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경영’, ‘고객의 눈높이’ 등 우리에게 친근한 단어인 ‘눈높이’는 언제부터 쓰인 것일까. 그 어원에는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눈높이’가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94년 ‘국어대사전’에는 ‘사람 눈까지의 높이’라는 풀이만 있다. 그러던 것이 2001년 개정판에서야 ‘어떤 사물을 보거나 상황을 인식하는 안목의 수준’이라는 뜻이 첨가됐다.

현재와 같은 의미의 ‘눈높이’가 사전에 처음 등재된 것은 국립국어원이 1999년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이다. 이후 모든 사전에 ‘서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예문을 볼 수 있게 됐다.

어떤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폭넓게 쓰여야 한다. 그런데 1990년대는 공교롭게도 대교가 학습지 브랜드인 ‘눈높이’를 개발한 시기와 일치한다.

대교는 당시 인지도가 높았던 ‘공문수학’이라는 브랜드를 과감히 버리고 1991년 ‘눈높이’로 브랜드 명을 바꿨다. 당시 대교의 기업 홍보 광고는 어린이를 이해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미술 작품을 관람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키를 낮춘 선생님’ 이야기였는데 소비자들의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이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됐고 사회적으로 ‘눈높이’라는 단어도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한 회사의 브랜드가 일반에 널리 불리고 새로운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된 사례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대교는 ‘눈높이’로 브랜드 명을 바꾸고 10만 명 정도였던 회원이 200만 명으로 늘어나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

12년 연속 KBPI(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 1위를 고수하며 국내 최대 교육 기업이 된 비결이 바로 이 ‘눈높이’ 브랜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성공이 단지 좋은 이름 덕분이었을까. 필자는 ‘눈높이’라는 브랜드에 고유의 ‘콘셉트’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공부가 누구나 학년에 따라 같은 내용을 학습하는 방식이었다면 ‘눈높이’는 각각의 어린이 수준에 맞게 개인별·능력별로 학습을 진행한다는 독특하면서도 확실한 ‘콘셉트’가 있었다. 이 콘셉트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해 주었고 전에 볼 수 없는 서비스였기에 차별성까지 가지게 됐다.

고객들은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풀무원’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혁신적인 제품의 ‘애플’로 브랜드를 기억한다.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콘셉트가 있느냐 없느냐, 더 나아가 그 콘셉트가 매력적이냐, 그렇지 않느냐가 관건이 된다. 또한 매력적인 콘셉트를 가졌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제품의 속성 자체가 고객들이 원하는 새로움을 충족시켜야만 비로소 성공한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애플의 ‘아이폰’에 열광하는 것은 단지 아름다운 디자인 때문이 아니다. 아이폰은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브랜드 ‘콘셉트’에 충실했고 실제로도 세상에 없었던 새로움을 보여줬다.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형화된 콘텐츠를 넘어 사용자가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나가는 무한 확장성은 이제 우리의 생활까지 바꾸고 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브랜드가 있다. 그만큼 글로벌 마켓이라는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과 똑같아서는 안 된다. 고유의 콘셉트와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브랜드만이 고객들의 간택을 받는 현실에서 우리 회사의 브랜드는 과연 어떤 위치에 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CEO ESSAY] 성공한 브랜드의 조건 ‘콘셉트’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약력 :
1949년생. 72년 건국대 농화학과 졸업. 87년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육행정학과 졸업. 90년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75년 종암교실 개설. 76년 한국공문수학연구회. 92년 대교문화재단 이사장. 96년 대교그룹 회장(현). 2008년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현).