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신소비 시장

1978년 덩샤오핑이 내건 중국의 개혁 개방은 세계에 ‘공장’을 선사했다. 다국적기업은 저임 노동력, 낮은 환경 비용 및 토지 비용과 세제 우대 등의 혜택을 등에 업고 중국에 앞 다퉈 수출 공장을 세웠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변모하면서 다국적기업에 적지 않은 과실(果實)을 제공했다. 그 시대는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중국이 수출과 투자에 기댄 성장 대신 소비의 기여도가 높은 성장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 위기는 대외 충격에도 내성을 갖도록 내수 중심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YONHAP PHOTO-0545> (110305) -- BEIJING, March 5, 2011 (xinhua) -- The Fourth Session of the 11th National People's Congress (NPC) opens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in Beijing, capital of China, March 5, 2011. (Xinhua/Li Tao) (ly)/2011-03-05 10:34:19/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10305) -- BEIJING, March 5, 2011 (xinhua) -- The Fourth Session of the 11th National People's Congress (NPC) opens at the Great Hall of the People in Beijing, capital of China, March 5, 2011. (Xinhua/Li Tao) (ly)/2011-03-05 10:34:19/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서비스업이 새로운 기회 창출’ 판단

중국의 성장 방식 전환은 서비스업을 키워 성장 동력을 확대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소비 진작의 핵심인 서비스업이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다국적기업에 큰 수익을 제공해 온 중국의 무대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장될 것임을 예고한다.

3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는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해 준다. 중국의 어떤 서비스업이 외국 기업에 커다란 수익을 가져다줄지도 이번 전인대를 통해 윤곽이 드러났다.

이번 전인대에서 심의 중인 정부 업무 보고와 12차 5개년계획(2011∼2015년)을 보면 새로운 중국의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이미 서비스업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외국 기업들도 적지 않다.

‘중국의 서비스산업 육성이 목표에 미달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전인대 개막식 때 발표한 정부 업무 보고에서 11차 5개년계획 기간(2006∼2010년)의 경제를 평가하며 이같이 시인했다.

중국 정부는 5년 전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산업 비중을 43.3%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는 43%에 그쳤다는 게 신화통신의 분석이다.

원 총리는 이 비중을 2015년까지 4%포인트 높은 47%로 확대하겠다며 서비스산업 육성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서비스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도 전체의 41%로 지난해 말보다 5%포인트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새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GDP의 75%, 유럽은 60% 정도를 서비스업이 차지하고 있다.

장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기요금·가스요금·수도요금 등 각종 요금을 이른 시일 내에 제조업과 같은 수준으로 낮추고 금융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제 우대도 늘리고 능력있는 서비스 업체들의 상장과 채권 발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비스산업은 외자 유치 촉진 대상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월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46억 달러 가운데 서비스업 투자는 46.8%를 차지했다. 1년 전에 비해 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국유 기업이 독점해 온 상수도 등 공공사업과 사회사업 및 금융 서비스업에 대한 민간 자본의 진입을 가로막는 유·무형의 장벽을 낮추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15년까지의 서비스산업 육성 계획을 올 상반기 중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생산형 소비에 세제 금융 등의 분야에서 우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생산형 소비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 연구·개발 물류 기술 지원 서비스 등을 말한다.

서비스업 육성책은 각 지방정부의 발전 전략에도 포함돼 추진된다. 광둥성·홍콩·마카오를 아우르는 주장 삼각주 발전 계획에 따르면 지역 GD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비중을 2012년까지 53%로, 2020년까지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홍콩의 서비스산업 노하우가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콩은 금융과 물류 등 서비스업이 GDP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리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내수형 서비스업은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하는 동시에 고용 창출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전자상거래·문화·관광산업 키운다
스포츠·의료·실버 시장에도 관심

중국은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어떤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것일까. 원 총리는 신소비를 육성하겠다며 그 사례로 우선 전자상거래를 꼽았다. 이를 위해 농촌과 중소도시에도 광대역 통신망과 지리 정보 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내수 시장 공략이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중국의 타오바오닷컴과 손잡고 인터넷을 통해 중국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같은 사례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꼽은 또 다른 신소비 대상은 문화·관광·스포츠·의료·실버 시장 등이다. 특히 문화 산업을 국가 지주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라디오·TV·영화·미디어·출판 산업을 키우고 갤러리·박물관 등도 대거 늘리고 외국과의 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한류(韓流)가 중국의 문화 산업 육성책을 등에 업는다면 세계시장에 함께 뻗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기획력, 중국의 콘텐츠와 자본을 결합한 모델이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자상거래·문화·관광산업 키운다
관광 분야에선 올해 신해혁명 100주년과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기념해 관련 유적지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이난 섬에 이어 상하이에도 면세 구역을 만들어 관광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상하이시는 2015년까지 중국의 첫 디즈니테마파크가 세워질 곳을 관광단지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이 단지에 면세 구역이 조성될 예정이다.

스포츠와 관련해선 레크리에이션 산업을 구체적인 육성 대상으로 꼽았다. 의료 서비스도 집중 육성 대상으로 정하고 이를 위해 외국 자본의 병원 설립 등 현지 의료 시장의 접근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흐름을 읽고 이미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외국 기업들도 적지 않다. 도쿄에 있는 컴포트라이프는 일본의 투자자들과 손잡고 중국의 다롄에 2012년까지 노인 요양원을 세울 계획이다.

또 다른 일본 기업 롱라이프는 칭다오에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오는 10월부터 시작하고 2020년까지 중국 전역 50곳에서 서비스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1억1000만 명에 이르고 2050년까지 4억 명 이상으로 늘어날 중국의 실버층을 겨냥한 행보다.

급성장하는 중국인의 해외 관광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외국계 항공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저가 항공사인 제트스타아시아는 중국의 구이린을 잇는 항공편을 추가했다.

2009년 하이난의 하이커우와 광둥성의 산터우를 잇는 항공편을 개설한데 이은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도 이미 톈진·항저우·청두·광저우·구이린 등 7개 중국 도시를 잇는 항공편을 운항 중이다.

비자카드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다르면 중국인들은 향후 2년간 최소 7차례의 관광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건은 해외로 나갈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해외 관광에 나서는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각국 정부와 관광 업계의 유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1993년 374만 명 수준이던 중국인 해외 관광객은 지난해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 해외 관광객이 2020년에는 1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시장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급팽창할 것을 예고하는 지표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