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패션 트렌드 따라잡기

2011년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남성들이 무엇을 어떻게 입어야 할까. 만약 잘 모르겠다면 2011년 트렌드를 알아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해가 바뀌면 언제나 몇 가지의 새해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겠지만 그중에 자신의 겉모습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의지를 추가하는 것은 어떨까.

2011년 패션 경향의 대세는 물론 미니멀리즘과 밀리터리다. 더욱 깊이 들어가면 이 두 가지 경향은 클래식이라는 커다란 화두가 밑바닥에 깔려 있으며 그것을 좀더 극대화하기 위해 아메리칸 클래식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필자가 던지는 이야기를 가볍게 들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 & 뷰티] 영원한 연인 ‘켄’…살아있는 패션 교과서
최근에 필자는 ‘바비 & 켄 어워드(BARBIE & KEN AWARDS)’라는 재미있는 행사에 다녀왔다. 한국의 바비는 황정음 씨, 켄은 김범 씨가 선정됐다. 필자는 우연히 그 파티에 초청돼 젊은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관람했다.

그날 그곳에서 바비의 ‘궁극적’인 남자 친구 켄을 제대로 보았다. 더욱이 켄이라는 인형의 스타일에서 요새 유행과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아메리칸 클래식을 볼 수 있어 기뻤다.

바비의 완벽한 남자 친구인 켄은 1961년에 탄생했으며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턱시도를 입을 때도, 캐주얼을 입을 때도 절대 변하지 않는 켄만의 스타일이 확고하다.

머리는 소위 말하는 2 대 8 가르마를 타고 실용적이며 품위를 잃지 않는 캐주얼을 입고 자연스럽고 본인을 돋보이게 하는 스타일이야말로 바비의 완벽한 남자 친구 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비의 친구 켄은 슈트를 입을 때도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다. 때로는 튀게 혹은 적당한 선에서 슈트와 같은 색의 신발을 맞춰 신고 바지 길이는 약간 짧고 발목이 살짝 보이게 입는다.

최근 한국 연예인들에게도 확산됐고 일반 직장인들도 양복에 스니커즈 하나쯤은 매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다. 또 연미복에 어울리는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턱시도 슈즈가 아니라 약간은 투박해 보이는 윙팁 구두임을 고려해볼 때 켄은 아메리칸 실용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켄의 스타일링은 미국 패션을 이끄는 도나 카란의 패션 정신이기도 하다. 슈트를 갖취 입은 채 전철을 타고 오가는 뉴욕의 직장인들을 기억하는가. 한국 남성은 양복바지 길이를 항상 길게 입는다.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명쾌하게 말하고 싶다. 다리가 절대로 더 길어 보이지 않는다.

켄처럼 슈트 입기
[패션 & 뷰티] 영원한 연인 ‘켄’…살아있는 패션 교과서
양복바지의 알맞은 길이는 구두 굽을 살짝 덮는 길이, 즉 바지 앞섶이 아주 약간만 구부러질 듯 말 듯 맞춰야만 한다. 켄으로 선정된 김범 씨가 입은 턱시도 바지 길이를 참고하면 가장 정답일 듯하다.

뉴욕의 직장인과 비교해 볼 때 한국 직장인이 훨씬 촌스러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바지 길이에서 온다. 이제 필자는 대한민국 전 직장인이 켄처럼 바지 길이를 제대로 알고 입어주길 학수고대할 뿐이다.

켄의 스타일로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슈트는 필자가 가장 좋아한다. 켄이 추구하는 스타일과 가장 잘 어울리는 디자이너는 아메리칸 클래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톰 브라운이다.

톰 브라운이 이탈리아의 것에 비해 매력이 없다고 치부해 온 미국식 슈트를 새롭게 조명했고 사람들이 아메리칸 스타일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아메리칸 스타일 열풍이다. 개인적으로 톰 브라운이 디자인한 슈트를 켄이 입는다면 가장 미국적인 두 사람이 만나 완벽한 궁합을 보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켄처럼 캐주얼 입기

켄의 특성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는 ‘야구 잠바’라고 불리는 스타디움 점퍼라고 할 수 있다(필자도 켄을 보고 MLB의 한정 가죽 스타디움 잠바를 구입하기도 했다). 야구 잠바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에선 대학교 학과 잠바를, 미국에서는 장식무늬가 달린 점퍼를 뜻한다.
[패션 & 뷰티] 영원한 연인 ‘켄’…살아있는 패션 교과서
이 점퍼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실용성 있고 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수많은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야구 잠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디올 옴므에는 항상 스타디움 점퍼가 등장했고 발렌시아가 역시 매년 스타디움 점퍼가 등장했다.

2009년에 이승기와 강동원 씨가 발렌시아가 09 FW 스타디움 점퍼를 입고 나와 인기를 끌었던 것을 조금만 패션에 관심 있는 남성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디움 점퍼를 꼭 고가의 브랜드로 선택할 필요는 없다. 스타디움 점퍼가 유행을 지나 지금은 하나의 기본적인 클래식 캐주얼 아이템으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이 아이비 룩을 즐기는 남성들이 패셔니스타 대접을 받고 있고 그 룩의 대표 아이콘은 다름 아닌 바비의 남자 친구 켄인 것이다.

스타디움 점퍼는 화려함보다는 시크한 색상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블랙 or 그레이). 화려하고 장식무늬가 많은 제품보다 깔끔하고 시크한 색상의 날렵한 제품을 선택하고 또한 스타디움 점퍼라는 특성상 한 가지 정도의 포인트를 주는 디테일이 좋다. 야구 잠바는 기존의 실루엣과 달리 조금은 더 슬림한 실루엣으로 입도록 한다.

가죽 소매와 울 소재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면서 입는다면 캐주얼하기만 한 게 아니라 세련된 남성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제는 그냥 야구 잠바가 아닌 시크한 스타디움 점퍼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대충 걸치는 옷이 아니라 하나만 입어도 세련된 느낌이 살아나는 아이템이다.

이처럼 지난겨울과 올봄에는 야구 잠바 혹은 스타디움 점퍼를 통해, 그리고 이제는 기본적인 아이템이 되어버려 유행에도 민감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해 보시는 건 어떨까.

원래 패션의 교과서는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 등이지만 인형을 통해서도 습득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남성들이여, 이제 바비 인형 같은 여자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그의 완벽한 남자 친구인 켄을 벤치마킹해 보는 것은 어떨까.

50년 동안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해 왔고 늘 세련되게 스타일링하는 인형보다 초라한 자신이 되지 말도록 스타일링에도 신경 쓰자. 켄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되게 지난 50년 동안 한결같이 보여준 아메리칸 클래식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당신도 2011년에 최고의 멋쟁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패션 & 뷰티] 영원한 연인 ‘켄’…살아있는 패션 교과서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1994년 호주 매쿼리대 졸업. 95~96년 닥터마틴 스톰 마케팅. 2001년 홍보 대행사 오피스에이치 설립. 보그, 바자, 엘르, 지큐, 아레나 등에 칼럼 기고. ‘250,000,000 버블 by 샴페인맨’ ‘행복한 마이너’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