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파워 리서치하우스들

2010년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부문별 애널리스트 조사보다 리서치센터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부문별 애널리스트 조사에서는 기존의 강자들이 수성하는 분위기라면 베스트 리서치센터 평가에서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지난 ‘2009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삼성증권의 오랫동안 이어진 ‘3톱 체제’에 대신증권·KTB투자증권 등 신진 명가들이 반기를 들며 턱밑까지 추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

이번 조사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짐과 동시에 주춤하는 듯했던 전통의 강호 한국투자증권이 부활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 리서치센터장의 부임과 함께 분위기를 정비하고 리서치센터 순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이번 리서치센터 평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하우스는 바로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7월 업계에 첫발을 디딘 신생 증권사다.

대우증권을 업계 최고에 올려놓은 ‘마법사’ 손복조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고는 하지만 길게는 50년이 다 돼가는 증권사들도 있는 업계에서 불과 2년 만에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리서치센터 순위 9위에 이름을 올려놓은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2007년에서 2008년을 전후로 등장한 많은 신생 증권사들이 대기업의 계열사, 혹은 은행 계열사여서 계열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토러스투자증권은 이 같은 장점이 없는 독립 증권사이기에 성과는 더욱 놀랄 만하다.

사실 2년 전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이 이 회사의 리서치센터를 맡게 됐다고 했을 때 시장은 반신반의했었다. 지금이야 40대 리서치센터장이 이따금 눈에 띄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나이로는 ‘팀장급’에 불과한 김 센터장이 증권사의 얼굴인 리서치센터를 잘 이끌 수 있겠느냐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런 의문을 실력으로 날려버렸다. 김 센터장은 그 비결을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김 센터장은 “중소형 증권사가 기존 대형사의 방식을 따라가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작부터 모든 것을 우리 스타일에 맞게 세팅해 나갔다”고 말했다.

토러스·유진·KTB ‘주목’

실제로 토러스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이 발간하는 리포트는 다른 증권사의 그것과는 표지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월간 ‘매크로 전략 시리즈’를 보면 표지에 과감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등장한다.

중국 증시를 전망하는 리포트라면 까치가 앉아 있는 감나무를 배경으로 중국인이 황소를 태운 마차를 끌고 있는 일러스트가 채우고 있는 식이다. 까치가 상징하는 춘제 효과로 중국 증시가 황소처럼 상승한다는 의미다.
[2010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아이디어·조직력 ‘으뜸’…‘톱’ 노린다
이런 식의 리포트는 전략 애널리스트와 업종 애널리스트의 협업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논리가 ‘밥줄’인 애널리스트의 특성상 자신의 의견을 한발 물리고 타 애널리스트와 공동 작업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이 작업을 훌륭히 해냈다. 그리고 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타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팅을 나가보면 펀드매니저들이 토러스투자증권의 리포트를 보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의 리포트가 다른 회사 애널리스트의 눈에까지 들어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튼튼한 전략 파트’에 있다. 이 회사에는 이코노미스트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에서부터 토러스투자증권의 시작을 함께한 오태동 애널리스트와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차지한 이원선·이경수 애널리스트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전략 파트 애널리스트들이 포진해 있다.

김 센터장은 “여기에 최근 기업 분석 파트까지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리서치센터의 경쟁력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며 “어느 한쪽만 잘해서는 좋은 리서치센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아이디어·조직력 ‘으뜸’…‘톱’ 노린다
유진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도 업계에서 항상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하우스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유진투자증권은 무려 14개 부문에서 상위권 애널리스트들을 배출해 냈으며 그중 유틸리티와 교육·제지 등 2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차지했다.

2개 부문 이상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한 증권사는 토러스투자증권을 제외하고 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동양종합금융증권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대형 증권사에 필적하는 성적을 낸 것이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대형사와 맞대결

조병문 리서치센터장은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힘을 ‘조화’에서 찾고 있다. 조 센터장은 “월드컵 경기에서 보듯 몇몇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는 리서치센터는 오래갈 수 없다”며 “우리 리서치센터의 강점은 어느 쪽에 치우침 없이 이사급의 고참, 과·부장급의 중견, 대리 사원급의 신진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은행 업종에서 수년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장기 집권해 온 ‘타짜’ 조병문 센터장의 실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특히 대신경제연구소·교보증권·현대증권·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 등 쟁쟁한 증권사들을 두루 거치며 쌓아온 노하우가 리서치센터를 지휘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0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아이디어·조직력 ‘으뜸’…‘톱’ 노린다
최근 들어 많은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팀워크’를 강조하는 추세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팀워크’라고 하면 바로 거론되는 곳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다.

특히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리서치센터장이나 애널리스트들이 이미 “대형사와 다름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목해야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최고의 리서치센터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박희운 리서치센터장은 그 누구보다 조직력을 중시하는 리더다. 그의 이 같은 철학은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KTB투자증권은 이번 조사에서 무려 22개 부문에서 상위권 애널리스트를 낳는 결과를 냈다.

특히 베스트 리서치센터 순위로는 수많은 대형사를 제치고 5위에 오르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B투자증권은 ‘스타급’ 애널리스트가 없지만 애널리스트 간의 협업이 잘 이뤄지면서 깊이 있는 보고서를 내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즉, 조사 결과나 업계의 평가 모두 리서치센터 모든 구성원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돼 있는 리서치센터라는 것이다.

여기에 리서치센터의 효율성을 높이는 각종 시스템도 업계 최상이다. 일례로 자체 개발한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시스템(PMS)에는 애널리스트별로 기관 자료 제공, 설명회, 탐방, 콜 횟수 등이 실시간으로 파악돼 자체적인 경쟁을 유도함은 물론 스케줄 관리, 단체 콜 기능까지 포함돼 있어 애널리스트들이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