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어디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성장이 한국 반도체 업체에 또 다른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애플이 촉발한 모바일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모바일 D램 등 특화 시장을 선점했고 일본 지진 이후 세트 메이커들이 한국 반도체 업체로의 구매 비중을 확대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특화 D램 시장의 과점적 지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특화 D램 시장을 선점한 효과로 후발 업체와 매우 차별화된 수익성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순위 간 수익성 및 점유율 격차가 1차적으로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향후 최소 1년 이상은 후발 업체들의 고부가 특화 D램 시장의 본격적인 진입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과점적 지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PC 성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수익성과 지배력 확대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 변화 시작…과점화로 간다
후발 업체 수익성 개선 ‘난관’

후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모바일 D램과 같은 특화 D램은 고객 인증 기간이 6개월~1년으로 2~3개월인 커머더티 D램 대비 매우 길고, 맞춤형 제품으로 회사별 특성의 격차(전력 소모 및 동작 속도)가 매우 크며, 후발 업체는 공정 미세화에 뒤져 있어 고집적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40나노 이하 공정을 적용해 모바일 D램을 대량 양산 공급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불과하며(엘피다는 40나노 모바일 D램 비중 미미),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30나노 공정을 이용해 4기가 모바일 D램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후발 업체는 2기가 이상의 고용량 제품의 양산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엘피다가 공격적으로 모바일 D램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하반기 주요 세트 업체의 신규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출시를 계획하고 있고 업체 간 스펙 경쟁으로 여전히 모바일 D램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여 이들의 공격적인 비중 확대가 모바일 D램 등 특화 D램 수급을 급격히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모바일 D램 가격은 원가 하락 범위 내에서 완만한 하락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지진 이후 PC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애플 등 주요 세트 메이커들이 일본의 엘피다와 도시바로부터의 구매 비중을 축소하고 한국 반도체 업체로의 구매 비중을 확대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 내 노트북 업체인 도시바·후지쯔·샤프조차 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에서의 D램 구매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PC 수요가 하반기에도 정체 국면이 지속된다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의 매우 제한적인 PC D램 공급에 따라 제품가는 한정된 가격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후발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후발 업체들의 지속적인 현금 흐름 악화는 추가적인 설비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빠르게 지배력을 상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PC 수요 정체는 업계의 구조적인 변화를 가속화하는 또 하나의 동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2010년 1분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의 D램 점유율은 53%였으나 2011년 1분기 64%로 추정되며 2011년 4분기에는 6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D램 산업도 한국 반도체 업체 중심으로 과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엘피다·난야·이노테라·파워칩·프로모스 등 후발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youngkim@goo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