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진의 남성 upgrade_23

남성은 음경에 자존심을 걸지만 성관계 파트너인 여성들은 페니스의 크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 다만 경험 많은 여성은 성적으로 만족할 때까지 남자가 버텨 주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1970년대에 미국의 성의학자 마스터스와 존슨은 삽입 섹스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경 길이가 5cm라고 자신의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는 ‘음경의 기능은 길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해부학적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즉 여성의 안쪽 질이 무감각하다면 아무리 음경이 길어도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여성의 질 안쪽 3분의 2는 신경의 분포가 적으므로 자극에 대해 둔감하고 나머지 질구에서 3분의 1까지가 성적으로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입구에서 전체 길이의 3분의 1 부분만이 유효하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사실 여성의 질 속의 성감대라고 알려진 지스폿(G-spot)도 질 입구에서 3분의 1 지점 안에 분포돼 있다.

[Medical Column] 남성 음경 크기의 심리적 중요성
‘음경 기능은 길이와 관계 없다’


만약 질의 길이가 12cm인 여성은 남성의 음경 길이가 4cm만 되어도 충분히 성감 있는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남성의 음경 크기가 여성의 질보다 커서 삽입이 안 된다면 큰 음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음경의 크기는 질의 크기에 좌우된다는 음경진화설을 보면 재미있다. 어느 정도 음경의 크기에 대해 여성의 질은 상대적으로 매우 탄력적으로 적응하게 되어 있다.

음경은 질의 팽창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크기로 한정돼 있다. 질은 신생아의 머리가 통과하는 산도(産道)이면서 음경이 삽입되는 통로다. 아무리 큰 음경이라도 아이의 머리 둘레만큼 큰 음경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현대 인류는 과거 구석기시대보다 머리의 용적이 점점 커져 갔다.

뇌가 발달하면서 지금의 머리 또한 커졌다. 신생아의 머리가 커지면서 질의 탄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질의 입구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페니스도 커졌다. 역으로 말하면 질이 아이의 머리가 빠져 나올 만큼 커지면서 또한 질 크기에 맞춰 음경의 크기도 질 못지않게 커졌다는 이론이다. “음경이 귀엽다”는 말은 남성에게 치명적이다.

더욱이 사랑하는 애인이 이런 말을 한다면 더욱 낙심할 것이다. ‘버버리맨’은 롱코트 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으슥한 곳에 있다가 여성이 나타나면 자신이 음경을 내보인다.

갑작스러운 음경 노출에 여성이가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 이 남성은 자신의 음경이 어떤 힘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하물며 놀라기는커녕 음경이 귀엽다는 말은 남성 존재감의 확신을 산산조각 나게 한다.

여성들이여, 남성들에게 “음경이 귀엽다”고 말하는 것은 십중팔구 “집에 가서 음경 좀 키우고 와”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필자의 남성클리닉에서도 이런 얘기를 듣고 불편한 마음을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음경 확대 수술을 결정하는 열등감을 가진 수컷들을 많이 본다. 같은 남성으로서 서글픈 얘기다.

정력, 생식력, 성적 매력, 성욕, 성공…. 무수한 남성들에게 이 개념들은 커다란 페니스와 연관돼 생각한다. 남성들은 단순하기 때문에 페니스에 집착할수록 자신의 페니스는 작다고 생각한다.

‘급행 선로 속의 섹스(Sex in the fast lane)’의 저자인 정신과 전문의 지포드 체이스는 평균 이상의 페니스를 가진 남성들은 이 페니스 노이로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반면 작은 페니스와 정상 크기의 페니스를 가진 남성은 자신들의 삶 속에서 부적절감을 느끼며 고통 받고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런 부적합한 느낌은 우리나라의 스포츠 일간지에서 볼 수 있는 음경 확대 수술 광고 문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남성들은 음경 확대 수술을 통해 커다란 페니스를 가진 삶을 맛볼 수 있다는 심리적 기대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음경 확대 수술은 사이코서저리(psycho-surgery)라고 불리기도 한다. 음경이 커져 남성이 위안을 받고 이에 따라 행복감을 갖게 된다면 안전하고 경험 많은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인생을 사는 한 지혜다. 다만 이미 큰 사람이 더 크게 하는 것은 금물이다. 욕심이기 때문이다.


[Medical Column] 남성 음경 크기의 심리적 중요성
박천진 강남 J비뇨기과 원장

1991년 연세대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전립선·남성의학). 미국·대한비뇨기과학회·남성과학회·전립선학회 정회원.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 전 수도통합병원 비뇨기과과장. 강남J비뇨기과 대표원장(현). www.man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