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익의 일부를 나누어 주자고 하면 기업의 다른 이해관계인들도 모두 들고 일어나 자기들에게도 이익의 일부를 나눠 달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동반성장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는 경제계·정관계·학계에 일파만파의 반향을 일으켰다. 정 위원장이 동반 성장이라는 좋은 뜻을 가지고 제기한 초과이익공유제가 간과한 것은 영리 기업의 지배구조다.

영리 기업은 여러 이해관계인들이 역할 분담을 통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총체적으로 기업의 기능을 수행하므로 여러 이해관계인들의 이해관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 즉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 주식회사의 이해관계인들은 주주·채권자·경영자·사원·납품업자·지역사회·정부·소비자 등이다.

이들은 모두 이익을 얻기 위해 일정한 협력 관계를 맺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유통하는데 힘을 모은다. 그런데 이 이해관계인들은 각자가 맺은 계약에 따라 자기가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 즉 대가를 가져간다.

채권자는 자본 공급에 대한 대가로 이자를, 사원이나 경영자는 노동력이나 경영관리에 대한 대가로 연봉이나 임금을, 납품업자는 납품가에 포함된 적정한 마진을, 소비자는 소비자 잉여를, 지역사회나 정부는 세금을 거둬 가는 것이다.

여러 이해관계인들 중에서 주주만이 유별난데 이들은 채권자처럼 기업에 자본을 제공했지만 일정한 보상액인 이자를 받는 대신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인들이 자기 몫을 챙겨간 후 맨 마지막 순서로 남은 것을 가져간다.

이렇게 다른 이해관계인이 제 몫을 챙겨간 나머지를 차지하는 권리를 잔여재산청구권이라고 하고 이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다른 이해관계인에게 허락되지 않는 의결권을 갖는다. 주주들은 이 의결권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할 경영자를 선임하고 감독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영리기업 지배구조의 기본적인 틀이다.

정 위원장은 일부 대기업들이 이미 실시하고 있는 종업원지주제도나 경영자 스톡옵션과 같은 성과 공유제의 대상을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넓히자는 것뿐인데 대기업이나 정관계에서 이렇게 반대하는 것은 동반 성장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협력업체들에 기업의 초과이익을 나눠 주는 것이 임직원의 스톡옵션과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일까.

아니다. 임직원들에게 주식이나 스톡옵션을 나누어 주는 것은 그들이 주주의 대리인으로서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데 따른 인센티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그들에게 선의로 주주의 몫인 이익의 일부를 나누어 주려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경영자나 직원들이 흔히 범할 수 있는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임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 제도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협력업체들에는 어떤 이유로 적정 마진 이외에 이익을 공유해야 하겠는가.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은 그 성격상 대리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과 이익을 공유해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만일 이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익의 일부를 나누어 주자고 하면 기업의 다른 이해관계인들도 모두 들고 일어나 자기들에게도 이익의 일부를 나눠 달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는 근본부터 흔들리게 되고 외국 자본은 우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나라마다 다양하게 발전되던 기업 지배구조는 자본시장과 상품시장이 세계적으로 통합돼 감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수렴돼 가고 있다. 국제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공통적 가치와 표준은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영자 및 직원에 대한 보상의 성과 연동, 정보의 공개, 이사회의 독립성 유지, 감사위원회의 설치 운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의 근간을 뒤흔들 초과이익공유제보다 양자 간의 거래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효율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경제 산책] 초과이익공유제와 기업 지배구조
박상수 경희대 경영대학원장·한국재무학회장

1954년생. 77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86년 미국 시카고대 경영학 석사·박사. 90년 미국 뉴욕주립대(버팔로) 조교수. 95년 경희대 경영대 교수(현). 2001년 기획예산처 연기금투자풀 운영위원(현). 2009년 경희대 경영대학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