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커뮤니티 디자이너 서호성

골목길 한 귀퉁이, 혹은 집과 집 사이의 자투리 공간 등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놀려지던 작은 공간 위에 화단과 벤치 등을 만들어 주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공간을 만드는 이가 있다.

도시 디자인 및 공공 디자인 전문 업체이자 도시 작가 그룹인 ‘어반플롯’의 대표를 맡고 있는 서호성 도시 커뮤니티 디자이너다. 그가 손을 대면 낡고 칙칙한, 그리고 삭막해 보이기만 하는 공간도 어느새 빛을 머금은 듯 따뜻한 감성 공간으로 재탄생되곤 한다.

“우리가 만드는 공간은 실제로 그 공간을 이용할 주민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그 의견에 따라 주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곳이라 더욱 의미가 있죠.”

그가 도시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건축을 공부하던 중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도시연대)’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부터다.

도시에 따뜻한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다
[프로의 세계] “온기가 느껴지는 도시 만들어야죠”
2009년부터는 뜻을 함께하는 건축가 및 디자이너들과 함께 ‘어반플롯’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여 왔다. 지난해 불광1동에 만들었던 ‘까따기 공원’이라는 이름의 ‘한평공원’은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작업은 단순히 쉼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 공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욱 큰 즐거움과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숲을 지키는 새, 까따기’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고 공원 곳곳에 까따기를 상징하는 조형물들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행정상의 오류가 있었나 봐요. 공원이 완성되고 난 후 어느 날 땅 주인이라는 분이 나타나 공원을 다 부수더군요. 결국 어쩔 수 없이 장소를 옮겨 다시 만들 수밖에 없었죠.”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우여곡절은 필연적으로 따라다니곤 한다.

미리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완성될 공간을 보여주고, 또다시 주민의 요구 사항을 수렴해 가며 작업하다 보니 작업 기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 작은 공간을 꾸미는 일이지만, 작업 시간은 보통 4~6개월 정도가 소요될 정도다.

“기간은 오래 걸리는데, 인건비도 채 안 나오다 보니(웃음) 돈만 따지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재능과 기술을 ‘나눔’ 한다는 보람 자체가 우리에게는 돈보다 더 큰 보상인 셈이죠.”
[프로의 세계] “온기가 느껴지는 도시 만들어야죠”
그는 요즘 이문동 주택가와 안국역 주변을 종횡무진 누빈다. 이문동에서는 ‘한평공원’ 작업이, 안국역에서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2010년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인사동의 추억, 그리고 미래를 묻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둘은 전혀 다르지만, 어찌 보면 삭막한 도시에 따뜻한 인간의 감성을 새기는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작업인지도 모른다.

“도시 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고치며 살자는 거예요. 물리적인 벽이나 당장 눈앞의 불편함만 고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벽도 허물고 마음의 거리도 고치며 살자는 거죠. 골목길에서 동네, 도시 전체로 이런 커뮤니티 디자인이 확장되면 좀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