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상품거래소 오픈

올 1월 11일 베트남 호찌민시에 베트남 최초의 현대적 상품거래소인 베트남상품거래주식회사(Vietnam Commodity Trading Joint Stock Company)가 설립됐다. 베트남 정부가 2월 11일 동화 가치를 달러당 9.3% 평가절하(일반적으로 베트남에서는 동화 평가절하는 3% 범위를 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및 주식시장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상품거래소가 문을 연 것은 의아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쌀·커피·천연고무·후추 등 세계적 농산물 수출국인 베트남에 주식시장이 도입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상품거래소가 도입된 것은 늦은 감이 있다. 베트남상품거래주식회사 출범 이전에도 베트남 대형 민간은행 중 하나인 새콤은행이 호찌민시에 철강·고무·설탕을 거래하는 상품거래소를 운영했다.
[트렌드] 커피 고무 철강 거래…투자 다변화 ‘기회’
커피의 주 생산지인 중앙 고원지대에 부욘 마 툿(Buon Ma Thout)이라는 커피 상품거래소도 있었지만 투자자와 생산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상품시장의 현대화 및 활성화를 목적으로 작년 10월 베트남상품거래주식회사에 대한 허가증을 발급하고 커피·고무·철강 등 일부 품목의 거래를 허용했다.

이 회사는 커피와 고무 거래를 개시했고 철강 거래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전자 시스템 및 위험관리를 위해 영국의 팻시스템즈와 계약을 체결하고 결제 및 지급을 위해 베트남 투자 개발은행 등 베트남의 대형 은행 및 증권사와 협업해 현대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트남은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데도 불구하고 생산과 유통망이 현대화되지 못한데다 상품의 품질관리와 보관 및 유통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 상품거래소 출범은 주요 농산물 및 원자재의 생산과 관련된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기후변화 등에 따른 농산물 등의 가격 급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베트남 상품거래소의 출범에 우려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상품거래주식회사는 허가받은 상품에 대한 현물거래뿐만 아니라 선도거래, 선물거래 등 다양한 파생거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 금융 관련법은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만큼 충분히 발전되거나 전문화되지 않았고, 시장에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불법적 형태에 대한 금융 행위들을 감독·감시할 충분한 인력이나 기관도 부족하다. 따라서 금융 및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법령 정비, 관련 기관 및 인력의 충원 등이 선행돼야 한다.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이며 세계 3위 천연고무 수출국일 정도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 이후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장기적으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의 부동산 개발, 유통, 증권시장 등 특정 부문에 한정된 투자를 해 왔다. 이제는 베트남의 풍부한 농산물에 주목하면서 상품거래소에서 곡물 거래에 참여하는 한편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곡물 유통의 현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도요 법무법인 지평지성 파트너 변호사, (前)베트남 현지법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