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역시 내년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톱다운(top-down) 어프로치도 해보고 바텀업(bottm-up) 어프로치도 하고 있다. 톱다운은 글자 그대로 가장 큰 물줄기인 경제를 상단에 놓고 그에 따라 주식시장을 전망하고 종속적으로 좋아질 산업과 나빠질 산업(기업)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경제가 좋아야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지극히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다. 반면 바텀업은 기업 실적을 가장 중요시하며, 이로부터 거꾸로 주식시장을 전망하는 방식이다.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들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주가도 상승하며, 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강세장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는 접근 방식이다.
옳고 그름은 없다. 각자 자기 스타일에 맞는 주식 투자 전략을 세우고 그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 애널리스트·스트래티지스트·이코노미스트 등을 총괄하는 리서치센터장으로 있다. 전체를 총괄하다 보니 바텀업보다 톱다운에 더 익숙해져 가는 느낌이다.
물론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년 주식시장은 바텀업보다 톱다운 방식이 더 적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2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정치적 경기순환론(Political Business Cycle)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경기순환론은 다음과 같다.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거 이전에 경기 호황이 이뤄지도록 확장정책을 사용하는 반면, 선거 후에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기 때문에 정치적 경기 순환이 이뤄진다는 이론이다.
필립스(Philips) 곡선에 따르면 정부는 저물가와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의 이상적인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두 가지 경제 지표의 다양한 조합 중 정부가 선거 직전에 가장 많은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합이 나타나게 경제정책을 조정한다는 것이 정치적 경기순환론의 핵심이다.
주식시장의 사례를 통해 정치적 경기순환론을 살펴보자. 미국 대통령 선거는 주식시장에 주기적인 패턴을 만들어 왔다. 1945년부터 2007년까지 주가수익률을 보면 중간선거를 기준으로 임기 전반의 수익률은 9%였다. 그러나 임기 후반의 수익률은 17%까지 상승했다. 임기 초보다 임기 후반에 상대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둔 큰 이유는 경제성장률 차이 때문이다.
임기 1~2년 차 경제성장률은 3.0%였지만 집권 후반기의 경제성장률은 4.0%까지 1%포인트(즉 33%) 높아졌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2009년 1월 취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 초기는 전 정권에서 발생했던 금융 후유증으로 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에는 경기가 정상화되면서 여러 확장정책을 통해 다음 선거를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전·후반을 나누는 분기점은 중간선거이며 임기 2년 차 4분기에 치르는데, 올해는 11월 2일이다. 중간선거를 기준으로 과거 사례를 분석해 보자. 미국은 1942년부터 중간선거를 17번 치렀는데 중간선거가 있던 해의 가장 큰 특징은 선거가 있는 4분기부터 주식시장 상승세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1942년부터 중간선거가 있는 4분기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7번 중 15차례 상승, 분기 평균 상승률도 8%로 매우 높았다.
더 중요한 것은 중간선거 다음 해(pre-election)에도 강한 상승 랠리가 전개됐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 정치적 경기 순환이 이뤄진 사례이며, 필자가 11~12월을 포함해 내년 주식시장을 좋게 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이 큰 그물을 준비해 몰려오는 물고기 떼를 낚을 때가 온 것이다.
![[경제 산책] 정치와 주식 시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7233.1.jpg)
1964년생. 87년 연세대 수학과 졸업. 93년 연세대 경제학 석사. 99년 현대증권 기업분석팀. 2003년 LG투자증권 기업분석팀. 2006년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09년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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