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인터넷전화 밥슬레드 써봤더니

전화번호를 몰라도 전화를 걸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음성통화 공짜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최근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 친구끼리 공짜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인터넷전화는 유선 구간에서 전화선 대신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요금이 공짜 내지 일반 전화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밥슬레드(Bobsled). 페이스북 인터넷전화 이름입니다. 미국 4위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이 페이스북에 밥슬레드 애플리케이션(앱, 응용 프로그램)을 올렸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이 앱을 깔기만 하면 친구들과 공짜로 통화할 수 있습니다. 국제 전화도 공짜입니다. 현재는 컴퓨터끼리 통화하기 때문에 스피커를 켜거나 이어폰을 꽂아야 하지만 스마트폰용 앱도 곧 나온다고 합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페이스북에 로그인한 다음 밥슬레드 페이지로 넘어가 앱을 깔면 됩니다. 시간은 1분쯤 걸립니다. 페이스북 우측 하단에는 채팅창이 있는데, 로그인 상태인 친구들 이름이 나옵니다. 이 친구들 가운데 통화하고 싶은 사람 이름을 클릭하면 채팅창이 뜹니다. 문자로 채팅할 수 있는 창인데 맨 위에 ‘통화(CALL)’ 버튼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밥슬레드를 깔지 않았다면 통화가 불가능하지만 염려할 건 없습니다. ‘통화’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 채팅창에 밥슬레드를 내려 받으라는 메시지가 뜨고 두어 차례 클릭하면 앱이 깔려 통화가 가능해집니다. 밤늦게 수다 떨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페이스북에 접속해 있는 친구에게 문자로 ‘통화 가능해?’라고 묻고 ‘응’이라고 하면 ‘통화’ 버튼을 눌러 음성 채팅을 하는 거죠.

어떻습니까.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몰라도 통화가 가능합니다. 지금은 상대방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만 통화할 수 있지만 폰용 앱이 나오면 컴퓨터든 폰이든 관계없이 언제든지 통화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경우엔 무선 구간에 대해 데이터 통화료가 붙습니다. 그래도 이동통신사 정액 요금제 가입자라면 데이터 한도 내에서는 공짜로 통화하는 셈이 됩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국제 전화도 공짜…통신 혁명‘초읽기’
페이스북 사용자는 6억 명이 넘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 인터넷전화를 쓰기 시작하면 통신 업계에는 큰 위협이 됩니다. 음성통화 매출이 급속히 감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유학 중인 자녀와 통화하느라 한 달에 수십만 원의 전화비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상대방 접속 여부를 확인한 뒤 통화하기 때문에 잠자는 사람 깨울 일도 없습니다.

인터넷전화 하면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가 생각납니다. 1990년대 후반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라졌고 ‘구글 보이스’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2003년에 등장한 미국 스카이프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에 인터넷전화 기능을 추가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피플은 다운로드 4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40%나 됩니다. 이동통신사들은 월정액 5만5000원 이상 가입자에 한해 통신망을 열어주고 있지만 와이파이(무선 인터넷)로 접속하면 이런 제한도 받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인터넷전화가 판을 뒤엎고 있습니다. 통신 업계는 음성통화 매출이 곤두박질할까봐 전전긍긍입니다. 4세대 이동통신망에 조 단위 투자를 해야 하고, 기가 인터넷에도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합니다. 통신 업계는 2000년대 중반 인터넷전화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직접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나섬으로써 시장을 방어했습니다. 지금은 뚜렷한 대안이 없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http://blog.hankyung.com/kim215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