 버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러시아 정부는 예산 문제와 해군 측 요구를 감안해 15~20년에 걸쳐 최신식 함정을 잇달아 선보이며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러시아 해군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차세대 전함 개발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경제난과 예산 문제로 실제 집행에 어려움을 겪던 함정 건조 사업은 2009년 여름 ‘스텔스 전함’ 구축 사업이 공식 발표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5월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스텔스 기술이 전면 도입된 차세대 구축함 개발 사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차세대 러시아 함정들은 과거 러시아 군사무기 체제에서 보기 드물었던 환경 친화 기술이 대거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자체 함정 개발뿐만 아니라 서방국가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는 프랑스와 프랑스제 미스트랄급 헬리콥터 모함 4척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가 옛 적성국이었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부터 전함을 구매하는 첫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스트랄급 헬리콥터 모함은 1척당 4억∼5억 유로로, 헬리콥터 16대와 병력 1000여 명을 태울 수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는 미스트랄 상륙함 2척을 프랑스 조선소에서, 나머지 2척은 러시아 조선소에서 각각 건조해 러시아 군에 공급하기로 했다.
러시아 군비 확장 박차- ‘핵 항모’로 군사 강국 위상 강화
서방과 무기 협력도 진행

이와 함께 러시아 국방부는 현재 개발 중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에 성공,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MD)을 뚫을 능력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바첸츠해 잠수함에서 극동 캄차카 반도 지상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각종 전함뿐만 아니라 차세대 항공모함 배치 여부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가 신형 항모를 건조하게 되면 1990년에 취역한 쿠즈네초프함 이후 처음으로 항모 수를 늘리는 것이다. 또 러시아의 유일한 항모인 쿠즈네초프함이 길이 305m, 만재 배수량 5만8000톤의 중형 항모지만 재래식 동력을 이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조만간 핵추진 항모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영 조선사인 USC의 로만 트로첸코 사장은 최근 “러시아 정부가 새로운 항공모함을 건조할지 여부를 2018년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로첸코 사장은 “정부가 2018년에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때까지 (새 항공모함의) 배치와 건조 비용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러시아 국방부는 앞으로 총 4척의 핵 항공모함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에서 핵추진 항모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11척)과 프랑스(1척)뿐이다. 러시아는 1980년대 말 핵추진 항모인 울리야놉스크호 건조를 주진했지만 40%가량 완성한 상태에서 소련이 무너지면서 항모를 해체한 전례가 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