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CT200h

[카&라이프] 렉서스 ‘정숙함’에 ‘고연비’ 더했다
하이브리드카인 렉서스 CT200h의 상품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카’와 ‘스트롱 하이브리드카’의 차이를 먼저 알아야 한다.

주행 중 엔진이 항상 작동하고 모터는 엔진을 보조하는데 그치는 것이 마일드 하이브리드카, 저속에서 엔진이 꺼진 채 모터 자체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것이 스트롱 하이브리드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카는 주행 중에 엔진이 항상 켜져 있기 때문에 연비가 좋다는 점 외에는 기존 내연기관과의 승차감 차이를 실감하기는 힘들다. 다만 ISG(Idling Stop & Go:아이들링 스톱 앤드 고)를 장착해 도로에서 잠시 멈춰 있는 동안 시동이 꺼졌다가 출발할 때 다시 엔진이 켜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엔진이 꺼질 때의 여진과 재시동 때의 진동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물론 이것이 성가시다면 ISG가 작동되지 않도록 스위치를 꺼 버릴 수도 있다.

추가 주유 없이 서울~광주 왕복해

스트롱 하이브리드는 저속에서 무음·무진동의 전기모터 주행으로 가면서 서서히 속도가 오른 시점에서(대개 시속 30~40km 사이) 엔진이 재점화되기 때문에 이질감이 덜하다. 이미 타이어 마찰로 소음과 진동이 어느 정도 차내로 들어온 데다, 운전자가 외부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엔진 소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소음과 진동을 치밀하게 틀어 막아버리는 렉서스의 기술이 CT200h에 추가됐다. 오타쿠(과도하게 한곳에 집중하는 성향을 뜻하는 일본 속어)적일 정도로 치밀한 렉서스의 차 만들기는 ‘모노즈쿠리(일본식 물건 만들기)’, ‘도요타 웨이(Toyota Way)’의 진수로 불리기도 한다.
[카&라이프] 렉서스 ‘정숙함’에 ‘고연비’ 더했다
그러다 보니 이 차에서는 전기 모드에서 가솔린엔진으로의 전환 시점을 깨닫기 힘들 정도로 이질감이 없다. 단지 계기판의 ‘EV(Electronic Vehicle)’ 표시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CT200h는 렉서스 브랜드 중에서는 처음부터 하이브리드 모델로 개발된 최초의 모델이다.

다음은 연비 테스트 순서. CT200h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25.4km다. 이론상으론 연료탱크 45리터를 가득 채우면 1143km를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고속도로에서의 연비는 이보다 훨씬 떨어졌다.

도요타자동차의 자료에 따르면 CT200h는 시속 40km 이내 속도로 최대 2km까지 전기차 모드 주행이 가능하다. 저속에서는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갈 수 있는 스트롱 하이브리드카의 장점은 정체 구간이 많은 시내 주행에서 낭비되는 연료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지 엔진이 상시적으로 켜지는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연비 차이를 크게 체감하기 힘들다. 오히려 폭스바겐 골프TDI 1.6처럼 고연비 디젤 차량이 장거리 주행에서는 더 좋은 연비가 나올 수 있다.

실제 주행 테스트를 위해 도요타자동차의 차고가 있는 역삼역에서 출발해 광주시청(전남)을 돌아 597km를 추가 주유 없이 왕복했다. 남은 연료까지 합해 600km를 달렸다고 보면 평균 연비는 리터당 13.3km인 셈이다. 생각보다 높은 연비는 아니었지만 1780kg(공차 중량은 1455kg)의 차체, 45리터의 연료로 서울에서 광주까지 왕복이 가능하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도심 구간에서는 더욱 인상적일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