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생각과 혼이 들어간 제도와 시스템이 없으니 참 답답하다. 그래서 우리가 너무 드라이(dry)한 것은 아닐까.

봄이 오면 먼저 매화가 길을 나선다. 겨우내 인내를 보이며 고결한 마음을 더 정갈하게 한다. 그 뒤를 이어 온갖 꽃들이 만개를 시작한다. 개나리·진달래·벚꽃…. 진달래는 꽃말이 ‘희망’이다.

영어명은 ‘골든 벨(Golden Bell)’ 황금 종이다. 황금 종이 딸랑딸랑 울리면 많은 희망이 생길 것 같다. 봄이 오면서 우리들에게 오는 꽃 소식도 이렇게 의미가 깊다. 꿈보다 해몽인가.

꽃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우리들의 마음을 되잡아 보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필요했던 바로 ‘극성’스러움을 이제는 조금씩 거두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대 중·초반 박사를 배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들이 공부하는 상아탑이 연일 생명을 버리는 우울한 소식에 안타까움이 더하는 날에도, 또 다른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남의 불행’을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극성스러움이 두려워진다.

미국에서는 정신과 치료도 사생활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앞에 환자와 뒤에 환자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시간적으로도 배려한다. 심리 상담도 마찬가지다. 한국보다 심리 상담 체계가 더욱 세밀하게 갖춰져 있다.

중고등학교에도 있다. 경찰이 있으면 다가 아니라 경찰과 심리상담 선생님이 같이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시스템을 갖춰 달라’는 것이다. 복지라는 목표가 중요하지만 복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야 하는, 또 갖춰야 하는 국민들의 의식구조, 조세 체계, 분배 체계, 실행 체계 등 모든 메커니즘에 대한 구축과 시스템 운용 체계의 필요성을 먼저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날 쪼가리 난 제도를 가지고 ‘인재’다 ‘예상됐던 사고’라고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시스템 붕괴 또는 책임을 유기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일들이 어려울까.

경제는 상식이다. 상식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의 체계를 말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국가 구성에 합의한 이상 개인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에 대해 대중성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대중의 이해(public interest)’는 3가지 충분 요건을 가지고 있다. 합리성·정당성·실행성이 그것이다. 법철학이지만, 경제철학이기도 하다. “석유 가격이 묘하다”라는 얘기는 일단 유가가 ‘대중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묘한가.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에 의한 시장 간섭이 정당한 것인지에서부터 정유사들의 가격 책정 체계가 정당한 것인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상식이지 않은가.

정부·기업·소비자의 가격 추정치가 나오면 그 가운데 어느 가격이 합리적이고 소비자들이 지불할 수 있으며, 정부가 세율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기업은 이러한 가격들이 기업 주주의 이익 기준에 맞는지 또 고려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면 공청회와 청문회를 하면 된다. 공청회나 청문회에서 결정되면 그것은 곧 행정명령이 되어 법제화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런 형태의 경제학이 ‘규제경제학’이다. “참 쉬운데, 정말 이해하기 쉬운데….” 사람들의 생각과 혼이 들어간 제도와 시스템이 없으니 참 답답하다. 그래서 우리가 너무 드라이(dry)한 것은 아닐까. 혼잣말로 해 본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경제산책] 봄꽃과 대중의 이해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1962년생. 86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96년 미 캔자스대 경제학 석·박사. 97년 선문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제실 수석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