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중국에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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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2010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스물여섯 살의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배경 인물.

하버드대 3학년 때인 2004년 페이스북을 만들어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키운 천재. 바로 이 저커버그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는 일이지만 저커버그의 이번 중국행은 유난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페이스북 통계 전문 소셜베이커스에 따르면 페이스북 이용자는 5억8500만 명입니다. 2010년 12월이나 2011년 1월 중에 6억 명을 돌파할 것 같습니다. 인구수로 따지면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국가에 해당합니다.

이런 페이스북이 유독 맥을 못 추는 국가가 4개 있습니다. 싸이월드가 버티고 있는 한국, 믹시가 있는 일본, 역시 현지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는 러시아, 그리고 페이스북을 차단한 중국입니다. 저커버그가 중국에 간 것은 바로 시장을 뚫기 위해서입니다.

쓰촨 지진 때 원자바오 총리 페이스북 사이트 개설

저커버그는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 중국 최대 검색 업체인 바이두를 방문해 로빈 리 CEO를 만났고,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의 왕젠저우(王建宙) 회장과 중국 인터넷 포털 선두주자 지나의 찰스 차오 CEO도 만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이들과 구체적인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협의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중국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얘기죠. 저커버그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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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문을 앞두고 저커버그가 매일 한 시간씩 중국어를 공부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떻게 공부했는지,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커버그는 중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습니다.

여자 친구인 프리실라 챈이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하버드대 2학년 때 만났다니까 사귄 지 7~8년쯤 됐죠. 저커버그는 이런 인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 진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이 중국에서 이용자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2008년 5월 쓰촨 지진이 터졌을 때 원자바오 총리가 페이스북 사이트를 개설해 지진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지지 댓글을 달았죠. 원자바오는 단숨에 3만 명의 서포터즈를 확보해 정치인으로는 랭킹 7위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사이트가 사라지고 중국 정부가 페이스북을 차단했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중국 정부가 페이스북을 차단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든 트위터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란 점에서 각광받고 있는데, 바로 이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정부 발언이 걸러지지 않은 채 나돌기 시작하면 폭풍처럼 들이닥칠 민주화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 정부가 구글에 ‘천안문 사태’와 같은 단어가 검색되지 않게 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중국에는 이미 페이스북과 비슷한 서비스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Q존이 대표적이죠. 페이스북이 지금 당장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페이스북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과연 중국 정부의 사전 검열 요구를 들어주느냐 여부입니다.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중국 시장을 손에 넣을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잃게 됩니다. 천재 저커버그가 과연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