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 드러낸 구글의 야심작 크롬북

구글이 해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발자 콘퍼런스(구글 IO)를 엽니다. 올해는 5월 11일과 12일에 열었습니다. 구글은 콘퍼런스 둘째 날 클라우드 컴퓨터 ‘크롬북(Chromebook)’을 발표했습니다.

테스트용 Cr-48을 개선한 상용 제품입니다. 삼성전자와 에이서가 만들어 6월 15일 미국·영국·프랑스 등 7개 국가에서 발매합니다. 광파리는 지난 2월 Cr-48을 1주일 동안 사용해 봤습니다.

크롬북은 기존 컴퓨터와는 개념이 완전히 다릅니다. 클라우드 방식의 컴퓨터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컴퓨터 안에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와 이것을 구동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없습니다.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의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게 돼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뭐가 좋을까요. 컴퓨터가 아주 가벼워집니다.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뜻이 아니라 단순해진다는 뜻입니다. 크롬북은 아주 단순합니다. 윈도 운영체제(OS)도 없습니다.

브라우저와 OS를 겸하는 크롬만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크롬북을 분실하거나 떨어뜨려 박살난다고 해도 데이터를 잃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다른 크롬북으로 접속하면 종전과 똑같습니다.
[광파리의 IT이야기] 꿈의 클라우드 컴퓨팅 실현
크롬북은 G메일 계정으로 접속하게 돼 있습니다. 친구의 크롬북을 빌려 자신의 G메일 계정으로 접속하면 최근 작업 환경이 그대로 뜹니다. 북마크도 그대로이고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앱(응용 프로그램) 아이콘도 그대로입니다.

친구의 크롬북으로 작업한 다음 결과물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고 빠져나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친구의 컴퓨터에 결과물이 저장되지도 않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터의 가장 큰 강점은 각종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윈도는 끊임없이 패치해야 하고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프로그램을 사서 깔든지 새 컴퓨터를 사야 합니다.

크롬북에서는 브라우저 자체가 OS를 겸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으로 업데이트 됩니다.

크롬북은 클라우드 컴퓨터이기 때문에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으면 “꽝”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간단합니다.

스마트폰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가 있나요. 적어도 국내에서는 없습니다.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는 점은 스마트폰과 같습니다. 그래서 폰과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사를 통해 판매합니다.

크롬북은 교육용이나 기업용으로 적합하다고 합니다. 학교나 중소기업은 낡은 컴퓨터를 그대로 쓰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크롬북을 도입하면 이런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에서는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을 통해 기업은 직원 1인당 월 28달러, 학교는 1인당 월 20달러에 크롬북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나올지 미정입니다.

구글은 크롬북을 통해 컴퓨팅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 만들어진 윈도 기반의 컴퓨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구글의 생각입니다. 각종 데이터를 구글의 데이터센터에 저장한다는 점이 꺼림칙하긴 한데 발상은 가히 혁명적입니다. 크롬북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어떻든 컴퓨팅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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