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완구회사 다카라토미의 성공 비결

지난 2006년 3월 일본의 완구 회사 다카라와 토미가 합병해 탄생한 다카라토미. 이 회사는 지난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의 연결 결산 결과 매출액이 1787억 엔(약 2조50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05억 엔으로 108.9% 증가해 합병 이후 최고 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최고 실적의 배경은 시장 환경이 호전됐기 때문이 아니다. 경쟁 완구 회사인 반다이남코홀딩스는 지난해 매출이 11.2%, 영업이익은 91.6% 감소했다.

경쟁사가 고전한 가운데 다카라토미가 이익을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에서 다카라토미의 실적 호전 비결을 해부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그 배경 중 하나로 베이블레이드(팽이)나 트랜스포머(변형 로봇)와 같은 상품이 세계적 히트를 친 것을 꼽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만성 적자였던 계열사들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카라토미 그룹의 계열사 중 적자 회사는 지난 1년간 16개사에서 4개사로 줄었다. 계열사 간, 사원 간 의사소통이 활발해진 결과다.

◇ 원래 물과 기름 같던 회사= 다카라와 토미는 기업 문화가 완전히 다른 회사였다. 다카라는 ‘일단 해보자’는 도전 정신이 강했다. 사원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독특한 상품을 개발하는 게 이 회사의 특징이었다. 반면 토미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전형적인 일본 회사였다.

매일매일의 판매 실적을 체크하며 신중하게 판단해 경영하는 보수적 풍토를 갖고 있었다. 이런 회사가 합병을 하다 보니 처음엔 물과 기름 같았다. 게다가 합병 초기 모회사 간 통합에만 주력하다 보니 35개사에 달하는 계열사에서 문제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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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칼을 빼든 것은 도미야마 간타로(56) 사장이었다. 합병 전 토미의 오너 사장이었던 그는 2008년 중·장기 경영 방침으로 ‘통합 경영의 강화’를 내걸었다. 연결영업이익률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2012년엔 8%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미야마 사장은 우선 적자 계열사에 메스를 과감하게 들이댔다. 돈을 벌지 못하는 계열사는 통폐합하거나 아예 없앴다.

이를 통해 적자 계열사의 영업 손실을 전년의 25억 엔에서 1억 엔으로 크게 줄였다. 그러나 외과 수술만으론 저수익 체질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가 어렵다는 사실을 도미야마 사장은 잘 알고 있었다.

그룹 전체의 수익력을 높이기 위해선 계열사 간,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가 급선무라고 도미야마 사장은 판단했다. 이를 위해 신설한 조직이 ‘연결전략국’이다. 작년 11월 신설된 연결전략국은 모회사와 계열사 간 정보 교환이나 의결결정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전략 조직이었다.

연결전략국의 직원들은 한 달에도 몇 번씩 자회사 경영진을 직접 방문해 면담한다. ‘현재 영업실적 추이는 어떤가’, ‘뭔가 애로 사항은 없는가’가 주로 묻는 포인트다.

그동안 상전 같았던 모회사의 직원들이 자회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경영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것도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영 애로나 현장의 고민을 듣기 위해서다. 자회사 입장에서 대환영인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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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전략국으로 소통 활성화 = 모회사의 낮은 자세와 열린 마음은 즉시 자회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나타났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 계열사 간 막혔던 소통이 뚫리면서 자연스럽게 낭비가 제거되고 효율이 높아졌다.

예컨대 조달이나 수송에서 경비 감축을 검토하고 있던 자회사 A는 연결전략국의 주선으로 그룹 계열 기업과 함께 공동 조달과 수송망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적자를 내던 A사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팅커벨이란 자회사도 연결전략국의 혜택을 톡톡히 본 회사 중 하나다. 백화점에서의 매출이 저조해 만성 적자였던 이 회사는 모회사와의 긴밀한 소통으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이 회사 사장은 연결전략국 직원을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1주일에 한두 번은 반드시 연결전략국 간부에게 전화를 건다. 모회사와의 잦은 커뮤니케이션은 이점이 많았다. 의사결정을 빠르게 만들었고 모회사가 갖고 있던 캐릭터 의류 사업도 이관 받아 판매력을 높일 수 있었다.

모회사의 지원으로 경영 컨설팅도 받아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지불하던 캐릭터 라이선스료를 모회사가 그룹 전체로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바꿔 비용을 60%나 줄였다.

자회사의 곤란한 상황을 신속히 알 수 있다는 점도 연결전략국이 생긴 이후 변화다. 자회사 입장에선 ‘현재 추세대로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거나 ‘예상 밖의 손실이 날 것 같다’는 등의 보고는 모회사에 직접 올리기 쉽지 않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사정을 모회사가 먼저 움직여 재빨리 파악함으로써 사전에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점이 큰 성과다. 그동안 정보와 주요 의사결정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자회사들이 모회사와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연결전략국)이 생기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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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 얼굴 익히기가 첫발 = 다카라토미의 원활한 소통은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회사 내 조직에서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열사인 다카라토미아트다. 2009년 1월 4개 적자 회사가 합병해 생긴 이 회사의 2009년 3월 말 결산기의 연간 영업 적자 합계는 10억 엔에 달했다.

이 회사의 경영 책임을 맡은 건 사토 게이타 부사장이다. 원래 합병 전 다카라의 오너 사장이었던 그는 전기자동차 사업 참여 등 다각화에 실패해 회사를 토미에 합병시킨 장본인이다. 그가 적자 덩어리 회사를 바꿀 수 있었던 건 ‘사원 간 마음의 혁명’이었다.

서로 다른 4개 회사의 직원들이 모여 일체감이 부족했던 조직을 뭉치게 하기 위해 사토 부사장은 ‘사원 도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여기에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연스러운 사진과 몇 가지 문답을 담았다. 직원들은 사원 도감에 가족사진이나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 사진 등을 올리고 별명과 취미 등을 소개했다. 서로 낯설었던 직원들은 사원 도감으로 얼굴을 익히고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말문이 트이고 가슴이 열리면서 조직의 일체감도 강화됐다. 그동안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늦어졌던 상품 개발 속도도 빨라졌다. 모든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이 높아졌다. 그 결과 작년 4월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2010년 3월 말 결산에선 연간 3억200만 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다카라토미의 최고경영진 간 역할 분담이다. 토미 출신의 도미야마 사장은 골프도 하지 않고 업계 모임에도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는 성격이다. 집무실에서 묵묵하고 냉정히 경영 결단을 내리는 스타일이다. 반면 다카라 출신의 사토 부사장은 사내외 마당발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도미야마 사장이 톱다운(top-down)식으로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면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사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사람이 사토 부사장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다카라토미는 최고경영자 두 명이 음과 양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이 회사의 합병 경영 성공에는 두 리더의 적절한 역할 분담도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차병석 한국경제 도쿄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