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돈벌이의 끝은?

잠잠했던 야쿠자가 주요 언론의 메인 뉴스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이후 후폭풍이 멈추지 않는 스모 업계의 도박 파문 때문이다. 스모 업계는 간판선수를 포함한 2명의 해고 처분과 25명의 출장 정지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의 확산에 따라 벼랑 끝에 내몰렸다.

공영방송인 NHK가 사상 처음으로 중계를 중단한 데 이어 경시청이 본격적으로 압수 수색에 들어갔다. 특히 7월의 나고야대회 방송 중단은 53년 스모 중계를 시작한 후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야쿠자 전통적 수입원은 ‘자릿세·보호비’
[Japan] 스모 업계와 야쿠자 유착 ‘수면 위로’
스모 업계의 도박 파문이 톱뉴스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야구 승패를 둘러싼 지인끼리의 단순 도박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장기간의 걸친 야쿠자의 조직적인 연계 혐의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업계 거물에서부터 현역 선수까지 총망라된 도박 파문의 기획자로 야쿠자가 거론된 이상 정부 당국도 이를 간과할 수 없는 처지다.

원래 야쿠자의 전통적인 수입원은 2가지로 크게 나뉜다. 불법이지만 역사가 오래된 도박장 자릿세와 가게 등에서 정기적으로 거둬들이는 일명 ‘보호비’가 그렇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신종 사업에 속속 눈뜨기 시작했다. 음지에서 양지로 행동반경을 넓힌 건 물론이다.

공갈·협박 등의 케케묵은 돈벌이에서부터 기업 경영, 자산 투자 등 그럴싸한 공식 루트까지 확대됐다. 요컨대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다. 다만 조직 폭력에 관해 별도 챕터(백서)를 마련해 관리할 만큼 관심이 높은 경찰에 따르면 야쿠자의 활동 범주는 자금 획득 활동, 민사 개입 폭력, 행정 대상 폭력 등으로 규정된다.

최근에는 기업 경영이 압도적인 수익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부각됐다. 기업의 일반적인 경제활동을 가장해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다. 조직의 실태를 은폐하기 위해 건설·부동산·금융(증권) 업종 진출을 꾀하는 계파가 많다. ‘○○흥업’ 등의 이름으로 예능·풍속·청소 관계의 별도 직업으로 위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산업폐기물 사업과 정보기술(IT) 벤처로 융자(보조금)를 받기도 한다. 야쿠자가 기업 경영에 손을 댄 건 이들과 협력·공생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표면적으론 야쿠자와의 관계를 숨기지만 이면에서 야쿠자의 위력과 자금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이다.

일례로 경쟁사와 거래처에 부당 요구를 하기 쉽고, 사업 과정에서 야기되는 각종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야쿠자의 존재는 도움이 된다. 한때 문제가 됐던 주총에서의 총회꾼이 대표적이다.

짭짤한 것으론 투자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거둬들인 불법 자금을 세탁하기에 제격이기 때문에 관심이 높은 비즈니스다. 원류는 1980년대 후반 거품 경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야쿠자는 대리인 등을 내세워 금융회사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일으킨 뒤 은밀하게 수집한 고급 정보를 활용해 고수익을 거뒀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훗날 야쿠자 리세션(Recession)으로 비유될 만큼 거액이었다.

이 때문에 야쿠자 관련 기업에 빌려준 채권 회수가 힘들어지면서 1990년대 일본 경제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당시 부실채권의 절반 이상이 야쿠자와 관련돼 회수 불가능하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걸 기억하는 야쿠자들이 최근 투자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정부 대응도 발 빠르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야쿠자의 주식거래를 막기 위해 302개 증권사에 신규 고객의 야쿠자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정치권이나 정부 기관 일에 개입하기도
[Japan] 스모 업계와 야쿠자 유착 ‘수면 위로’
경찰이 야쿠자 공식 조직원의 신상 정보를 거의 입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꽤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최근 증시에 유입되는 야쿠자의 인력·자금이 상당하다. 내부 정보를 얻기 위해 증권사 임직원을 위협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한편 정치권·정부 기관을 상대로 한 사업 모델도 한 축을 담당한다. 즉, 경기 부양을 위해 전국 규모로 펼쳐진 공공사업에 개입해 돈을 뜯어내는 경우다.

최근엔 행정기관을 타깃으로 한 각종 공적급부제도의 악용 사례도 증가세다. 우익계의 정치결사에 관여하는 야쿠자도 적지 않다. 이는 정부의 단속이 일종의 빌미를 제공했다. 1992년 정부는 야쿠자를 범죄 조직으로 인식하고 폭력단 대책을 다룬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률로 기존의 야쿠자 수입원이 끊겨버렸다.

이 법률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야쿠자의 우익 단체화로의 변신·협력이다. 특히 가선(街宣:가두선전) 활동의 돈벌이가 짭짤했다. 야쿠자가 개입한 극우 단체가 정치적 반대자를 일부러 뽑아주자고 선동하면서 결과적으론 낙선시키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이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대가를 받는 식이다.

그렇다고 음지 사업을 포기한 건 아니다. 줄어들긴 했지만 불법 사금융을 비롯해 범죄대행·각성제·인신매매·장기매매 등의 사업 항목도 여전히 건재하다. 얼마 전엔 야쿠자가 콘서트 현장에서 암표를 팔다 적발되기도 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야쿠자 검거 사유는 각성제취급법 위반을 비롯해 상해·절도·공갈·사기의 5대 범죄가 주류다.

여기에 도박 및 공영경기(스포츠)관계법 위반이 추가된다. 자금 획득 루트가 공식·다양해지면서 이들 5대 항목의 검거 건수는 감소세다. 1999년 검거 조직원 중 42%가 5대 범죄 위반이었는데 최근(2008년)엔 그 비율이 32.7%까지 떨어졌다.

그렇다면 야쿠자의 소득수준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다. 피라미드 상층부의 고위 간부는 고액의 연봉을 받지만 밑으로 갈수록 생활수준은 극히 떨어진다. 일례로 2005년 당시 최대 조직 야마구치의 연간 매출은 8000억 엔으로 알려졌다.

당시 도요타자동차의 연간 순익이 1조 엔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이를 조직원 4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2000만 엔 정도다. 조심할 건 8000억 엔이 매출이라는 점이다. 원가와 판매관리비로 40~50%를 빼면 조직원이 손에 쥐는 연봉은 확연히 줄어든다.

특유의 착취 구조를 감안하면 말단 조직원의 연봉은 한층 빈약하다. 최대 조직이 이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하 조직의 하위 구성원은 전형적인 워킹푸어(working poor:근로빈곤층)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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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야쿠자는…

최대 조직 ‘야마구치’…30% ‘재일 한인’

야쿠자는 일본어 ‘893’의 약자다. 모두 합하면 20이 돼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점(도박)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애초부터 도박 세계의 은어(隱語)였다는 점에서 도박과 관계가 깊다.

야쿠자는 도박장을 열어 생계를 꾸리는 도박 계열과 조악한 물건을 길거리에서 파는 장사 계열로도 구분된다. ‘위키디피아’ 정의에 따르면 조직 형성과 폭력 행위를 통해 직업적으로 범죄 활동에 종사해 수입을 얻는 사람을 말한다. 일본에선 공식적으로 폭력단이라고 부른다.

2009년 경찰백서에 따르면 조직원은 모두 8만2600명으로 추산된다. 조직원은 2004년 최대(8만7000명)를 기록한 뒤 지금은 다소 줄었다. 22개 조직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1960년대 전후 전성기 때만 해도 5000여 개 조직에 18만 명(공식 조직원)의 멤버를 보유했었다. 야마구치(山口), 이나카와(稻川), 스미요시(住吉) 등의 3대 조직 비중이 압도적이다(70%). 최대 조직은 야마구치다.

모든 면에서 확연한 넘버원(No.1)인 야마구치는 공식 조직원만 2만300명이다. 도쿄·오사카를 비롯해 전국을 커버한다. 야쿠자 중 60%는 이른바 도와(同和)로 불리는 차별·혼혈 집단이다.

역사·전통 등의 이유로 보통의 일본인과는 구분되는 하층 부류다. 30%는 자이니치(在日)로 일컬어지는 재일 한국인이다. 이 가운데 10%는 북한 출신인데, 마약 거래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0%는 중국인, 혹은 보통 일본인이다.

전영수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change4dre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