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크라이슬러 300C, 존재감‘확실’…가격도 매력적
처음 보는 자동차에 대해 그 차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 늘 사람들이 물어보는 것이 있다.

“얼마예요?” 크라이슬러 300C의 가격을 얘기하면 “생각보다 싸네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유가 있다.

크라이슬러 300C의 외관은 일단 화려하다. 반짝이는 초대형 라디에이터그릴은 그 존재감을 확실히 나타낸다.

사진상으로는 다소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볼 땐 라디에이터그릴이 번쩍이기 때문에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모서리가 모두 각진 스타일이기 때문에 언뜻 분위기가 롤스로이스 계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S 시리즈나 BMW 7 시리즈처럼 최근 초대형 세단의 트렌드는 유선형이지만 이를 거스르는 클래식한 스타일로 고집을 부린 것이다.

좌우측 펜더(타이어 주위의 외관 강판)를 꽉 채우는 20인치 초대형 휠도 존재감을 나타내는데 한몫한다. 웬만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의 타이어가 초라해 보일 지경이다. 리어램프에도 크롬으로 트림을 장식해 뒷모습의 카리스마도 앞모습 못지않다.


연비가 안 좋은 것이 최대 단점

시승차는 화이트 펄 색상으로 마치 화이트 정장을 빼입은 ‘보스’가 문을 열고 내릴 듯하다. 철저하게 남성적인 선을 간직하면서도 화이트가 잘 어울리는 것도 의외다. 흰색이 어울리는 차는 감각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회사의 대형 세단을 떠올리면 흰색이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양새만으로는 1억 원에 가까울 것 같은데, 의외로 5980만 원이다. 1억 원에 육박하는 국산 에쿠스·체어맨과 비교해 봐도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다만 ‘경제적’인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 전반적인 가속력, 시트 착좌감, 정숙성 면에서는 최고급 대형 세단으로서의 요건은 갖추고 있다. 대시보드 상부뿐만 아니라 변속기를 감싸는 재질까지 말랑말랑한 우레탄폼 소재다. 비싼 차라도 대개 대시보드 하부는 딱딱한 플라스틱 소재다. 베이지색 가죽 시트의 질감도 고급스럽다. 수입차의 고질적인 단점이었던 내비게이션도 오디오·비디오(AV) 시스템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배기량이 3.6리터임에도 1.8톤의 차체를 무리 없이 거동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연비가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공인 연비로는 리터당 9.1km를 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도로에 기름을 뿌리고 다닌다’는 표현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76리터 연료탱크를 90리터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 정도 크기의 차체를 감안해 5리터 엔진을 써도 연비는 비슷할 것이다. 세계 10대 엔진으로 불리는 크라이슬러의 헤미엔진(5.7리터)은 구형 모델에는 적용됐지만 신형의 국내출시는 아직 미정이다. 3.6리터 펜타스타 엔진은 크라이슬러의 SUV 브랜드인 지프(Jeep) 체로키에 적용된 것과 같은 것이다.

연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크라이슬러 측은 “3.0리터 디젤엔진 적용 모델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상반기 안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아쉬운 점 두 가지 더. 신호 대기 상태에서 변속기를 ‘D’에서 ‘N’으로 이동할 때 둔탁한 변속 충격이 온다는 점, 스티어링 휠 그립이 너무 두껍다는 점이 옥에 티였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제공 크라이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