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핼쑥했다. 브라운관으로 보는 것과 실물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분명 방송에서 보이던 생기발랄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온몸으로 ‘피곤’을 토해내고 있는 분위기. 그에 관한 가장 최근의 뉴스가 ‘사업 대박’이라 춤이라도 추고 있을 줄 짐작했는데 의외였다.

“요즘 정말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게 처음이에요.” 많이 자봐야 하루 다섯 시간, 짧게는 1~2시간이 최근 수면 패턴이라고 했다. 남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하듯 진짜 지금처럼 공부했더라면 서울대도 갔을 것이라고 했다. 장동민. 그는 부업 삼아 ‘사업도’ 하는 개그맨이 아니라 사업가로 성공하는 게 인생의 목표인 ‘비즈니스맨’이었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업종인 소셜 커머스 업체 스타디씨(www.stardc.net)가 그가 운영하는 회사다. 지난 2월 초 오픈한 후 3개월 만에 매출 5억 원의 성과를 올리며 현재 500여 개가 넘는 소셜 커머스 업체 중 ‘무서운 신인’으로 떠올랐다.
[스타 비즈 인사이드] 개그맨 장동민 “연예인 마인드 버리니 성공이 따라왔어요”
소셜 커머스 사업 ‘대박’ … 직접 발품

오픈 당시만 해도 업체 순위가 470위 정도였는데 현재는 30위권에 들었으니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다. 지난해 가을 동료와 함께 소셜 커머스 사이트 ‘연예인디씨’를 오픈했다가 동업자와의 이견 때문에 고스란히 넘겨주고 홀로서기를 하느라 출발이 늦었는데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소셜 커머스 초창기부터의 흐름을 꿰고 있던 때문이었다.

국내에 소셜 커머스가 정착된 지 1년여. 미국에서 대박이 난 사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건 국내에 선발 주자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였다.

“제가 원래 퍼주는 걸 좋아해요. 남들이 나 때문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걸 즐기죠. 그런 제 캐릭터와 사업의 성격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장동민이 하는 사업 때문에 소소하게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좋은 거죠.”

자본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업체들이 엄청난 공세를 퍼붓는 와중에 그에게 필요한 건 차별화된 경쟁력이었다. 그가 택한 전략은 이랬다.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 그리고 최고경영자(CEO)인 그가 직접 발로 뛰는 것. 여기에 직원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밤낮 구분 없이 열심히 일을 해준 덕분이었다.

“고객들의 컴플레인이 있을 때 다른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환불해 주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실제로 우리도 시험 삼아 다른 업체에서 구매하기도 하는데 환불할 때 정말 까다롭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문제가 되면 100% 환불해 줍니다.

업계에서는 미쳤다고 그랬을 정도예요. 회원 수가 많지 않던 초기에는 제가 일일이 고객들에게 사과 전화를 드리고 선물도 보내드렸죠. 그랬더니 불만이 많던 회원들도 오히려 감사하다며 충성 고객이 되더라고요.”

대형 업체에서는 하기 힘든 특화된 아이템, 독특한 아이템도 차별화에 한몫했다. 최근에 시작한 ‘폭탄헤어머리’ 상품은 서울 경기 지역 50군데 오픈에 이어 올가을까지 전국 1000 가맹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더구나 기존 소셜 커머스 상품이 오늘 구매해도 오늘 당장 쓸 수 없는 반면 이 상품은 구매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고객들의 편의를 우선으로 했다. 연예계 데뷔 이후 여러 가지 사업을 경험해 본 그이지만 이번만큼 자신의 역할이 큰 업종도 없다. 직접 발로 뛰는 만큼 성과가 눈에 보여 게을리 할 수도 없다.

“요즘 웬만큼 이름 난 식당에는 소셜 커머스 업체 직원들이 한 번씩 다 왔다 갔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요. 제가 직접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광고 모델도 자처하면 그게 곧 경쟁력이 되는 거죠. 방송은 방송대로 하면서 나머지 시간에 그렇게 전국을 돌고 있으니 몸이 정말 힘들긴 해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시기가 온 거죠(웃음).”

원래 꿈이 사업가였다. 어릴 적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개그맨이 된 후에도 사업가의 꿈을 버릴 수 없었다. 신인 시절부터 사업에 뛰어들어 망해도 보고 흥해도 봤던 건 그런 이유에서다. 세차 사업에서부터 상조·출판·프랜차이즈·주점·여행사 등 사업 경력도 다양하다.

“그땐 연예인이 사업하는 게 쉬워보였어요. 게다가 저는 무명 시절도 없었던 데다 개그맨이 된 것도 남들보다 쉽게 돼서 자신감이 완전 충만했거든요. (유)세윤이랑 (유)상무랑 셋이서 ‘우리 딱 1년만 준비해 보고 안 되면 접자.

우리는 학교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그랬으니까요. 대신 1년간 진짜 준비를 많이 했죠. 시험공부를 완전 열심히 해서 시험 보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다보니 사업도 그냥 간판 걸고 하면 잘될 줄 알았어요. 제 유행어가 ‘그 까이거 대충’이었으니 그걸 타이틀로 걸고 하면 되겠구나, 했죠. 그런데 몇 번을 경험하며 방송과 사업은 정말 다르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숱한 사업 실패 경험이 성공의 발판
[스타 비즈 인사이드] 개그맨 장동민 “연예인 마인드 버리니 성공이 따라왔어요”
가장 달라진 건 마인드였다. 과거엔 “그런 것까지 대표인 내가 움직여야 해?”하는 연예인 마인드였다면 지금은 철저히 사업가의 마인드를 갖게 된 것.

“연예인 마인드로는 절대 사업에 성공하기 힘들어요. 저만 해도 그것 때문에 많이 말아먹었죠. 가령 업체에 가서 사진 찍어주고 사인하는 게 ‘행사’로 치면 500만 원인 거예요.

지금 제 스케줄 정도면 한 달에 5억 원은 해야 하는 거죠. 그게 연예인 마인드입니다. 그런데 사업은 그렇지 않아요. 지금 당장은 돈이 안 되더라도 단계를 밟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움직이는 게 5억 원, 50억 원, 5000억 원의 효과가 나는 시점이 오는 거죠. 사업도 결국 중독이에요. 열심히 뛰어서 성공했을 때의 맛이 있거든요.”

열정과 노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그이지만 ‘웃기는 사람’이라는 개그맨 이미지 때문에 사업에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같은 조건이라고 해도 결정적으로 도장을 찍는 순간엔 개그맨 장동민이 아닌 서울대 출신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식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그가 아니다. 아직 그가 개척해야 할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는 학교 다닐 때도 전국 1등 할 거다, 그랬어요. 애들은 다 웃죠. 저도 그렇게 못할 걸 알아요. 하지만 뱉은 말이 있으니 창피해서라도 열심히 하게 되는 겁니다. 사업도 그래요. 허황되다 싶을 정도로 꿈을 크게 갖죠. 저는 1조 원을 벌 겁니다(웃음).”

물론 가끔 회의가 든다고도 했다. 연애도 못하고 있고, 가족들과 밥을 먹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을 정도로 바쁘다 보니 가끔 동트는 새벽에 집에 들어가 누우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지?’ 싶어진다. 그래도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물론 제가 어느 수준까지 가야 만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세윤이나 상무는 ‘형은 1000억 원을 벌어도 만족할 사람이 아니다, 지금에 만족해’라고 말해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배가 고파요. 결혼도 하긴 해야 하는데, 이런 제 생활을 이해해 줄 여자는 없겠죠?”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스타디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