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슈로더투자신탁운용 본부장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겠습니다.” 얼마 전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계 독립 자산운용사인 슈로더투신운용이 해외 펀드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슈로더투신운용은 김상철 국내주식운용 본부장을 삼성자산운용에서 영입했다. 김 본부장은 1995년 삼성생명 주식운용팀을 거쳐 2002년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팀을 담당하는 등 15년여 동안 삼성 내 자산운용 부문에서 활약해 온 펀드매니저다.

더욱이 그는 상향식 종목 분석에 중점을 둔 펀드 운용을 통해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 그가 운용해 온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대표 펀드 중 하나인 ‘당신을 위한 리서치 펀드’와 ‘삼성 웰스플랜 펀드’ 등이다.

10년 단위로 주도주 바뀌어
[투자 고수와의 대화] 미래 이끌 '슈퍼 사이클'에 투자해야
김 본부장은 앞으로 주식시장은 세 가지 ‘슈퍼 사이클’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슈퍼 사이클은 향후 10~2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일련의 환경을 총칭하는 것으로 이미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개념이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10년을 기준으로 각각 그 기간을 주도했던 주식이 있다고 한다. 1970년대는 건설주, 1980년대는 증권주. 1990년대는 전기전자, 2000년대는 철강 및 운수 장비가 그것이며 2010년대의 한국 증시는 바로 슈퍼 사이클 관련주들이 새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구조의 변화, 기후변화,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의 고성장이 향후 세계경제를 이끌 것입니다.” 김 본부장이 말하는 첫 번째 슈퍼 사이클은 ‘인구구조의 변화’다. 2008년 기준 전 세계 인구는 67억 명이다. 김 본부장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인구 증가의 98%가 신흥시장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국은 급격한 고령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신흥시장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에 따른 중산층의 빠른 증가, 한국 등에서 이뤄지는 고령화는 세계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김 본부장은 “고령화에 따른 자산관리, 보험 및 증권 관련주가 힘을 받을 것이며 더불어 헬스케어 건강 및 바이오시밀러 등 제약 부문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 그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온라인·모바일 게임과 쇼핑, 스마트폰, 여가 여행 관련 종목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슈퍼 사이클은 ‘기후변화’다. 김 본부장은 “기후변화는 각 국가들의 정책적 지원 아래 이미 ‘신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질 만큼 강력한 경제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탄소 및 매연의 절감과 관련해 이산화탄소를 모으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 또는 차세대 원전 개발 등과 관련된 기업의 비전이 밝다. 또 그는 2차전지·바이오·태양광·발광다이오드(LED)·유기발광다이오드(OLED)·스마트그리드 등 그린 에너지 관련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이 강조하는 세 번째 슈퍼 사이클은 브릭스 등 신흥시장의 고성장이다. 김 본부장은 “신흥시장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과거 10년 평균 선진국 대비 4% 이상의 초과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아울러 신흥시장 내 중산층이 확대됨에 따라 관련 국가의 소비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브릭스 국가들 내 중산층은 2005년 12억 명 수준이지만 2025년이면 30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김 본부장은 중산층의 확대에 따라 럭셔리 제품 등 고급화 관련 기업, 자동차, 백화점 등 소비 확대 관련 업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신흥국의 도시화 및 인프라 개발 노력에 따라 수자원·전력·도로·철도·물류·철강·석유화학 등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신흥국의 개발에 따라 원자재 수요도 늘어 석유·석탄 및 희귀금속 원자재 관련 업종도 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2011년 주식시장을 밝게 전망했다. 그는 “내년 주식시장은 ‘코스피 2000 안착과 3000으로의 새로운 도약’이라는 말로 짧게 정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밝은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근거로 가계의 주식 투자 비중 확대, 양호한 경기선행지수, 한국 기업의 이익 수준 향상, 증시 변동성 축소, 유동성 확대 및 이에 따른 주가 재평가 등을 들었다.

“내년 주식시장은 새로운 도약의 해” 될 것

“미국과 일본의 가계 자산 중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0~65%, 55~60%에 달합니다. 반면 한국의 가계 자산 중 금융자산은 40% 수준에 불과하죠. 더구나 이 중 주식 자산은 5% 미만입니다. 향후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높지 않고 채권 역시 저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 주식 시장에 투자되는 돈은 더 늘어날 게 분명합니다.”
[투자 고수와의 대화] 미래 이끌 '슈퍼 사이클'에 투자해야
김 본부장은 또 주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기선행지수가 올해 말쯤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내년 주식시장이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로 꼽았다. 더욱이 코스피지수 2000 시대를 열었던 2007년 한국의 상장사 순이익이 58조 원이었는데 올해 예상되는 상장사 순이익은 88조 원에 이르며 내년에는 순이익이 101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내년 중 주가지수 2000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으며 여기에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더해지며 주가지수 3000선을 향해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이 같은 그의 철학과 전망을 기반으로 ‘슈로더 슈퍼 사이클 코리아 펀드’를 운용 중이다. 더욱이 이 펀드는 선택과 집중 투자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즉, 일반적인 시가총액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에서 벗어나 슈퍼 사이클 환경 하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30여 개의 주식을 선택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종목을 선정할 때에는 성장성, 기업에 대한 정성적 평가, 지속 가능 경쟁 우위, 밸류에이션 등을 감안해 저평가 종목을 선정하는 상향식(Bottom-up) 분석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제가 좋아하는 업종이나 기업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아예 꺼두는 기업은 분명합니다. 바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거치지 않은 종목, 지나치게 정부의 정책에 좌지우지되는 종목, 역사가 너무 짧아 몇 번의 위기와 극복이라는 사이클을 겪어보지 않은 종목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한편 슈로더는 1804년 설립된 영국 소재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전 세계 25개국 32개 지역에 투자 운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슈로더는 2010년 9월 기준 약 325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며 애널리스트 156명, 펀드매니저 176명 등을 포함해 총 2689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슈로더는 1976년부터 한국 관련 업무를 시작했으며 1987년 설립된 코리아유럽 펀드, 1993년 설립된 슈로더서울 펀드 등 2개의 한국 투자 전용 펀드와 아시아 지역 투자 펀드 및 이머징 마켓 펀드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2001년 7월에는 한국 현지법인인 슈로더투신운용을 설립, 국내 투자자들을 위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약력 : 1969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경영학 석사. 95년 삼성생명. 2002년 삼성자산운용. 2010 슈로더투자신탁운용 국내주식운용 본부장(상무).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