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절은 2절이 완성한다

“아이폰 고객들은 이제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됐다.” 최근 한 이동통신 회사가 아이폰4를 공식 출시한 것을 소개한 기사의 일부다. 사람들은 아이폰3과 4를 비교하고 아이폰4와 갤럭시S2를 비교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애플의 필 실러 부사장이 트위터를 통해 “올봄에 화이트 아이폰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하자 온갖 추측과 기대감으로 누리꾼들이 후끈 달아올랐다. 기존 제품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패턴과 애플의 특허 등 각종 단서를 종합해 만들어진 아이폰5의 가상 이미지가 웹상에 돌아다니기도 한다.

섬세한 사용자들에게는 큰 차이일지 모르겠지만 범인의 눈으로 볼 때 3과 4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 같지 않다. 그런데 도대체 왜 새로운 넘버가 붙은 기기의 출현을 손꼽아 기다리는 걸까.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에 처음으로 남긴 파장 중 하나가 ‘컴백’ 문화다. 하나의 앨범을 내고 방송 활동을 하고 다음 앨범을 준비하기 위해 고별 무대를 갖는 것은 이제 일반화됐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이전에는 없었던 풍경이다.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고별 무대를 눈물로 아쉬워하고 컴백 무대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 기대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스티브 잡스를 존경해 아이폰을 사용한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요즘 소비자들은 못 말리는 ‘충성심’을 발휘한다. 당연히 기업 또한 고객의 충성도를 끌어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기업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까.

가수들은 어떻게 하면 팬들의 학수고대에 보답하는 신곡을 만들 수 있을까. 필자는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비결이 ‘2절의 상상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CEO를 위한 상상력 교실] ‘일관성+의외성’이 감동 스토리 만든다
팬을 부르는 2절의 상상력

아이폰5의 모양과 기능을 적극적으로 추측하는 설렘이나 좋아하는 가수들의 컴백 무대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은 ‘나아진 모습’, ‘달라진 모습’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온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전의 것을 별 차이 없이 ‘반복’하거나 이전 것만 못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래방에서 많은 사람들은 2절을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1절만 해라’는 핀잔을 주곤 하는데, 그 이유는 대개 2절이 1절과 별 차이 없는 ‘반복’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1절을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펼쳐놓는 2절을 가진 노래도 있다.

1절과 비슷한 2절인가 아니면 1절과 일관된 느낌을 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는 2절인가, 이 차이에 성공의 비결이 있다. 나는 이것을 ‘1절을 완성하는 2절의 상상력’이라고 부른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동요 ‘섬집아기’다. 1950년에 발표됐으니 환갑이 넘은 동요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국민 동요다. 그런데 이 동요의 2절을 아시는지.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1절만 들으면 아기가 고요히 잠들어 있는 평화로운 어촌의 풍경이 떠오르고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진다. 하지만 갈매기만 울어도 아이 생각이 나 굴 바구니를 채우지 못하고도 한걸음에 달려오는 엄마의 마음이 숨어 있는 2절은 평온함에 더해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속을 헤아릴 수 없이 깊은 부모의 사랑을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심정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자장가로 흔히 불렀던 1절은 서막에 불과했고 2절에 와서야 비로소 노래가 완성된다. 1절의 형태를 유지한 채 2절에서 의외의 발견을 하게 해 잔잔한 감동을 샘솟게 해준 것이다. 사실 2절 또한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만들어지지 않은 3절, 즉 엄마가 모랫길을 달려온 이후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일관성과 의외성을 함께 부여하고 이를 통해 이어지는 감동적인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할 것.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2절의 상상력이 주는 교훈이며 성공의 비밀이다.

미리 2절을 준비하라

상상력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복잡하지만 일관성 속에서의 파격은 상상력이 가진 불멸의 법칙이다. 일관성만 있으면 지루하고 파격만 있으면 난해하다. ‘슈렉’, ‘스타워즈’, ‘에일리언’…. 속편이 있는 영화들의 목록을 작성하자면 한없이 길어질 것이다.

그런데 어떤 것은 전작보다 더 히트를 치며 어떤 것은 외면당한다. 왜일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상상력이 빈곤하면 필경 전작의 인기에 기댄 반복적인 것이 되고 말고 이것이 외면당한 속편들의 공통점이다. TV 시트콤 시리즈물도 마찬가지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에 이어 많은 이들이 하이킥 3탄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시리즈의 일관성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을지 어떤 의외의 새롭고 흥미로운 캐릭터가 등장할지, 우리에게 어떤 통쾌한 상상력의 하이킥을 날릴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1, 2절은 사실 반드시 시간적 선후 관계를 지칭하지만은 않는다. 영화의 프리퀄(prequel)처럼 1절이 나중에 만들어질 수도 있다. 프리퀄은 속편의 시간적 배경이 오리지널 영화 스토리의 시간적 배경보다 더 앞선 내용을 다룬 영화를 말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은 1999년에 개봉됐지만 1977년, 1980년, 1983년에 개봉된 ‘스타워즈’ 에피소드 4, 5, 6의 주인공 다쓰 베이더의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 연속된 일관된 이야기에 의외성을 넣어 거대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예컨대 아이폰5뿐만 아니라 아이폰 2.5가 지금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아이폰2의 기능보다 진화된, 하지만 아이폰3이나 4의 기능에 없는 것들이 포함되기를 바라는 특정 소비자 계층을 위한 틈새시장용도 필요할 수 있다는 말이다.

‘킨더 서프라이즈(kinder surprise)’는 ‘시리즈’로 히트를 친 달걀 모양의 초콜릿이다. 아이들을 위한 초콜릿인데 유학 시절 나도 꽤 즐겨 먹었다. 달걀 모양 안에서 조그만 모형 장난감이 나오는데, 무엇이 나올지 모르고 나온 장난감들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 ‘스머프’ 시리즈, ‘다람쥐 가족’ 시리즈 등 시리즈로 되어 있어 수집할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 또 나오면 아이들끼리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어른들은 경매까지 한다.

사실 이것은 부활절에만 잠시 팔리던 상품이었다. 너무 한시적으로만 팔리니까 부활절 시즌이 아닌 때에도 팔릴 수 있는 요소로 ‘장난감’을 집어넣었던 것이다. 부활의 기쁨을 발견의 기쁨으로 치환하고 안에 들어 있는 장난감들을 시리즈로 연결하고 소비자들도 서로 컬렉션을 교환하고 공유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초콜릿 속의 모형 장난감을 시리즈로 만들지 않았으면 성인들은 한 번의 재미로 그쳤을 것이다. 시리즈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이건 어른이건 그 같음 속의 다름을 만끽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히트를 치고 싶다면 마스터피스 한 편을 만들 것이 아니라 2절을 가진 시리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2절을 염두에 둔 1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미리 2절을 염두에 두고 신제품을 출시하라.

물론 출시된 제품이 매력적이어서 그보다 더 매력적인 후속품을, 일관성 속에 의외성을 지닌 후속품을 기대하게 하는 신제품이어야만 한다. 이런 제품의 소비자라면 나름대로 후속 신제품에 대해 상상하고 프로토타입(Prototype:원형)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사양과 기능과 디자인에 대한 기대치에 대해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애정을 표출하게 된다.

여러분 개인은 어떠한가. 그리고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직장은 어떠한가. 내 이야기, 내 팀, 내 회사의 이야기는 하나인가. 아니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2절, 3절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는가.

1절만 반복적으로 읊어대는 개인이나 조직보다 2절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개인과 조직에 더 끌리게 된다. 1절의 완성도가 높다고 해서 안주하지 말고 이미 사랑받는 일관성에 추가할 의외성을, 새로움을 만들어라. 1절을 보다 풍성하게 해 주는 2절이 있는가. 당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리라.

[CEO를 위한 상상력 교실] ‘일관성+의외성’이 감동 스토리 만든다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경기창조학교 멘토

이화여대 불문과 졸업. 프랑스 파리3대 프랑스 시 박사. 현재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교수이며 경기창조학교 ‘종횡무진창조내비게이션’ 멘토, 저서로는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문화 새로운 상상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