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순위 점령한 ‘애플 트리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닥치면 그해의 최고 하드웨어 제품이 판가름 납니다.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순위가 발표되고 크리스마스 직전에 품귀 현상을 보이는 제품도 등장합니다. 닌텐도 ‘위(Wii)’ 게임기도 그랬고 아마존 e리더 ‘킨들’도 그랬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미국과 영국에서 발표된 크리스마스 선물 희망 목록 상위권을 애플 제품이 휩쓸었습니다. 올해는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애플 크리스마스’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배터리 메이커인 듀라셀이 10월 중 5~16세 영국 어린이 2000여 명을 대상으로 가장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1위는 아이폰4, 2위는 아이팟터치, 3위는 아이패드…. 애플의 ‘아이(i) 트리오’가 1, 2, 3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이폰4는 올해 나온 최신 스마트폰이고 아이팟터치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이고 아이패드는 태블릿이죠. 갖고 싶은 선물 톱10에서 애플 트리오가 차지한 비율은 66%. 3명당 2명꼴로 애플 제품을 꼽은 겁니다.

미국 어린이들도 비슷합니다. 시장조사 기업 닐슨이 10월 중 6~12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는데, 첫 번째가 아이패드입니다. 31%. 미국 어린이들은 통이 큰가 봅니다.

공동 2위는 아이팟터치와 컴퓨터로 각각 29%입니다. 4위는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DS로 25%입니다. 공동 5위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 아이폰을 제외한 스마트폰과 휴대전화입니다. 각각 21%. 아이폰은 텔레비전, 닌텐도 3DS와 함께 10위입니다.

절정기에 오른 애플
이번 크리스마스에 주목 받는 애플 제품이 ‘아이 트리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체인지웨이브가 11월 초 미국인 2812명한테 물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떤 디지털 제품을 사고 싶은지.

노트북을 사겠다는 응답자가 부쩍 늘었는데 애플 때문이랍니다. 애플 맥북을 사겠다는 응답자가 36%로 한 달 전에 비해 11%포인트나 올랐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10월 20일 발표한 맥북에어 신제품 2종입니다. 성능은 좋아지고 가격은 떨어졌다는 제품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영국과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반격이 거세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삼성은 디지털 디바이스 분야에서 애플에 정면 도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갤럭시S로 아이폰에 맞섰고 갤럭시탭으로 아이패드에 맞섰습니다. 머잖아 갤럭시플레이어로 아이팟터치에 맞섭니다.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터치 등 애플의 ‘아이 트리오’와 ‘갤럭시S-갤럭시탭-갤럭시플레이어’ 등 삼성의 ‘갤럭시 트리오’는 숙명의 대결을 벌여야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는 ‘애플이 절정에 오른 해’이고 이번 크리스마스는 ‘애플 크리스마스’입니다. 애플은 올해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쳤습니다. 분기 매출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월했습니다.

‘윈도’ 하나로 4반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고전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애플을 뒤쫓는 형국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7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최근 나왔지만 아직 아이폰의 적수는 못 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보여줄 게 아직도 남아 있을까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두 가지씩 있습니다. 잡스는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창의적인 기업 문화는 하루아침에 따라 하기 어렵죠.

아이튠즈-앱스토어-아이북스로 이어지는 에코 시스템도 그렇습니다. 약점은 잡스가 수술을 두 차례 받은 만큼 건강하지 않다는 점과 HP·삼성·에이서 등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과연 내년에도 ‘애플 크리스마스’가 재현될까요.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