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 고속 질주의 그늘

베트남 경제가 다시 고속 질주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는 지난 2분기에 6.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5.3%에 그쳤던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금리를 내려 성장을 위한 가속페달을 밟을 계획이다. 그래서 올해 성장률도 당초 목표치인 6.5%를 넘어 7%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겉모습일 뿐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베트남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베트남 경제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인플레이션과 만성적인 무역 적자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의 인플레이션율은 8%대로 이미 경제성장률을 추월했다. 특히 베트남의 외화보유액은 15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재연될 경우 외환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YONHAP PHOTO-0634> Luxury items are displayed for sale at a Saigon Coop supermarket in Hanoi May 5, 2010. A demographic shift in Vietnam could mirror the economic transformation of mid-sized countries such as South Korea, driven by both rapid industrialisation and new entrants into the work force who will help power output as well as consumption. Picture taken on May 5, 2010. To match Feature FRONTIERS/VIETNAM-CONSUMERS (VIETNAM - Tags: BUSINESS)/2010-05-27 10:43:04/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Luxury items are displayed for sale at a Saigon Coop supermarket in Hanoi May 5, 2010. A demographic shift in Vietnam could mirror the economic transformation of mid-sized countries such as South Korea, driven by both rapid industrialisation and new entrants into the work force who will help power output as well as consumption. Picture taken on May 5, 2010. To match Feature FRONTIERS/VIETNAM-CONSUMERS (VIETNAM - Tags: BUSINESS)/2010-05-27 10:43:04/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 있는 금은방에는 달러를 사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베트남은 고정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달러 가치와의 괴리가 커 일반인들은 달러 장사를 하는 금은방에서 암거래한다.

교환된 달러 중 일부는 은행의 달러 예금으로 저축되지만 대부분은 집의 금고에 은닉된다. 한 베트남인은 “베트남 사람들은 월급의 일정 부분을 달러로 바꾸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충분한 달러가 없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쌀과 커피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지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가공품 수입이 많다. 이 때문에 매년 거대한 무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베트남 공업상업부에 따르면 올해도 무역 적자가 1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는 달러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달러 수요 증가→동화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달러 기근 현상도 심각

국제 신용 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3월 동화 가치의 하락과 인플레이션 급등 우려 등으로 베트남의 국가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 4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금리 인상과 통화정책 강화 등을 권고했다.

실제 베트남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2~4%에서 올해 8%대로 급등했다. ADB와 씨티그룹 등은 올해 베트남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12%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 8%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하반기에는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응엔반빈 베트남 중앙은행 부총재는 최근 대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정부의 목표는 경제성장을 위해 금리를 더 내리는 것”이라며 “향후 1∼2개월 내에 대출이자율과 담보비율을 1%포인트 정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가 이처럼 성장률에 집착하는 것은 내년 1월에 열리는 제11차 공산당 전당대회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5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는 경제 전략 등 주요 정책은 물론 당과 정부의 지도부 인사도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제 안정보다 성장률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달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만성적인 무역 적자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민간으로 흘러들어간 달러는 개인들의 집에 저장돼 유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민간의 달러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달러 예금 금리를 1%대로 낮추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개인들이 달러를 집에 은닉하도록 부추겨 달러 유통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이 외화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이유다.

니암 아이 링 피치의 아시아 국가 담당 이사는 “베트남 중앙은행은 달러 보유량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외부에서 충격이 올 경우 외환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정부는 공식적으로 외화보유액을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ADB는 지난해 말 현재 약 15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약 2.8개월 치의 수입 물량을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이다. 피치는 지금도 베트남 중앙은행이 2~3개월 치 수입 물량을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의 달러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