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K5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은

[카&라이프] 294만 원 비싸지만 3년이면 본전 뽑아
올 5월부터 현대·기아차는 국내 최초의 가솔린엔진 베이스의 하이브리드카인 쏘나타 하이브리드·K5 하이브리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기아차의 K5 하이브리드가 먼저 기자 시승회를 열었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두 가지. ‘가격은 매력적인가’, ‘승차감은 나쁘지 않은가’일 것이다. 승차감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다. 오히려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소음·진동이 줄었다. 시속 6­0km까지 저속에서는 엔진 구동 없이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므로 소음·진동이 아예 없고 가속 시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는 엔진은 과부하가 덜 걸리기 때문이다.

연간 연료비 절감액 약 117만 원

실내 인테리어는 가솔린 모델과 똑같다. 뒷좌석 등받이 뒤로 전기모터용 배터리가 들어 있지만 트렁크 공간이 원래 넓어 적재량이 부족할 정도는 아니다. 경쟁 차라고 할 수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캠리 하이브리드는 트렁크 공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배터리 때문에 여행용 트렁크 2개가 들어가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우월하다.
[카&라이프] 294만 원 비싸지만 3년이면 본전 뽑아
가격은 가솔린 모델(2495만 원) 대비 430만 원 비싼 2925만 원(2.0럭셔리 기준)이다. 그러나 구입 시 취득세 140만 원, 공채 할인액 약 30만 원을 절감(표 참조)할 수 있어 실제 차이는 260만 원가량이다.

개별소비세는 이미 차 값에 반영돼 있어 소비자가 실감할 수 없지만, 130만 원을 감면받지 않았다면 차 값이 그만큼 비싸졌을 것이다. 공채 할인율은 매일 달라져 정확한 수치 산출이 어렵지만, 기아차 측은 구매에 드는 총비용이 가솔린 모델 대비 294만 원 비쌀 것이라고 밝혔다.

휘발유 가격 2000원(리터당) 기준으로 연 2만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K5 가솔린 모델(연비 13km/ℓ)의 연료비는 307만 원, K5 하이브리드(연비 21km/ℓ)의 연료비는 190만 원이다. 연간 117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

3년만 몰면 본전을 뽑고 7년을 몰면 500만 원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것이 기아차의 설명이다. 물론 실제 연비가 공인 연비만큼 나오지는 않겠지만 가솔린차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료비 차이는 비슷하다.

기아차는 시승회마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배틀’을 열곤 하는데, 이번에는 일산 킨텍스 주차장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최고 연비를 가리는 경쟁이었다. 1등 수상자의 차량은 뙤약볕에 에어컨을 끄고 시속 40km 이하로 자유로를 주행해 리터당 25.4km라는 놀라운 평균 연비가 계기판에 찍혔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이렇게 거북이걸음으로만 달리지는 못할 것이다.

아예 경쟁을 포기하고 가속 성능만 테스트한 일부 기자의 연비는 리터당 8.8km였다. 그에 따르면 시스템 출력이 191마력(엔진 150마력+전기모터 41마력)으로 가솔린 모델보다 약 30마력 높지만 가솔린 모델만큼의 가속력을 체감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이브리드카의 성능은 철저히 연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최고 출력이 높아도 최대 토크는 높지 않다. 고유가 시대에 내연기관이 주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은 사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