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세계화 조건

<YONHAP PHOTO-1754> Spain's Andres Iniesta holds the World Cup trophy after the 2010 World Cup final soccer match between Netherlands and Spain at Soccer City stadium in Johannesburg July 11, 2010.                REUTERS/Kai Pfaffenbach (SOUTH AFRICA  - Tags: SPORT SOCCER WORLD CUP)/2010-07-12 06:52:4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Spain's Andres Iniesta holds the World Cup trophy after the 2010 World Cup final soccer match between Netherlands and Spain at Soccer City stadium in Johannesburg July 11, 2010. REUTERS/Kai Pfaffenbach (SOUTH AFRICA - Tags: SPORT SOCCER WORLD CUP)/2010-07-12 06:52:4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스페인의 첫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 세계 팬들은 스페인에 대해 우승컵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스페인 프로 축구 리그인 프리메라리가는 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와 함께 세계 3대 리그로 통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스페인은 누가 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열기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우승컵을 안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로 여겨진다.

2002년부터 한국의 월드컵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온 국민들이 스스로 놀랄 정도로 국내 축구 열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남아공에서 한국인 감독의 지도 아래 첫 원정 16강까지 달성했으니 이제 한국의 축구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월드컵 열기는 4년마다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모든 팬들이 예상하듯이 월드컵 열기가 국내 프로 축구 리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붉은 악마’들이 아무리 K-리그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해도 팬들은 시큰둥하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겨나는 것일까. 월드컵에만 관심이 높고 국내 축구를 외면하는 팬들을 비난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프로 축구를 애국심에 호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월드컵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를 접한 팬들이 수준이 뒤떨어지는 경기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는 어렵다. 월드컵 열기가 K-리그로 이어지려면 국내 프로 축구도 세계 유명 리그에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국내에서 활약해야만 가능하다.

국내 K-리그에는 15개의 프로 축구팀이 있다. 외국 선수는 많아야 팀당 4명을 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유명 선수들이 아니다. 축구만큼 ‘인력 시장’이 세계화된 종목도 없다.

월드컵을 주름잡는 선수들은 대부분 자국에서 뛰는 선수가 아니라 외국의 유명 팀에서 활약한다. 한국의 박지성·박주영·이청용 등도 모두 유럽파들이다. 국내 선수가 외국 유명 리그에서 뛰듯이 국내 리그에는 외국의 유명 선수가 들어와야 한다.

세계화된 리그 창설도 검토해야

국내 축구의 해외 선수 영입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 프로 야구나 농구처럼 팀당 2~3명의 외국 선수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침은 팬들의 관심을 끄는 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비싼 선수들을 사들이기 어렵다면 유망주들을 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축구는 상업화에도 성공한 모델이다. 우수 선수를 발굴해 해외 유명 구단에 파는 수익 모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프로 구단들은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소속 선수를 넘겨주면서 막대한 이적료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차제에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처럼 K-리그를 두고 상위 개념의 세계화된 리그를 창설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국 프로 축구 리그는 1992년 기존 프로팀 수를 줄여 별도의 프리미어리그를 창설해 성공을 거뒀다. 한국만으로 힘들다면 일본·중국과 합쳐 ‘아시아 프리미어리그’를 창설해 세계적인 선수들이 아시아에서 플레이하게 해야 한다.

월드컵 때마다 한국은 서슴없이 4강을 외치고 우승을 외친다. 그러나 과연 국내 축구 수준으로 한국이 결승에 올라갔다고 가정했을 때 전 세계 팬들이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과연 이 나라가 세계에서 축구가 가장 발달한 나라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축구의 발전을 위해 유소년층의 저변 확대를 외쳤지만 이제는 세계화가 대세다. 세계화가 이뤄지면 어린 선수들의 축구 열기는 자연스레 높아지고 저변 확대로 이어진다.

지난 6월 발간된 미국 예일대의 온라인 저널 ‘예일 글로벌’에 따르면 영국·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의 5개 빅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2600여 명 가운데 3분의 1에 육박하는 800여 명이 외국 출신이다.

특히 올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 인터밀란의 결승전 선발 출전 선수 중 이탈리아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능력 있으면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더 많은 연봉을 제공하며 스카우트해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뉴욕(미국)=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