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리스크’ 줄이는 법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의 둥지에서 살아가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저성장으로 일자리 창출 여력이 떨어지고 청년 실업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사정이 아닌 듯하다. 일본에서 부모에게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패러사이트 싱글족(Parasite Singles)’이라고 부른다.

영국에선 대학 졸업 후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젊은이를 두고 ‘부모의 노후 자금을 갉아 먹는 자녀들(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이라는 뜻으로 ‘키퍼스(KIPPERS)’라고 한다. 노후 생활을 하는 부모 쪽에서 보면 다 큰 자녀를 새롭게 부양(?)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자녀 리스크’란 단어다.

리스크는 본질적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그 누구도 제거할 수 없다. 단지 ‘관리(management)’할 수 있을 뿐이다. 자녀 리스크도 앞으로는 없앨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가 된다. 제대로 관리한 사람들은 자녀 리스크에 따른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말 그대로 자녀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다.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어린이 펀드 ‘안성맞춤’…교육비 ‘걱정 마’
자녀 교육비는 노후 생활과 직결

현재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 리스크를 줄이는 길을 좋은 학교 졸업장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자신의 수입 3분의 1 이상을 자녀들에게 투자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자녀 리스크를 줄이는 길은 단기적으로는 자녀 학자금을 준비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자녀를 독립적인 존재로 키우는 것이다.

학자금이라는 단기적 목표와 자녀의 경제적 자립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잇는 가교 역할로 적합한 방법은 자녀 명의로 된 ‘어린이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어린이 펀드는 현실적으로 학자금과 같은 자녀 교육비를 준비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길게 보면 교육비는 거의 매년 오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어린이 금융 상품은 교육비 상승률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주식에 투자하는 어린이 펀드는 5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다. 저금리 시대인 만큼 저축 형태로 자산을 운용해서는 목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투자 상품인 어린이 펀드를 이용하면 가격 변동의 원리와 그 속에서 수익을 얻는 방법을 가르칠 수도 있다. 게다가 어린이 경제 교육을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회사의 상품을 이용하면 무료로 자녀 경제 교육도 시킬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자녀 교육비 문제는 노후 생활과 직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만혼 추세가 일반화되면서 정년퇴직을 앞둔 시기에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는 일들이 흔해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었던 일본에선 현재 부모 부양 문제가 30대부터 발생하고 있다. 통상 노부모 부양 문제가 40대부터 나타나는 게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현상이었다면, 앞으로는 30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

대비하는 길은 간단하다. 최대한 일찍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어린이 펀드에 가입하고, 만일 불입하고 있는 상태라면 적은 액수라도 추가로 불입해 자녀 교육비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