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가 항공 시장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 참화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대지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에 앞서 지난 2월 25일에 항공 업계를 술렁이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최고의 황금 노선 중 하나인 인천~나리타 노선의 주 7회 신규 운수권이 저가 항공사(LCC:Low Cost Carrier)인 이스타에 배분됐고 부산~나리타 노선의 신규 운수권 역시 에어부산에 돌아갔다. 저가 항공사들은 기존 항공사 요금의 70~80% 가격으로 이르면 5월 초부터 운항에 들어간다.

일본에서도 대표적 저가 항공사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X가 2010년 12월 9일 쿠알라룸푸르~하네다 노선에 운항을 개시했다. 일본에는 LCC의 국제선 취항이 2009년 3월부터 본격화돼 현재 총 8개사가 8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한국 LCC가 3개사이며 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호주의 LCC가 각 1개사씩이다. 이전에는 지방도시와 외국을 연결하는 노선만 있었으나 에어아시아X의 하네다(도쿄) 취항으로 일본 항공 업계도 ‘LCC vs 일반 항공사’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 취항하는 외국의 LCC는 같은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일본의 항공사와 비교해 항공료가 최대 80% 이상 저렴하다. 단위 원가(unit cost: 1좌석을 1km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의 경쟁력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항공(JAL) 전일공(ANA)은 단위 원가가 15엔을 초과하는 반면 LCC는 5엔 이하다. 단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유는 저가 항공사 특유의 비용 삭감 노력 때문이다. 우선 같은 공항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사용료가 저렴한 시설을 이용한다.

또 필요한 크기의 항공기를 투입해 좌석 대비 탑승자 비율을 최대화하면서 최소 인원의 승무원이 기내 서비스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기내의 모든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탑승권의 발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터넷 판매와 일반 종이를 활용하는 등 철저하게 고정비용을 줄이고 있다.

일본 일반 항공사는 LCC에 무관심
TO GO WITH STORY "Asia-airport-Singapore-Malaysia-terminal,sched"
Passengers wait in line on the tarmac to board an Air Asia Airbus A320 at the Low-Cost Carrier Terminal at the Kuala Lumpur International Airport in Sepang, 14 April 2006. The chairs are plastic, the facilities are few and some passengers are grumbling, but budget airlines are hailing new no-frills terminals in Singapore and Malaysia as a cost-saving success. In a spirit of not-so-friendly rivalry, the neighbouring nations launched their low-cost terminals last month in a race to completion which saw the doors flung open just a few days apart.   AFP PHOTO/TENGKU BAHAR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TO GO WITH STORY "Asia-airport-Singapore-Malaysia-terminal,sched" Passengers wait in line on the tarmac to board an Air Asia Airbus A320 at the Low-Cost Carrier Terminal at the Kuala Lumpur International Airport in Sepang, 14 April 2006. The chairs are plastic, the facilities are few and some passengers are grumbling, but budget airlines are hailing new no-frills terminals in Singapore and Malaysia as a cost-saving success. In a spirit of not-so-friendly rivalry, the neighbouring nations launched their low-cost terminals last month in a race to completion which saw the doors flung open just a few days apart. AFP PHOTO/TENGKU BAHAR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가 항공사들의 이와 같은 가격 경쟁력이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으로 이어질까. 각 항공사들의 여행객 수 증가율과 시장점유율 비교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국제선 노선에서 항공사들의 성장 현황(표1)을 보면 상위 15개 항공사 중 3개의 LCC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LCC는 여행객 수에서 2004년에 비해 100%가 넘는 성장을 했다.

일반 항공사들이 상위 15위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지만 여행객 수 증가율은 평균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JAL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LCC의 성장률이 가파르다.

2001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시장점유율이 1.1%에 지나지 않았지만 2009년 15%를 넘었고 2011년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일본경제신문 2010년 10월 23일자).

저가 항공사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 항공사에 비해 운임이 낮아 수익률이 악화되거나 직원들의 급여 수준 등이 상당히 낮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ANA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의 평균 급여 수준은 일반 항공사(외국계 포함)가 4만3000~5만 유로인데 LCC는 4만5000유로 수준이다.

2010년 기준으로 ANA와 JAL이 1조 엔 이상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으나 에어아시아X는 814억 엔,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는 3200억 엔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이는 LCC가 시장점유율 상승 폭에서도 일반 항공사를 앞지를 뿐만 아니라 수익에서도 앞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의 여행 업계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LCC가 새로운 항공 수요를 확대해 외국 관광객의 방문을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방 공항의 활성화 및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LCC와 연계한다면 새로운 외국인 관광객이 증대하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지역의 골프장과 관광 시설 등의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경영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공항이나 지역 골프장 등은 더 이상 일본 국내 관광객에 기댈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유일한 타개책으로 외국 관광객의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LCC 취항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 80% 저렴…올 시장 25% 점유
<YONHAP PHOTO-2087> A general view shows the newly-opened International terminal at Haneda airport in Tokyo October 21, 2010. Tokyo's second biggest airport Haneda opened a new terminal and runway for international flights and passengers on Thursday, local media reported. REUTERS/Kyodo (JAPAN - Tags: TRANSPORT)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IT IS DISTRIBUTED, EXACTLY AS RECEIVED BY REUTERS, AS A SERVICE TO CLIENTS.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JAPAN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JAPAN. YES/2010-10-21 21:01:43/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 general view shows the newly-opened International terminal at Haneda airport in Tokyo October 21, 2010. Tokyo's second biggest airport Haneda opened a new terminal and runway for international flights and passengers on Thursday, local media reported. REUTERS/Kyodo (JAPAN - Tags: TRANSPORT)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IT IS DISTRIBUTED, EXACTLY AS RECEIVED BY REUTERS, AS A SERVICE TO CLIENTS.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JAPAN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JAPAN. YES/2010-10-21 21:01:43/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JAL과 ANA와 같은 대표적인 일반 항공사는 여전히 LCC 사업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ANA는 올 하반기에 간사이공항을 거점으로 LCC 사업에 진출하기로 작년 9월 결정했지만 구체적인 노선이나 운임 수준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모회사인 ANA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또 2010년 1월에 회사갱생법 적용을 신청한 JAL은 LCC의 노하우를 일정 부분 넣어 회사 재생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계획에는 LCC의 노하우 즉 객실 승무원이 기내 청소를 하는 등 종업원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체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는 JAL의 사업 재생을 위해 LCC를 활용하는 방안이 아닌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인사 노무관리 수법의 일부를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JAL은 향후 재건 사업이나 이후의 사업 전개에서 LCC 사업을 고려하지 않고 타 LCC 항공사가 JAL에 커다란 위협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트렌드] 외국 항공사, 싼 요금으로 시장 공략
일본의 LCC 사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일본 고유의 과도한 규제나 재량 행정 등이 있다.

<표2>처럼 일본 주요 공항의 착륙 요금은 중국이나 한국보다 3배 이상 비싸다. 가장 저렴한 공항과 비교하면 최대 30배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일본의 주요 항공사의 영업비용에 포함되는 제세 공과금이 10% 수준(세계 평균 6%)으로 높다.

착륙 요금에 따른 과도한 영업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JAL의 파산 관재인인 기업재생지원기구 등은 2010년 12월 일본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간사이공항은 신규 취항하는 항공사에 착륙 요금을 대폭 감소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항공기 연료세도 2011년 세제 개정 때 30% 인하할 방침이다. 운임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새로 LCC를 설립해 특별 운임을 설정하고 싶어도 일본 국내선 운임은 인·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인데도 국토교통성의 지시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운임 설정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운임 설정에서도 사실상의 ‘규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부문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새로운 외국 관광객 수요를 기대하는 일본의 분위기, 일본의 일반 항공사들이 LCC 사업에 소극적인 점, LCC 이용 경험이 있는 일본인이 5%에 불과하다는 점,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경제 대국 일본’을 생각한다면 LCC에 일본 노선은 거대한 시장이 틀림없다.

[트렌드] 외국 항공사, 싼 요금으로 시장 공략
김홍영 법무법인 지평지성 일본전문위원

일본 규슈대 대학원 법학부 박사과정 수료.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방문연구원. 규슈대 법학부 협력연구원. 법무법인 지평지성 일본담당 전문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