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다른 생물 및 무생물과 인간을 지구의 같은 부속물로 보면서 대지처럼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게 자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

지구의 자전 속도는 얼마나 될까. 적도를 기준으로 지구의 둘레는 약 4만 km, 24시간에 한 바퀴 도니까 지구는 시간당 1700km의 속도로 돌고 있다. 최신 항공기 속도가 시간당 최대 1000km이니 지구는 항공기 속도의 약 두 배로 팽팽 돌고 있다.

음속이 시간당 약 1250km이니까 지구의 자전 속도는 음속(마하)보다 빠르다. 이 큰 땅덩어리와 바다가 그렇게 빨리 돌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빨리 도는 동그란 물건 위에 내가 어떻게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는지.

지구에는 많은 생명이 있다. 풀·나무·벌레·짐승…. 무생물도 많다. 흙·바위·먼지·바람·물, 그리고 사람이 있고 원래 지구에 있던 그대로의 모습은 아닌 것, 즉 사람이 만든 것들도 많다. 인공물이다.

아파트·건물·석유채취시설·도로·터널…. 우리는 인간과 자연을 대칭되는 것처럼 인간이 자연을 극복하고 개발하고 보존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네이처(The Nature)’를 백과사전에서 찾으면 인간과 인간이 만든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그렇다. 그러나 한 발자국 물러서서 보면 인간도 지구의 무수히 많은 종류의 생물과 무생물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한자의 ‘자연(自然)’은 우리말로 ‘스스로 그러함’이다.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그 속에 있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사람도 지구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일본 동북 지역에 일어난 쓰나미를 보라. 지구의 아주 미세한 부분이 조금 흔들렸을 뿐인데, 바다 깊이의 1만분의 1 만큼도 안 되는 겨우 10여m의 파도가 몰아 쳤을 뿐인데,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그러나 재앙은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인간들이 만든 것, 원자로의 방사능 때문에 더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을 우리는 두려워하고 있다. 지구 한 부분의 작은 흔들림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물건이 인류에게 더 무서운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비가 오면 좀 맞으면서, 눈이 오면 좀 넘어지면서, 간혹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나면 피해 살면서, 인류는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보다 우리는 질투·모욕·복수·배신과 같은 스스로의 감정 때문에 더 고통스러워한 것이 아닌가. 인간들끼리 죽이고 죽인 전쟁에서 쾌감과 환희를 느낀 독재자와 통치자들이 지구가 인간에게 준 재앙보다 더 큰 재앙을 인간에 준 것은 아닌가.

이슬람교의 한 성인(메블라나 루미)은 “나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기를 땅(大地)처럼 하라”고 말했다. 시속 1700km의 속도로 자전하는 지구가 이렇게 고요하다. 태평양의 바닷물은 팽팽 돌고 있는데도 평온하다. 그들은 인간의 머리 위로 쏟아지지 않는다.

지구를 누가 만들었는지 갑론을박하고 인간의 태생은 원래 무엇이었는지 상상하고, 참으로 건방지게도 탄생 전의 세상과 죽음 후의 세상을 가상하고 그래서 허상을 만들어 놓고, 빌고 웃고 울기보다 인간도 지구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구의 다른 생물 및 무생물과 인간을 지구의 같은 부속물로 보면서, 대지처럼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게 자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
[CEO 에세이] 인간도 지구의 한 부분일 뿐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이사

1947년생. 66년 경기고 졸업. 71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73년 고려대 사회학 석사. 1978년 한국리서치 설립, 대표이사 사장(현). 2002년 고려대 사회학 박사. 2007년 대한산악연맹 부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