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통제에 떠는 다국적기업

중국 진출 다국적기업이 가격통제 리스크에 떨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업들의 가격 인상에 철퇴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가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는 이유만으로 200만 위안(3억3430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게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이런 이유로 기업에 벌금을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니레버 200만 위안 벌금 부과 받아

<YONHAP PHOTO-1756> Omo laundry detergent powder made by Unilever are displayed with other brands for sale at a supermarket in Beijing, China Friday, May 6, 2011. China has fined consumer products maker Unilever for talking to Chinese media about possible price hikes that triggered a rush to buy while Beijing is trying to rein in surging inflation. The British-Dutch company was fined 2 million yuan ($308,000) for "spreading information about price rises and disrupting market pricing order," the Cabinet's planning agency said Friday. (AP Photo/Andy Wong)/2011-05-06 18:12:13/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Omo laundry detergent powder made by Unilever are displayed with other brands for sale at a supermarket in Beijing, China Friday, May 6, 2011. China has fined consumer products maker Unilever for talking to Chinese media about possible price hikes that triggered a rush to buy while Beijing is trying to rein in surging inflation. The British-Dutch company was fined 2 million yuan ($308,000) for "spreading information about price rises and disrupting market pricing order," the Cabinet's planning agency said Friday. (AP Photo/Andy Wong)/2011-05-06 18:12:13/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유니레버에 대한 벌금 부과 사유는 인플레이션이다. “지난 3월 유니레버가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을 통해 유니레버 P&G 중국 생활용품 업체들이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4월에 가격을 15%까지 올릴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온 것.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도시에서 생활용품 사재기가 발생했다.

대만의 식품 및 음료 회사인 팅이(Tingyi) 역시 가격 인상을 예고한 뒤 라면 사재기가 일어나자 중국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벌금을 부과 받지는 않았지만 팅이는 인스턴트 국수 제품인 매스터 콩 브랜드의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의 식용유 생산 업체 윌마인터내셔널과 스낵 업체 완트완트차이나도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준정부 조직인 업종별 단체를 통해서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위원회가 4월 초 17개 업종별 단체 관계자를 만나 가격 인상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라고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유통 업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1, 2위 마트 체인 업체인 미국의 월마트와 프랑스의 까르푸는 연초 가격을 속였다는 이유로 각각 50만 위안(8350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토종 유통 업체들도 경고를 받았다.

상하이의 랜드마크백화점에서 원래 468위안짜리 여성 구두 가격표에 768위안이 표기됐고, 할인이라는 명목으로 576위안에 팔린 게 드러났다. 백화점 측은 원래 가격이 768위안인데 4월 1일부터 1주일간 468위안 수준으로 할인 판매하다가 가격을 원상 복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다. 베이징의 바이성백화점과 난징의 센트럴엠포리엄 아울렛도 할인 행사 전에 가격을 부풀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국의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기업 경영을 간섭하는 가격통제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는 데 있다.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3%로 전월(5.4%)보다 둔화됐지만 7개월 연속 억제 목표치(4%)를 웃돌았다.

중국이 작년 10월 이후 금리를 4차례 올리고 은행 지급준비율을 8차례 올렸지만 중국의 물가는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식품 가격은 작년 12월 9.6%에서 상승률이 확대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인플레 억제가 최우선이라고 밝힐 만큼 중국은 물가 안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위안화 절상 압박에 꿈쩍도 하지 않은 중국 정부였지만 원 총리가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힐 만큼 인플레에 긴장하고 있다.

민주국가와 달리 국민투표보다 먹고살 만한 경제를 운용하는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중국 공산당으로선 물가 안정이 주요 과제다. 인플레가 빈자의 박탈감을 높여 사회불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1989년 톈안먼 사태의 배경 중 하나가 인플레라는 것도 중국 당국이 물가 급등에 과민 반응하는 이유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