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인생의 복사판’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골프는 삶의 스승이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일을 필드에서 경험하니 말이다. 지난 삶과 18홀 경기를 분석해 보면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난관과 예기치 못한 장애를 극복하면서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달려간다. 골프도 홀에 공을 빨리 집어넣어야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그 중간에는 숲이 가로막고 있고, 때로는 물을 건너야 하고, 그린 앞에는 벙커가 있게 마련이다. 쉽게 정복할 수 없는 골프의 운동 방식이 우리의 삶을 투영하고 있기에 골프가 사랑받는 운동인 것 같다.
우리네 인생처럼 골프는 희로애락이 있는 수많은 사건으로 연결돼 있다. 삶에서 경험하는 좌절감은 18홀 내내 우리를 따라다닌다. 물에 빠지기도 하고 숲이나 풀숲에 들어간 공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잘 맞은 공이 바람을 타고 해저드에 빠지는 순간에는 모든 즐거움이 다 달아나고 스트레스만 한 가득 쌓인다. 반대로 인생이 불행이나 좌절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뜻하지 않던 행운도 골프 라운딩 중에 찾아온다.
숲으로 나가던 공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 가운데로 들어오거나, 극히 희박한 확률인 홀인원도 종종 주위에서 경험하는 것을 보면 불행과 행운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붙어 다니는 것 같다.
삶이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인 것처럼 골프도 완벽한 샷 기술을 익혔다고 생각해도 게임마다 자신의 또 다른 약점을 발견하게 되고 교정해야 한다. 이는 우리 같은 아마추어뿐만이 아니라 프로 골퍼도 마찬가지다.
축구·야구·농구·테니스 등 대부분의 운동경기에는 경쟁 상대가 있지만 골프는 자신과의 경기다. 사람들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108가지의 핑계를 지어낸다고 하지만 골프의 결과는 오로지 자신만의 책임이다.
자만과 방심, 그리고 과욕이 실패를 가져오고 집중과 신중, 그리고 정신적 성숙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은 골프나 인생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래서 골프는 신체운동이라기보다 정신운동이다.
스윙에 욕심이 들어가면 반드시 미스 샷이 나오게 마련이다. 항시 평상심을 유지한 채 마음을 비우고 하는 스윙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무리한 요행을 바라기보다 정석대로 스윙하는 것이 가장 빨리, 그리고 최상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도 골프나 우리 삶이나 비슷한 이치다.
골프에는 축구나 야구처럼 심판이 없다. 오직 자신의 양심이 심판인 것이다. 살다 보면 편법적인 방법이 눈앞의 작은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커다란 실패를 잉태하곤 한다.
골프라는 스승은 나이가 들어도 평생 우리를 지도해 준다. 체력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다른 운동과 달리 나이가 들어서도 필드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 동안 가르쳐 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스승인가. 다만 골프 스코어 카드에 기록되지 않는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없는 제자를 가르쳐 주는 스승은 없기 때문이다.
![[CEO ESSAY] 골프는 삶의 스승](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7354.1.jpg)
약력 : 1961년생. 84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졸업. 89년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 박사. 93년 맥킨지 및 액센츄어 근무. 2000년 효성데이타시스템 사장. 2002년 노틸러스효성 사장.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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