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때의 마음가짐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향후 증시 전망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속출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을 낙관하고 있다.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2200에서 2400을 기대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연초만 하더라도 비관론이 주류를 이뤘는데 격세지감이다. 주식시장처럼 관성의 법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도 드물다. 비관은 비관을 부르고 낙관은 낙관을 부른다. 그것이 바로 ‘쏠림 현상’ 곧 ‘군중심리’다.

그래서 ‘시세는 시세에 물어보고 시장은 시장에 물어보라’는 증시 격언이 생겨났는지 모른다. 시장 참여 주체들이 특정 주식·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에 따라 주가와 지수의 궤적이 후행적으로 그려져 나가기 때문이다.

필자가 그간 숱한 시행착오 끝에 깨우친 것은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외국인·기관·개인) 간의 역학 관계와 그것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군중심리만큼 주식시장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주식 투자는 ‘나’와의 싸움이다

어떠한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도 이에 앞설 수 없다. 주식 투자는 나와 다른 남, 불특정 다수가 모여 벌이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따라서 내 생각보다 남의 생각, 나아가 군중의 생각과 심리를 제대로 읽어내고 파악해야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손자병법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남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 성공 투자의 핵심 포인트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주변의 생각과 견해, 그리고 시장의 행태를 제3자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내 생각과 견해가 다를 수도 있다는 의심의 눈으로 스스로를 검증해 나가고 있다.

주식에 투자할 때 잘못된 판단과 그것에 대한 아집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또 각각의 불완전한 개체들이 모여 빚어내는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것은 더욱 위험천만한 일이다.

주식 투자는 외견상 남들과 벌이는 전쟁이기 이전에 자신의 내면을 지배하고 있는 ‘또 다른 나’ 곧 ‘내면의 군중’과의 싸움인 것이다. 어쩌면 가장 극복하기 어렵고 제압하기 어려운 적이 바로 ‘나’인지도 모른다.

주식 투자로 크게 성공한 투자자들을 보면 대부분 큰 실패와 좌절을 겪어본 경험이 많다고 한다. 자살 직전의 상황에 내몰려 본 처절한 경험을 딛고 나서야 주식에 눈을 떴다는 경험담도 자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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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한계상황에 내몰리면 객관적이 된다. 자살을 결심한 투자자는 세상과 자신에 대해 욕심을 접는다. 그토록 집요하게 쥐고 있던 탐욕과 욕망의 끈도 놓게 된다. 그토록 두렵게 생각했던 죽음의 공포에서도 초연해지고 그토록 아등바등 몸부림쳤던 세상을 나그네나 역외자(域外者)처럼 관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탐욕·공포·집착·조급증 등 군중심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해방되는 극한 훈련을 통과한 셈이다. 그래서 재기하고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필자는 결코 자살 예찬론자가 아니다. 또 모든 투자자가 이 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를 붙들어 매고 얽매고 있는 자기 내부의 ‘또 다른 나’인 군중심리를 벗어버려야만 성공하는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왠지 주식 투자가 힘들고 노력한 만큼의 성과나 결실이 나지 않을뿐더러 이 좋은 장에서도 손실이 계속 나고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을 냉철히 뒤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부지런히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 나가야 하지만 남 못지않은 교육을 받고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췄는데도 실패가 반복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필자는 사회적 지도층이랄 수 있는 소위 인텔리 그룹에 속한 분들 가운데서도 이러한 딜레마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자주 봤다. 배울 만큼 배우고 알만큼 아는데 주식 투자에서는 왠지 바보가 되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는 결코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기본 지식이 있어야 경제 현상이나 기업을 분석하는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덕목은 투자 주체들의 심리와 행태를 꿰뚫어 볼 줄 아는 ‘게임의 안목’이다.

필자가 올봄 한 대학에서 상경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펀드매니저 지망생이 그렇게 많을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질문이 졸업 후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은데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집중됐다.

필자는 이렇게 답한 기억이 난다. 경기 현상을 잘 분석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고, 산업과 기업을 이해하려면 경영학과 회계학을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나 투자자로 성공하려면 사회학과 심리학을 반드시 공부하라고 조언해 줬다.

다시 말하면 나와 다른 남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모인 시장에 대해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해야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 것이다.

사실 주식 투자에서 중요시되는 ‘감각(Intuition)’도 따지고 보면 투자 심리를 제때에 제대로 파악할 줄 아는 능력에 다름 아니다. 주가는 ‘비관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말처럼 올해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다.

그 와중에도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16% 정도 상승했다. 연초에 많은 전문가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지만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과 대표 기업들의 선전에 힘입어 뭇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한 저력을 보여줬다.

정보기술(IT)·자동차·화학·기계·지주회사 등 5개의 주도주군이 번갈아 가며 화려한 시세를 뽐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어디를 보아도 아직 과열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래소 시장의 핵심 주도주군이 시장을 견인하다 보니 오르는 주식만 오르고 대부분의 주식들은 연초의 주가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들의 심리는 아직 5부 능선

이러한 차별화 장세의 배경은 이번 상승장을 이끌고 있는 주체가 외국인과 연·기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문형 랩 어카운트가 활성화되면서 약 5조 원 정도가 투자 자문사로 몰렸다.

10개에서 15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사 포트폴리오 특성상 핵심 우량주와 핵심 주도주에 집중 투자되면서 주가 차별화를 더욱 심화됐다. 여기에 일부 자산 운용사도 포트폴리오 압축에 나서면서 핵심 우량주의 수급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대형주가 연초 대비 18% 오르는 동안 중소형 지수 상승률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참여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은 오히려 연초 대비 3% 정도 하락한 상태다. 개인 투자자나 중소형주 위주로 운용하는 운용사들이 상대적으로 고전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을 대비한 각종 투자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내년 전망에 대해 낙관론이 부쩍 많아진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아직 과열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으로 판단된다.

연초에는 전문가 그룹 가운데 비관과 낙관의 비율이 7 대 3 정도로 비관이 주류를 이뤘는데 지금은 그 비율이 거꾸로 3 대 7 정도로 바뀌었다. 다시 말하면 전문가 그룹의 군중심리 시계는 7부 능선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군중심리의 주인공인 개미 투자자들의 시곗바늘은 이제 5부 능선에도 못 미치고 있다. 최근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가 발표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 지표를 보면 향후 장세를 낙관하는 비율이 49.7%로 아직 50%를 밑돌고 있다.

필자가 강연회에서 만나본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의 심리 지수는 이보다 더 낮다. 필자가 아직은 시장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핵심 주도주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절묘한 순환매로 과열을 식히면서 상승한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주식시장의 속성상 상승 파동이 마무리되려면 반드시 탐욕을 수반한 과열 국면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온라인 주식거래가 활성화돼 객장이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비는 일이야 없겠지만 동창회 모임이나, 친목계 모임에서 너도나도 주식이나 펀드로 돈을 벌었다는 무용담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그리고 자산 운용사와 투자 자문사, 증권사의 일손이 모자라 긴급 채용 공고가 나붙어야 한다. 아무쪼록 이번 연말의 각종 송년 모임을 통해 군중심리의 시계가 몇 시를 가리키는지 역외자의 눈으로 파악해 보자. 그리고 거기에서 투자의 혜안을 얻어 보자.
[최남철의 투자 X파일] 나를 다스려야 돈이 들어온다
최남철 증권 칼럼니스트 serodasi@naver.com

‘꿈의 기울기에 투자하라’의 저자. 1988년 국민투자신탁 펀드매니저를 시작으로 푸르덴셜자산운용 등을 거쳐 현재 새로다시투자클리닉(cafe.naver.com/serodasi)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