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부동산 대책

정부가 3월 22일 고심 끝에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매매가의 2%인 취득세를 1%로 절반으로 낮추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4월부터 부활하는 한편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고 정부가 근시안적으로 접근한 탓에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한 ‘죄수의 딜레마’처럼 합리적이고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하지만 최악의 선택을 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여 안타깝다.

우선 DTI를 한번 살펴보자. DTI는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의미한다. DTI 비율이 40%라면 연소득이 7000만 원인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이자비용 합계액이 2800만 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대출을 규제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입김이라도 불어넣기 위해 지난해 8월 DTI 규제 적용 지역을 올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해제(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는 제외)했다. 정부는 3월 말이 다가오자 DTI 부활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다시 규제의 틀 속에 집어넣었다.
    8.31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가 발표된 30일 서울 강남 개포주공 아파트.2006.3.30(도준석 pado@)
8.31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가 발표된 30일 서울 강남 개포주공 아파트.2006.3.30(도준석 pado@)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추진

정부가 DTI가 마치 부동산 정책의 ‘만병통치약’인양 목숨 걸고 덤빈 이유는 이렇다. 국내총생산(GDP)의 80%인 800조 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DTI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DTI가 가계 부채를 증가시켰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DTI 규제 완화로 미약하나마 주택 거래가 활성화된 측면이 강한 반면 부작용으로 우려된 집값 폭등 사태는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DTI를 아예 폐지하자는 쪽의 설명이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유다. DTI가 막 불씨를 살리려는 부동산 시장의 작은 희망마저 꺼버리는 역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DTI 규제 부활로 실수요자들의 집 구매가 더 어려워져 전세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 DTI 부활을 완충할 방안이 없어 반쪽 대책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취득세 완화는 일단 시장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겠다는 취지에 맞는 데다 매수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득세 인하가 올해 말까지로 한시적인 데다 매매가가 9억 원 초과 주택이나 다주택자의 경우 취득세가 2%(4%에서 인하)로 여전히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땜질식 처방’에 익숙해진 정책 당국의 조급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가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손보지 않고서는 부동산 시장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애써 피하려는 인상이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정치적 타협이 불가피한 정책이다. 정부가 무려 2년 동안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부르짖으며 주택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정치의 벽’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 여야가 정치적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야 합의로 폐지되더라도 강남 3구는 모든 대책에서처럼 예외로 둘 가능성이 높다.

이러는 와중에 주택 전문 건설 업체들은 물론 LIG건설·진흥기업 등 대기업 계열사 건설사들마저 쓰러지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