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이익 2분기 5조원 '사상 최대'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5조 원 시대를 열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지난 3월 말 이건희 회장 복귀 후 조직 분위기를 일신한 것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연결 기준으로 매출 37조 원, 영업이익 5조 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7월 7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8%, 영업이익은 87.3% 각각 급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인 4조410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분기 연속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시장은 2분기가 전자 업계의 전통적 비수기인 데다 일부 사업부에서 실적 부진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영업이익 5조 원 돌파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55% 차지
<YONHAP PHOTO-1001>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경영 복귀

    (서울=연합뉴스) 지난 2008년 4월22일 퇴진 선언이후 만 23개월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2010.3.24 << 연합뉴스 DB >>

    kane@yna.co.kr/2010-03-24 09:54:5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경영 복귀 (서울=연합뉴스) 지난 2008년 4월22일 퇴진 선언이후 만 23개월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2010.3.24 << 연합뉴스 DB >> kane@yna.co.kr/2010-03-24 09:54:5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기록 경신의 견인차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반도체 부문이었다. 윈도7 출시에 따른 PC 교체 수요 증가와 세계적인 스마트폰 열풍에 따른 플래시 메모리 수요 증가 등이 겹치면서 반도체 가격이 상향 안정세를 보인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주력 반도체 제품의 하나인 1기가 DDR3 D램 현물가격은 2.58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7월(1.58달러)에 비해 1달러나 뛴 상태다. 여기에 지난 3년간의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호황기에 대규모 이익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내역을 부문별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이 전체 이익의 55% 이상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액으로는 2조80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예상한 2조6000억 원이 평상시라면 맞았겠지만 그보다 상황이 훨씬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액정표시장치(LCD) 부문도 3D TV용 패널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로 1조 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부품 부문이 호황을 누린 데다 당초 부진할 것으로 보였던 휴대전화 부문도 예상외로 선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가 속한 통신 부문의 이익은 7000억 원대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세계 1위인 TV 부문도 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의 경쟁 격화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점유율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삼성전자가 좋은 실적을 낸 배경에는 이 회장의 복귀 효과가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회장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조직이 느끼는 긴장감이나 자신감 등에 큰 차이가 난다”며 “계량화하기는 힘들지만 회장 복귀가 삼성전자 실적 향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말 이 회장 복귀 후 삼성전자 각 사업부는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한 사업부장은 당시 분위기에 대해 “회장 복귀 후 경영진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포기했을 법한 것들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도 특유의 선 굵은 지침으로 주요 사업부 현안들을 챙겼다. “반도체는 다른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스마트폰은 경쟁 업체 수준을 빨리 따라잡아라”는 지시나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1등 기업은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상반기 누계로 9조4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림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는 20조 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 제조업체 중 연간 20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회사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도요타자동차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30일 2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